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언행으로 ‘사이다’라는 별명이 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생애는 어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그의 옆에서 함께 인생의 굴곡을 겪어온 김혜경 여사의 삶 역시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인의 아내로, 두 아들의 어머니로, 그리고 대중에게는 친근한 ‘혜경 언니’로 불리는 김혜경 여사는 어떤 사람일까?
“남편이요? 집에서는 달라요. 적당히 무심하고 적당히 자상해요.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지만 집안에서 꼭 써야 할 돈은 써요.
부부가 살다 보면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제 옆에 남편이 있다고 생각하면 늘 든든해요.”

흙수저 노동자와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여대생
김혜경 여사는 1966년 9월 12일 서울에서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숙명여대 피아노과(85학번)를 졸업한 그녀는 이재명 후보와 1990년 ‘007 소개팅’으로 만났다. 같은 교회를 다니던 이재명 후보 셋째 형수의 친정어머니와 김혜경 여사의 친정어머니가 주선한 소개팅이었다. 첫 만남에 대해 김혜경 여사는 “첫 느낌은 ‘이 사람 뭐지?’였어요”라고 회상했다. 김 여사는 “남편이 26세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나이 든 사람처럼 보이게 꾸미고 다녔어요. 그래서 외모는 제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솔직하고 맑은 사람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남시 공단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6급 장애 판정을 받은 ‘흙수저 노동자’였고,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패스하고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개천 용’이었으며,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두 사람은 1991년 결혼했고 1992년과 1993년에 연년생으로 두 아들을 낳았다. 김혜경 여사는 “돌이켜보면 저희 부부는 주변에서 걱정할 정도로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달랐어요. 그래서 더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하며 살았죠”라고 말했다.
김혜경 여사는 변호사 시절 남편에 대해 “제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뒤에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했죠.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쇼윈도 부부’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남편이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전업할 때는 김 여사도 말렸다고 한다. 김 여사는 “2006년 처음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땐 정말 이혼하려고 했어요. 첫 선거였고 가장 힘들었죠. 그때는 정말 정치인의 아내는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희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라고 말할 정도로 남편과 한길을 가고 있다.
‘혜경 언니’라는 별명에 대해 김혜경 여사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김 여사는 “‘언니’에겐 걱정 없이 속내를 털어놓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저는 국민들에게 언니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실 젊었을 땐 ‘김혜경’이 아니라 누구의 아내로 불린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젠 김혜경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그 기회를 살려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