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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살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그의 청춘은 현재진행형

그가 지금까지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은 위트였다. 거장 안도 다다오를 강원도 원주에서 만났다.

On April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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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 원주, 2005~2012
원주시 외곽 산간 지역에 들어선 미술관이다. 공간, 예술, 자연이 공존하는 예술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대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공사를 시작해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이 별도 작품관을 완성하며 2013년 5월 개관했다. 이후 개관 5주년을 기념하며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명상관’이 2019년 1월 문을 열었다. 본채는 기러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인 안행형(雁行型) 배치를 기본으로 4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각 동 사이에 안도 다다오의 조형 지향을 상징하는 기하학적 공간이 있다. 2018년 부지 한쪽에 새로운 명상 공간을 증축했으며, 현재도 추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건축가. 바로 안도 다다오다. 그가 국내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 <청춘>(4월 1일~7월 30일)을 기념해 한국 언론과 오랜만에 만났다. 전시의 주제는 ‘청춘’. 공간은 개관 10주년을 맞은 강원도 원주에 자리한 뮤지엄 산이다. 안도 다다오 자신이 건축한 공간이다. 여든한 살의 예술가 안도 다다오에게는 전시도 공간도 의미 있는 ‘축제’다.

뮤지엄 산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81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호기심 어린 눈과 힘 있는 걸음걸이가 인상적이었다. 시종일관 웃음으로 공간을 채웠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한 울림을 주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왜 자신이 대가인지 가뿐하고 위트 있게 확인시켜주었다.

뮤지엄 산은 애초에 산 중턱의 벌거숭이였지만 현재는 세계적인 문화 공간이 됐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누나이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한솔그룹 고 이인희 고문의 안목과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 기법과 주변에서 채석한 돌, 물과 나무 등을 활용해 이곳을 힐링 공간으로 만들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안도 다다오는 모든 불필요함을 덜어낸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을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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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에 의해 처음 시도된 건축 기법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예술로 발돋움시켰고, 안도 다다오는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을 넘어 완전한 자기 것으로 소화해냈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 오사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돈이 필요해 복싱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자신보다 잘하는 선수들을 보고 그만뒀다. 14살 때 가족이 살던 집의 증축을 도와주던 목수를 통해 건축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안도 다다오는 밥도 거르면서 즐겁게 일하는 목수의 모습을 보고 건축이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품고 성장하던 그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 닥치는 대로 건축에 관한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 시골 마을의 언덕에 자리한 르 코르뷔지에의 걸작 롱샹 성당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안도 다다오는 건물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빛을 보면서 희망을 떠올렸다.

실제로 그는 스스로 자신의 삶이 절망적이었다고 고백한다. 말기 폐암으로 십이지장과 담낭, 췌장 등 장기 5개를 적출했지만 결국 이겨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1995)을 수상했지만 대학에 입학도 하지 않은 고졸 출신이다. 그는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찬란한 빛처럼 나도 희망이 있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렇다 할 학력도 없지만 나 역시 희망적인 인생을 보내고 싶었다”고 회고한다. 그가 설계한 대부분의 건물이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오는 찬란한 빛으로 유명한 것도 희망을 노래하는 그의 건축 철학 때문이다.

‘뮤지엄 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이어진 강연회를 통해 그를 만났다. 그는 줄곧 청춘과 희망을 노래하며 여전히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어제 오사카에서 왔다. 문화적이지 않은 곳에서 왔다.(웃음)

코로나19를 겪으며 공간의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 선생님은 어떤 공간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모두 입구를 통해 들어오셨을 텐데, 거기 설치된 높이 3m의 파란 사과를 봤나? 이름하여 ‘청춘의 사과’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젊다고 청춘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다 청춘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미술관을 방문해 청춘을 느끼길 바란다. 나는 이곳을 청춘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 물, 돌이 있고 그 돌담 안으로 들어가면 뛰어난 미술품들이 있다. 몰랐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직접 설계한 뮤지엄 산이 10주년을 맞았다.
아주 오래전에 이인희 고문이 찾아와 미술관을 지어달라고 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시큰둥했다. ‘강원도 원주의 산등성에, 서울에서도 2시간이나 걸리는 이 산골에 누가 오겠어’라고 생각했다. 당시 이 고문이 “전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오게 만드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여성들이 이처럼 용감하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요즘 이곳에 연간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역시 이 고문의 말씀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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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SCULPTURE MUSEUM, 2010, PHOTO BY SHIGEO OGAWA

