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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은 조용히 강력했다

현빈은 진중했다. 질문을 던지면 생각을 곱씹었고, 그 생각을 차분히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다. 그는 조용히 강력했다.

On January 31, 2025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 1위 현빈

영화 <하얼빈>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현빈이 최근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2024년 12월 14일부터 2025년 1월 14일까지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영화배우 100명의 브랜드 빅 데이터 158,470,929개를 소비자와 브랜드와의 관계를 분류해 빅 데이터 평판 알고리즘을 분석했다. 현빈은 최근 배우인 아내 손예진과 함께 아산병원과 삼성병원에 3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얼빈>의 흥행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며 1월 2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달성했다. 곧 500만 고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얼빈>의 흥행 행보는 설 연휴와 봄방학 시즌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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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강도 높은 액션 연기부터 부드러운 멜로 연기까지 섭렵한 현빈은 극 중 국권 회복을 향한 의지를 굳게 다지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을 표현하며 전력을 다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현빈은 “몇 번이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은 어떤 마음으로 끝까지 이를 이뤄내기 위해 걸어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또 하나는 배우로서 이렇게 훌륭한 분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현빈은 <하얼빈> 촬영 기간 내내 진정성 있는 몰입으로 현장 스태프의 극찬을 받았다. 또 국내에 있는 대다수의 안중근 장군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며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안중근 장군의 외로움과 결단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뿐 아니라 하얼빈으로 향하며 펼쳐지는 다양한 액션까지 선보인다.

영화 <공조> 시리즈와 <꾼> <협상>,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다양한 색깔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색을 지닌 ‘안중근’을 연기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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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역할, 배우로서 축복이다”

이 작품에 끌린 이유가 있나?
감독님이 이 작품을 하고자 했던 목적 중 하나가 우리가 알고 있던 안중근의 모습보다는 거사를 치르는 과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했다는 점이었다. 독립투사로서의 안중근의 모습도 있지만, 그 이면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사랑의 불시착>이 특히나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안중근 역을 맡는 것에 대한 고민이나 부담은 없었나?
주위에서 많았다.(웃음) 나는 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대중에게 보이는 것에 긍정적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다가 접근성이 쉬운 영화나 드라마로 역사를 접하면 선조들에 대한 감사함과 역사적인 일을 다시금 기억하게 된다. 여러 가지 좋은 의미가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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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보면 눈밭에서 홀로 걷는 장면이 많다. 스토리상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혼자 빙판을 걸어갈 때는 공포감도 있었다. 얼음판 위에 서 있으면 희한한 소리도 난다. 끝도 없는 빙판길 저 멀리 산이 보이는데, 길을 걸어가다 보면 당시 독립군들도 끝을 모르는 곳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디면서 ‘지금 나처럼 외롭고 고독하고 춥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영하 40℃의 추위도 잊었던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눈과 바람 등 자연현상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비주얼이 된다.
도입부 전투 신은 광주의 산에서 찍었다. 눈이 잘 오지 않는 도시인데 몇십 년 만에 온 폭설이었다. 액션 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처절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일주일간 촬영했을 만큼 중요한 장면이었다. <하얼빈>에는 눈과 바람 등 자연현상에 대한 CG가 하나도 없다. 눈이 오다가 그치면 눈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모든 촬영이 그랬다. 그런데 운 좋게 날씨가 뒷받침됐다.  

안중근 장군은 역사적인 인물이다. 분명히 무게감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극복 못 했다. 극복하지 못하고 촬영이 끝났다. 지금은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하얼빈>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마음을 짓누르는 게 있다. 안중근이란 인물의 싱징성과 존재감이 크다 보니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촬영할 때는 더 심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한 배우들의 영향이었다. 타지에서의 촬영이 많아 서로 생각을 공유할 시간이 많았는데, 대화를 해보니 모두 다 같은 상황이더라.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다들 참여했고, 그 때문에 각자 캐릭터와 싸우며 모두 외로워하고 있었다. 서로 의지하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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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장군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바도 궁금하다.
본인의 확고한 신념이 있으셨다. 가족보다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신 분이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와 실존 인물을 그리는 작품이니만큼 경계한 점도 있을 것 같다.
관객 각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걸 벗어나서도 안 될 것 같고,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생각하고 있는 그것과 너무 같아도 안 될 것 같았다. 그 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상상했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자신과의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야 했을 텐데, 있었나?
없었다. 내가 몇 달 동안이나 준비하고 또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 접점에 대해 매일 생각하고 상상했지만 발톱만큼도 따라갈 수 없었다. 또 그걸 받아들였다. 안중근 장군은 당시 30살 전후의 나이였는데 내가 그 나이대에 생각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흉내를 내려고 애썼던 정도였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분명 발전했으리라 믿는다”

많은 것을 얻게 해준 작품 <사랑의 불시착>

일본 대표 배우인 릴리 프랭키도 출연했다(프랭키는 배우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기파 배우다).
평소에도 그분의 작품을 봐온 팬이었다. 놀라웠던 지점 중 하나가 기차 안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촬영을 했는데, 뿜어내는 에너지가 놀라웠다. 표현 방법이라고 해야 하나.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다른 포인트가 있었다. 그의 연기는 편하면서 힘이 있었다. 현재까지도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그분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안중근 의사는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현빈 배우도 그런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늘 그런 것 같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최고의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내 상황이나 직업이 많은 사람 앞에 서야 하는 위치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 와중에 나는 분명 발전했으리라 믿는다. 다음 기회에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바람이다. 상처를 받더라도 용기 내서 한 발 한 발 걸어가면서, 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덧붙여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이 터전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을 했고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으면 한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CJ ENM 제공
2025년 02월호
2025년 0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