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기분 조절이 어려운 이유
겨울에는 기분 저하를 경험하기 쉽다. 추우면 몸을 움직일 일이 줄어들고 햇볕을 쬐기도 어려워진다. 실내에 혼자 머무는 시간이 늘어 나다 보면 외로움으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이 증폭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기분을 증진시키거나 불안, 스트레스를 줄이고 진정시킨다는 제품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들 제품 모두가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마치 치료 약 같은 오해를 부르는 광고가 다수이지만 자세히 보면 단순히 식품이거나 건강기능식품이다. 이런 것들로 약이나 상담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 봐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이 아니라 보조제니까 별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려한다. 불안이나 우울증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치료를 받는 대신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제때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를 지연시켜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심각한 경우, 보조제나 영양물질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병의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의 증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가늠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이런 주의 사항을 염두에 두고 기분 개선이나 조절에 도움이 되는 보충제 몇 가지를 살펴보자.
마그네슘, 오메가-3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
마그네슘 보충제는 기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증에서 중등도의 우울증 증상이 있는 12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연구에서 6주 동안 하루 248mg의 마그네슘을 복용한 사람들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분이 개선되고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연구는 위약(플라시보)을 사용하지 않은 방식이어서 위약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보조제도 항우울제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2023년 7개의 소규모 임상 시험을 종합 검토한 마그네슘 연구에서도 결론은 비슷했다. 마그네슘 보충제 복용이 우울증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이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마그네슘이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영양제나 보조제와 관련한 연구에서 백이면 백이 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효과가 있다, 없다 상충되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 보조제의 효과가 약에 비해 가벼운 정도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도 경증에서 중등도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증거가 있다. 연구가 여러 건 진행됐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여준 것은 드물다. 2015년 영국의 한 연구에서 20개 이상의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론은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가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점이 의미 있을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2018년 대만의 한 연구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가 불안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몇 가지 붙었다.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 용량이 2,000mg으로 비교적 고용량일 때 효과가 있었고, EPA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에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마츠오카 유타카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보다 EPA, DHA가 풍부한 고등어, 정어리, 참치, 연어 같은 생선을 먹는 걸 추천한다고 밝혔다.
영양제보다 식단 변화가 더 효과적
실제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는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할 때 아이스크림, 과자, 피자, 햄버거와 같은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과잉 칼로리 섭취로 이어지기 쉽고,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그보다는 지중해 식단처럼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해산물을 많이 먹는 식단이 나은 선택이다. 2017년 호주의 한 연구팀은 이러한 식단 변화가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67명의 우울증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식단을 달리하게 했다. 이들은 모두 과일과 채소는 거의 안 먹고 단것과 짭짤한 간식을 좋아하며 가공육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12주 동안의 임상 시험에서 한 그룹은 식단을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도록 했다. 흰 빵을 통밀빵 또는 사워도 빵으로, 사탕·과자를 견과류·콩·과일로, 가공육을 해산물과 소량의 저지방 적색육으로 바꾸는 식이었다. 나머지 한 그룹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두 그룹 모두 우울증 치료는 계속 받게 했다. 그 결과 건강한 식단을 따른 그룹은 우울 증상 개선 효과가 컸다. 식단 변화를 준 그룹은 참가자의 32%가 더 이상 우울증이 아닌 것으로 분류됐지만, 식단 변화를 주지않은 그룹은 그런 참가자가 8%에 그쳤다. 다른 여러 연구를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식단 변화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좀 더 건강한 식단을 따르려고 애쓰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증상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채소, 과일, 생선, 달걀, 견과류, 콩, 발효식품을 더 많이 먹는 것은 신체 건강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다. 불안 완화를 위해 라벤더, 발레리안 루트 등의 보조제를 직구로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 약초 성분은 약간의 진정 효과를 나타내지만 앞서 언급한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나 마그네슘에 비해 연구가 훨씬 덜 된 편이다. 또한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이 많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 D, 셀레늄과 같은 보충제도 우울 또는 불안 증상 완화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단 변화와 보충제 외에도 가벼운 기분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제법 많다. 2008년 핀란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실내조명을 밝게 해두는 것만으로도 계절 변화로 인한 기분 저하를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다.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고 인지 기능도 향상된다.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우울증과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은 뇌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해주므로 뇌를 더 건강하게 해준다. 건강을 위한 약간의 생활 습관 변화가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정재훈 약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출신의 약사이며 푸드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매불쇼>와 여러 TV·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약, 음식, 건강에 대한 과학적 지식 전파에 앞장서왔다. 신문·잡지 칼럼을 통해 약과 음식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