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 장염, 9살 이하 80% 차지
겨울에 가장 주의해야 할 식중독 바이러스는 노로바이러스다. 노로바이러스는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르워크 지역 초등학교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며 정체가 밝혀져 처음엔 노르워크바이러스라고 불리다가 2003년 이후 노로바이러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번식력이 떨어지는데,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오히려 활동이 활발해져 겨울철 식중독의 주된 원인이 된다. 영하 20℃에도 살아남으며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장염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노로바이러스 장염 환자 수는 여름에 비해 겨울에 10배 이상으로 많았다.
2023년 노로바이러스 장염 환자 수는 8월엔 320명에 불과했지만, 1월엔 4,068명, 2월엔 3,477명으로 훨씬 많았다. 지난해 12월 광주시에서 여러 건의 집단 식중독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육군 제21보병사단 장병 20명, 서구 초등학생 76명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렸는데, 모두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노로바이러스 장염 환자는 9살 이하 어린이가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10~19살 청소년이 9%로 그 뒤를 잇는다. 박준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는 “어른은 어렸을 때부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낫는 걸 반복하면서 면역성이 생긴 상태이지만, 아이는 생애 처음 바이러스를 만나다 보니까 만나는 족족 감염된다”고 말했다.
고열에 설사 반복되면 병원 가야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12시간 이내에 증상이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 대변에서 나오는 바이러스 배출량은 증상 발생 후 24~48시간 동안 가장 많다. 대표적인 증상은 구토와 설사다. 어린이는 구토, 성인은 설사가 더 잦다. 오심, 복통, 발열, 두통도 생기는데 대부분 1~3일간 지속된다. 하지만 노인, 영유아, 면역결핍 환자는 증상이 심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85살 이상 고령층은 노로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4일 이상 비교적 길게 지속되는 경우가 40%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조용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를 몸에서 없애는 약(항바이러스제)은 없다”며 “병원에서도 탈수를 막기 위한 수분 공급, 영양 공급을 하고 설사가 심한 경우 지사제, 복통이 심한 경우 진경제(복부 경련과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를 쓰는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다 보면 3박 4일 내로 빨리 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8℃ 이상 고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 6회 이상 심한 설사를 하거나 혈변, 심한 복통, 구토 등이 동반되면 병원을 찾는 게 안전하다. 특히 음식을 아예 먹기 어려운 경우엔 입원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