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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의 1% 끌림이 다른 말 ➑

일상의 언어 vs 일의 언어의 효과

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언어의 역할과 효과는 달라진다.

On January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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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이 좋은 사람은 일터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날까? 모임에서 유머 감각이 남다른 친구는 업무 미팅에서도 웃음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일상의 언어와 일의 언어는 다른 규칙으로 움직인다.

농담이 보고서에 쓰일 수 없는 이유

일터는 관계가 아닌 업무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개떡’같이 말한 것을 ‘찰떡’같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만큼 여유가 없다. 가령 친한 친구에게 “알아서 해”라는 것은 친밀함을 바탕으로 한 말일 수 있지만, 일터에서 “알아서 하세요”는 업무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오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상의 언어가 ‘관계’를 위한 것이라면, 일의 언어는 ‘정확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친구와 캠핑장에서 웃으며 나눈 농담을 회의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 그대로 적을 수 없는 이유다. 같은 말이라도 일과 일상이라는 두 무대에서의 역할과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 잘하는 사람의 언어 습관, 무엇이 다를까?

“보고서를 준비해주세요”라는 단순한 말도 일 잘하는 사람의 어휘는 다르다. “보고서 첫 페이지에 들어갈 요약본을 작성해주세요. 길이는 1페이지로 제한하고, 주요 데이터는 차트로 표현해주세요. 시간이 부족하니 자료가 준비되면 제가 보고서 전체를 다듬겠습니다. 지금 맡은 부분만 집중하면 될 것 같아요. 마감 시간은 내일 오후 3시입니다.” 애매하고 헷갈리는 말이 없다. 명확한 언어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최종 책임은 자신이 맡겠다는 태도는 심리적 안정감까지 제공한다. 단순히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같은 상황 속 다른 리더의 말을 살펴보자. “내일까지 최대한 보고서 준비 자료를 다 모아 오세요. 자료 정리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채울게요.” 얼핏 유연해 보일 수 있지만 팀원들에게는 상당한 혼란과 부담감을 준다. ‘내가 뭘 준비해야 하지?’, ‘다들 무슨 자료를 가져올까?’, ‘부족한 부분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지?’ 등 명확하지 않은 언어는 팀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실수와 긴장감을 유발한다.

일의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들에게 신뢰를 쌓고,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메시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결과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말 잘하는 사람 vs 일 잘하는 사람

우리는 흔히 ‘말 잘하는 사람’과 ‘일 잘하는 사람’을 혼동한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명확하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지만, 일의 진행 속도와 방향을 즐겁게 하지는 못한다. 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의 말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치 지도처럼 명확하다. 심지어 목적지를 명확히 알려주고 어떤 경로로 갈 것인지도 제안한다.

스타트업 IR 피칭이나 입찰 PT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스피치 컨설팅을 가면 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언변이 화려해도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또 다른 차이는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법에서 드러난다. 말 잘하는 사람은 문제 상황을 실감나게 이야기하는 것에 능숙하다.

하지만 일까지 잘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논의할 때 항상 해결책을 동반한다. “예산이 부족하지만, 마케팅 채널을 조정하거나 추가 협찬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처럼 일 잘하는 사람의 스피치는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의 언어’ 습관,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우리가 쓰는 언어는 마치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집 근처에서 산책할 때는 슬리퍼를 신고 느긋하게 걸어도 문제가 없지만, 등산할 때는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일상의 언어는 느긋하게 관계를 맺는 것에 적합하지만, 일의 언어는 정확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일의 언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려한 말보다 책임감 있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아나운서 김미영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JTBC Golf 출신의 20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CREDIT INFO
에디터
이설희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02월호
2025년 02월호
에디터
이설희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