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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유튜버 박막례의 하루

우리의 아름다운 할머니 박막례는 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을 다독인다. “막례야, 수고했어.”

On February 03, 2025

인터뷰에 오기 전 유튜버 랄랄과 함께 춤추신 영상을 보고 엄청 웃었어요. 오늘 인터뷰 내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나 지금 너무 긴장했어요. 머리가 새하얘져서 묻는 말에 대답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언니들은 내 나이가 안 돼봐서 모르지만 나중에 나이 들면 박막례 할머니 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 거야.

그래도 <우먼센스> 커버 촬영 내내 스태프는 엄청 즐거워했어요.
예쁜 사람들이 나보고 예쁘다고 말해주면 좋은 거지.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촬영 중에 영양제 통에서 사탕도 꺼내주셨다고요.
사람들은 내 그런 모습이 웃긴가 봐. 나는 그런 약통 하나 쉽게 버리질 못하겠어. 늘 가방에 가지고 다녀요. 내 나이 되면 당이 떨어지거든요. 친구들 나눠줄 사탕이라도 담아 다니면 좋지, 뭐.

박막례 할머니의 2025년은 엄청 바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자신의 이름을 건 뷰티 브랜드 ‘례례(reii reii)’도 시작하셨으니까요.
코스맥스라는 회사가 신뢰할 만한 곳이어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내가 원하는 좋은 성분을 충분히 내주면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도토리나 쌀 같은 성분이 할머니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도토리는 화장품 성분으로는 생소하기도 하고요.
나 어렸을 때는 화장품이 어딨었겠어요. 밭에 나갈 때는 모자도 없이 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나갔어요. 그때 살던 집 마당에 떨어져있던 도토리를 주워다 밥에도 넣어 먹고 그랬어요. 삶아서 그냥 까먹기도 하고. 한번은 도토리를 갈아 얼굴에 바르니까 너무 시원한거야. 정말 너무 시원해. 그때는 또 창호지 바른 문이 있었거든. 하루는 도토리 삶은 물에 창호지를 적셔 코만 뚫어 얼굴을 덮었어. 하루는 오이로도 해봤더니 시원하고 좋더라고. 근데 먹을 것도 모자라는 오이를 얼굴에 바른다고 엄마한테 ‘혼구녕’이 난 적도 있지.

쌀로 만든 제품도 그 시절 화장품 대신 쓰던 방법인가요?
쌀뜨물 사용은 엄마가 알려줬어요. 또, 보리쌀뜨물로 머리를 감으면 린스 역할을 했지. 머릿결이 보들보들해지더라고. 오늘 집에 가서 직접 해봐. 쌀뜨물로 세수하면 얼굴이 개운하고, 보리쌀물은 머리가 보들보들해져.

할머니는 그냥 오래전 체득한 뷰티 루틴을 영상으로 만들었을 뿐인데, 젊은 사람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진다는 게 신기해요.
한번은 유럽의 가장 큰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70대 할머니의 피부 관리 루틴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어요. 뭔가 상업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저를 소개하고 싶다는 거예요. 70대에도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할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면서요.

할머니의 일상 루틴 중에 하루를 마무리할 때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항상 “막례야, 수고했어”라고 말해요. 젊었을 때는 먹고살기 바쁘니까 거울 볼 시간도 없었어. 그런데 유튜브를 시작하고 깨달은 거지. 이제 거울 보며 스킨이랑 로션이랑 바를 시간이 생겼잖아요. 이제라도 나에게 “수고했어”라는 말을 해야겠더라고. 남 칭찬도 많이 하는데, 왜 내 칭찬을 못 하겠어. 내가 나 자신을 칭찬해야겠더라고. 팬들에게도 늘 얘기해요. 네 자신을 칭찬하라고요.

할머니는 전쟁을 겪은 세대이고, 개발도상국 시기를 지나 이제는 K 콘텐츠의 힘이 막강해진 시대를 살아오고 계세요. 그중 어떤 시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까요?
없이 살던 젊은 시절이지. 나 하나 의지할 방이 없어 오고 갈 데가 없으면 정말 힘들어. ‘동네에 집이 그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없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때는 내가 뜨거운 물이 나오는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될 줄 몰랐어요. 이렇게 뜨거운 물 나오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신기할 때도 있고요.

핑크 풀오버·카디건 모두 에르마노 피렌체, 진주 귀고리 벨엔누보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을까요?
애들 때문에 버텼어요. 집 없고 못 배운 게 서러운 시간이었지. 딸 하나, 아들 둘이 있는데 대학에 못 보낸 게 아직까지 마음이 아파요. 사람들이 나한테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17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때가 결혼 전이거든. 결혼하고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정말 힘들었어. 어느 정도였냐면 서울로 이사 와서 일하는데 사람들이 점심 먹을 동안 나는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고 나갔어. 싸 올 밥이 없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물건 하나를 잘 못 버리겠어요.

할머니의 젊은 시절 꿈은 무엇이었어요?
나는 꿈이 없었어. 가질 수가 없었지. 애들 먹이고 학교 보내기에 바빴어. 내 새끼들을 가르쳐야겠다는 게 꿈이라면 꿈이었지. 아주 어렸을 때는 부잣집에 시집가는 게 꿈이었어. 내가 주제 파악을 못 한 거지.(웃음) 긴 융 드레스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사는 게 꿈이었어. 그 꿈은 어디로 가버리고 고생만 했지. 그러다 용인에 터전을 잡고 땅사서 상가를 지어 올려 식당을 시작했어. 식당을 하면서 위층 원룸은 세를 줬는데 세를 제대로 못 받을 때도 많았지. 세가 뭐야, 전기세와 물세를 안 받을 때도 있었어. 나도 젊었을 때는 문소리만 나도 집세 받으러 온 줄 알고 가슴이 벌렁벌렁했거든. 정말 죽겠더라고. 집세 못 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하겠어. 그걸 아니까 못 받겠더라고. 젊었을 적에는 시장에서 엿도 팔아보고 사과도 팔아보고, 식당 일도 하며 돈을 벌었지. 식당을 하니까 자식들 밥은 잘 챙겨 먹일 수 있겠더라고.

