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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11년 만의 인터뷰

그가 작정을 하고 나왔다. 거침없는 질문과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On February 03, 2025

마약, 빅뱅 탈퇴, 은퇴 번복, 연기력 등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빅뱅 전 멤버 탑이 11년 만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그동안 팬들과의 소통 부재와 오류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그가 드디어 작심하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물론 그 계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신의 손>(2014) 이후 10여 년 만의 연기 활동 재개인 데다 빅뱅 탈퇴 후 첫 행보다.

극 중 탑은 마약에 찌든 ‘타노스’라는 래퍼 역할로 출연했다. 자신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캐릭터다. 그는 애초엔 홍보와 관련한 모든 인터뷰 일정에서 빠졌지만, 자진해 인터뷰를 하겠다고 요청한 것. 그는 왜 언론과 마주하고 싶었을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빅뱅 탈퇴, 번복은 없다

11년 만의 인터뷰다.
그런 만큼 고민도 많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적당한 시기를 찾다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나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관계자들에게 요청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늦어서 죄송하다. 오늘 모든 것을 진실되게 말하겠다. 잘 부탁드린다.

어떤 고민을 했나?
오랜만에 나서다 보니 두려움이 컸다.

<오징어 게임 시즌2>와 관련해 캐스팅 논란도 있었다(지난해 6월 넷플릭스 측이 마약 파문으로 물의를 빚고, 은퇴를 번복한 탑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작품 속 캐릭터가 ‘약쟁이 래퍼’다. 자신의 과거사와 겹치기도 하는데, 왜 수락했나?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부끄러운 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이지 않나. 이미지 박제가 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망설여졌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내게 온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황동혁 감독님에게 내가 연기하는 모습이 담긴 테이프를 보냈고, 여러 번 리딩을 거쳐 최종적으로 캐스팅이 됐다.

캐스팅이 발표되자 함께 출연한 이정재·이병헌의 이름이 소환됐다. 그들과의 친분으로 ‘낙하산 캐스팅’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송구스러웠다. 당시엔 무너질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하차도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촬영장에서 이정재·이병헌 배우를 만났을 땐 어땠나?
촬영장에선 워낙 정신이 없었다. 많은 분과 함께 의지하면서 촬영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은퇴 번복 때문이었다(탑은 과거 대마초 흡연으로 처벌받으며 자신의 SNS를 통해 연예계 은퇴를 시사했다).
나의 지난 과오로 많은 분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빅뱅 멤버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다. 20대 때 찬란한 영광을 누리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추락과 몰락의 과정 또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길이었다. 칠흑 같은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 나는 일어설 힘도 없었고, 그 어떤 것도 할 힘이 없었다. 소통 창구가 SNS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어두워서 판단력이 없었다. 반성하고 있다.

그럼 은퇴 번복을 공식화하는 것인가?
번복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나는 마음이 무너져 내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시간을 길게 보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스럽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아닌가?
오히려 부담이 됐다. 그래서 고민이 더 컸다.

그렇다면 다시 복귀한 계기도 궁금하다.
1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나를 쳐다봐주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님이 처음 내게 손을 내밀어주셨고, 나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맡은 역할을 잘해내고 싶었다.

특히 은퇴 과정에서 그룹 빅뱅을 부정하는 말들로 인해 팬들의 실망이 컸다.
나는 빅뱅이라는 팀과 소속사에 너무 큰 피해를 준 사람이다. 수년 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마음에 팀을 떠나겠다고 말해왔다. 나 혼자서 무언가를 해나가야 한다면 그에 대한 감내라 생각했고, 질타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다시 빅뱅에 합류하면 내 꼬리표가 멤버들에게도 붙을 것 같아 면목이 없고 괴로움이 컸다. 그럼에도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나로서는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지만, 11년 만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그동안 이런 내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온라인을 통해 멤버들의 사진을 볼 때면 죄책감이 든다.

빅뱅은 누군가의 추억인 그룹이다. 그런 팬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팬들과 설전을 벌인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악의적으로 악플을 단 분들이 있었다. 물론 그 어떤 핑계도 대고 싶지는 않지만, 당시에 내가 많이 어두웠다. 그런 길을 가본 적이 없었던지라 제 정신이 아니었다. 경솔했다.

멤버들과는 연락을 하나?
현재는 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정확히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진정되면…. 아직은 미안한 마음이 커서 선뜻 연락을 하지 못하겠다.

탈퇴 과정에서 멤버들과 대화는 없었나?
애매한 부분이 있다. 어쨌든 이 자리에 없는 멤버들의 말을 하는 게 경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마치고 소집해제가 된 후부터 이미 그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마음이었다면 SNS를 통해 그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찌 보면 숨어 있었다.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경솔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끝에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컴백을 결심했다. 연기력 논란도 있었다.
모든 호불호에 대한 평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 감내해야 한다.