누군가는 힘든 과거를 보내면 그 시간이 악한 행동으로 발현되기도 해요. 그런데 할머니는 과거 힘든 시간을 겪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베푸는 분이 되셨네요.
식당을 하면서 내가 복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그 덕에 좋은 손녀도 만나고. 나는 우리 친정 엄마에게 밥 한 끼를 사 드릴 수가 없었어. 좋은 식당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식당을 할 때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오면 밥값을 받지 않았어. 어린애들 밥값도 안 받고. 43년 동안 장사하면서 노인들 밥값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지. 한번은 시장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알아보더라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내가 밥값을 안 받아서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모시고 갈 수가 없었대. 내가 그 생각은 하지 못 했네.(웃음)

K뷰티그랜마, 박막례의 뷰티 브랜드 례례(reii reii)

K뷰티그랜마, 박막례의 뷰티 브랜드 례례(reii reii)

K뷰티그랜마, 박막례의 뷰티 브랜드 례례(reii reii)

“자신을 사랑하세요.
나는 입에 풀칠하느라 거울 볼 시간도 없었고 젊은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젊은이들의 시간은 좀 천천히 가기를 바랍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저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준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밤낮으로 내가 하는 말이 있어. 건강해야 한다고. 할머니도 ‘내 집 하나 갖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다 보니까 그 꿈이 이뤄지더라.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아야 해. 참고 살다 보면 분명 복이 올 거야. 잘 견디고 조금만 더 힘내봐. 착한 마음 먹고 잘 살다 보면 분명 좋은 복이 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으세요?
첫째는 건강. 그다음은 례례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쌀뜨물과 도토리를 활용한 콘텐츠가 SNS에서 조회 수 500만 뷰를 넘었대요. 도토리를 식재료로 쓰지 않는 나라도 많다 보니 더 신기했을 거야. 늘 하는 얘기가 “자신을 사랑하라”예요. 젊은 친구들이 례례 제품을 사용하며 그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입에 풀칠하느라 거울 볼 시간도 없었고 젊은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젊은이들의 시간은 좀 천천히 가기를 바라는 거지.

팬들 말고 요즘 할머니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이 있다면요?
우리 증손주. 매일 증손주 영상을 보며 웃어요. 제주도에 놀러 가서 춤추는 영상이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보면서 웃어. 증손주가 32개월인데 말도 너무 잘하고, 너무 귀여워요.

저는 요즘 거울 볼 때 눈가 주름을 가장 먼저 봐요. 할머니는 뭘 가장 먼저 보세요?
나도 물론 내 얼굴을 보지. 가끔 사람들이 무슨 시술 같은 거 받았냐고 물어봐요. 아마 내 나이보다 피부가 좋아 보여서 그런가 봐. 그런건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어떤 화장품을 쓰느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돌보는 것과 긍정적으로 사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시스루 셔츠 H&M, 화이트 니트 자라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다 보니까 그 꿈이 이뤄지더라고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잘 견디고 조금만 더 힘내봐요.
착하게 잘 살다 보면 분명 복이 옵니다”

할머니의 긍정적인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친구가 많아요. 계 모임만 4개야. 하도 전화가 많이 오니까 손녀가 “할머니 휴대폰 불쌍하다”고 할 만큼.(웃음) 전화기가 쉴 수 없을 만큼 전화가 많이 오는 거지. 친구들을 만나서 한 번씩 서울에 가면 옛날얘기를 하며 깔깔 웃고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들이 항상 내 스케줄에 맞춰줘. 내일은 친구들이랑 팥죽 먹으러 갈 거예요.

할머니가 생각하시는 아름다움이 궁금해요.
애써 뭔가의 나쁜 점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이란 게 안좋게 보면 한없이 안 좋아 보이잖아.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참 수고했다고 생각하며 힘들었던 순간도 아름답게 받아들여야해요.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어.

2025년은 뭘 하며 아름답게 살아보고 싶으세요?
건강하게 지내며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나는 일단 밖에 나가면 다 좋아. 비행기 타고 가면 또 좋고. 이렇게 눈 감고 외국 여행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면 아름다운 풍경이 막 아른거려. 지금도 생각하니까 막 아른아른해. 손녀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내가 미국을 예닐곱 번씩 다녀올 수 있었겠어.

마지막으로 <우먼센스>를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내 키가 작잖아요. 그러다 보니 50대까지 항상 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어. 그런데 그게 무릎을 상하게 했더라고. 오늘 촬영하면서 오랜만에 굽 높은 신발을 신으니 힘들더라고. 구두로 괜히 키를 키우려고 하면 안 돼요. 나중에 무릎이 아파서 후회해. 내 키 작은 거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다 아니까 억지로 커 보이게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것보다 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해요.

오늘 촬영도 할머니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웃음) 내일 친구분들과 팥죽 맛있게 드시고요.
고마워요. 우리 <우먼센스> 독자들도 건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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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송정은(패션), 박민(인터뷰)
사진
김규남
헤어
권영은
메이크업
안선영
스타일
정지윤
2025년 02월호
2025년 02월호
에디터
송정은(패션), 박민(인터뷰)
사진
김규남
헤어
권영은
메이크업
안선영
스타일
정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