극 중 맡은 타노스의 연기 톤은 본인이 설정한 것인가?
감독님과 상의해 치밀하게 디자인했다.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다. 대본에도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으로 묘사돼 있었다. 화려한 래퍼가 아닌 약물에 의존하는 ‘힙합 루저’다. 그래서 우스꽝스러워 보이게 설정했다. 시나리오에서도 생뚱맞은 타이밍에 엽기적인 신으로 묘사돼 있다. 정신연령으로 따지면 짱구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짱구 캐릭터?
나도 나이가 30대 후반인데 짱구의 정신연령으로 랩을 하기 민망했지만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극 중에서 마약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어떤 심정이었나?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 앞에서 타노스가 약물을 투약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해서 힘들었다. 그럼에도 캐릭터적인 것을 깊게 연구했다. 타노스가 복용하는 마약과 관련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그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치아가 많이 손상돼 있고, 약물을 투약하지 않을 때는 초조와 무기력함, ADHA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 특징을 연기에 녹여내려고 했다. 일부러 발음을 끌면서 연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죽었다. 시즌 3까지 가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나쁜 짓을 많이 하는데 오래 사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나.

화면에서 자신의 연기를 보니 어땠나?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연기를 보고 객관적일 수는 없다. 국내외 혹평과 호평을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컴백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캐릭터 때문인지 좋아하시지는 않았다. 타노스의 모든 점을 안 좋아하셨다.

어쨌든 지난 10년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세상 밖으로 나섰다.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부모님은 아직까진 표현을 아끼시는 것 같다. 그동안 너무나 큰 상처를 드려 지금 기쁨이란 감정을 느끼기엔 아직 힘드신 것 같다.

현재 빅뱅이 3인조로 활동 중이다. 아직까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높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면목이 없다. 이미 그렇게 (탈퇴) 마음먹은 지 오래됐다. 그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활동하지 않는 동안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비난을 많이 받았다. 억울하진 않았나?
전혀. 나는 20대 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큰 영광을 얻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난도 달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로 복귀와 재기를 알렸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상처받은 팬들의 마음을 치유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앨범에 대한 계획은 있나?
지난 시간 동안 사회와 단절된 채 음악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음악과 함께할 때 내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다. 많은 곡을 만들어놓았다. 그 곡 또한 당연히 팬들에게 들려줄 생각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어제도 꿈같고, 오늘도 꿈같다.
차를 타고 인터뷰하러 올 때도 그랬다. 진실하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내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평범한 청년으로 건실하게 살고 싶다

험난한 시간을 지나 곧 40대를 앞두고 있다.
내게 30대는 잃어버린 시간이다. 뼈저리게 느낀다.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있었다. 반성도 많이 했다. 그 와중에 음악을 만들며 치유를 받았고 그 음악을 팬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 40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서 건실하게 살고 싶다. 가장 큰 목표는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다.

현재는 정신적으로 안정이 됐나?
많이 나아졌고 단단해졌다. 가족과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건강한 식단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또 꾸준한 운동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인터뷰 내내 손과 입술이 떨리는 모습이다. 어제 무슨 생각을 했나?
어제도 꿈같고, 오늘도 꿈같다. 차를 타고 인터뷰하러 올 때도 그랬다. 진실하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내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2022년에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라는 빅뱅의 신곡이 계약 기간 마지막 무렵에 나왔다.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 그 프로젝트의 결과를 내놓고 회사와 계약이 만료됐다. 아직도 팬들은 재결합을 희망하기도 한다. 그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 SNS를 통해 저와 멤버들을 함께 태그하는 분이 많다. 그 사진을 보면 헤어진 가족을 보는 느낌이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감정을 못 느낀다.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살 것 같다. 그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팬들과 소통했던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고개 숙여 가슴 깊이 미안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소속사에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나?
소속사는 아니지만 지금 일을 봐주는 팀들이 있고, 소속사 관련해서는 아직 말하기 이른 단계다. 팀이 완성되면 알려드리겠다.

한때 탑이 달나라에 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뜬금없기도 했다. 결국 못 가게 됐는데 아쉬움은 없나(과거 탑은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 여행을 계획했다. 당시 이 달나라 여행 프로젝트는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달에 다녀오는 경험을 통해 지구에서 예술로 전달하겠다는 목적하에 전 세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동승자를 모집했고, 탑은 여기에 선발된 것이었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지연됐다. 관련 계약서만 수십 장이다. 신체 포기 각서도 있다. 나를 포함해 8명의 아티스트가 달에 갈 때까지 그 어떤 활동도 못 하게 묶여 있어 취소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오히려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차기작이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오늘 이 자리는 <오징어 게임 시즌2>와 관련해 개인적인 여러 가지 일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자 어렵게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

앞으로의 활동명은 탑인가, 최승현인가?
둘 다 내 이름이다. 안정된 탑이 되고 싶다.

인터뷰 내내 ‘안정’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본인에게 안정의 의미는 뭔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 사이트에서 내 기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10년 동안 시끄러운 일이 많아 하루하루 불안했다.

11년 만의 인터뷰, 어땠나?
생각했던 것보다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해달라.
저는 면목이 없어 빅뱅을 떠났다. 그 과정에서 오해 아닌 오해가 많이 생기고, 상처를 드린 것 같다. 이제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팬들이 오해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 약속할 수 있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5년 02월호
2025년 02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