돌 조각 미술관, 바트 뮌스터 암 슈타인, 독일, 1996~2010
안도 다다오는 건축물을 역사를 이어가는 일부분으로 여긴다. 그러한 건축 철학은 오래된 건축물 보수나 재생을 주제로 하는 그의 독특한 접근법과 장소에서 배어나오는 역사적 기억 및 정신에 대한 존중에서 확인된다. 그의 건축은 역사에 정착된 순간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과거에 현대의 장소성을 심는 문맥의 힘을 보여준다. 돌 조각 미술관은 현지 특유의 박공지붕과 창고를 이전해 리노베이션한 본관을 중심으로, 벽으로 둘러싸인 조각정원이 펼쳐진다. 공사는 뜻을 함께하는 현지 목수들과 합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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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HOUSE IN MANHATTAN III, 2019, PHOTO BY JEFF GOLDBERG ESTO

PENTHOUSE IN MANHATTAN III, 2019, PHOTO BY JEFF GOLDBERG ESTO

주택, 뉴욕, 미국, 2013~2019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건축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하는 안도 다다오는 1912년에 지은 12층 공동주택 최상층을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펜트하우스로 리노베이션했다. 사진은 펜트하우스에서 본 맨해튼의 야경.

한솔그룹 고 이인희 고문은 ‘국내 1호 아트 컬렉터’라 불릴 정도로 문화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뮤지엄 산은 이인희 고문의 필생의 역작으로 불린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미술관을 찾고 즐긴다.
잘 모르는 것이지만 감동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미술관이 아닐까? 이곳에 오면 하루 종일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아, 이런 예술품이!’, ‘아, 이런 자연이!’, ‘그런데 좀 멀리 있네’라고 느낄 것이다.(웃음) 아이를 낳으면 길러야 하듯이 뮤지엄도 마찬가지다.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이 미술관으로 사람을 더 끌어들일 방법은 없을까? 그 생각 끝에 ‘푸른 사과’를 만들었다. ‘청춘의 사과’라고 이름 짓고, 이를 만지면 젊어진다고 했더니 나이 든 분들만 자꾸 오신다.(웃음) 여하튼 인생은 작전이 필요하다.

안도 다다오의 상징은 노출 콘크리트다. 오랜 시간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뭔가?
건축은 자연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 콘크리트는 1897년에 파리에서 시작된 건축 기법이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나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도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 내 콘크리트는 철근이 들어 두껍지 않고 간결해 어디나 잘 어우러진다. 콘크리트 위로 빛이 들어오는데, 그 빛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그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이 콘크리트다. 앞으로는 100세 시대다. 100살까지 살려면 신체 체력은 당연히 필요하고, 지적 체력도 필요하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희망이 있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

좋은 건축물이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클라이언트가 필요하다. 예전에 한 클라이언트가 찾아왔는데,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클라이언트와 7~8년은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서 병을 고친 다음에 오라고 했다. 그분이 10년 동안 살지 못하면 우리가 힘들어지니까.(웃음) 그만큼 좋은 건축을 위해선 클라이언트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콘크리트는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재료다. 뮤지엄 산의 외벽은 이곳에서 나오는 돌로 지었다.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 전람회의 모형들은 한국 학생들이 만들었다. 나는 어느 나라의 프로젝트에서나 현지 자연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덕분에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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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RSE DE COMMERCE, 2021, PHOTO BY YUJI ONO

브르스 드 코메르스, 파리, 프랑스, 2016~2021
파리 중앙시장이 있던 자리에 인접한 옛 곡물 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프로젝트다. 프랑수아 피노와 안도 다다오는 팀을 꾸려 다시 한번 파리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안도 다다오는 전통과 현대의 대화를 테마로 삼았다. 건물 내부의 로톤다(원형 홀)에 높이 10m, 지름 30m의 콘크리트 원통을 삽입한 대담한 공간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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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GHAI POLY THEATER, 2014, PHOTO BY SHIGEO OGAWA

상하이 폴리 대극장, 상하이, 중국, 2009~2014
안도 다다오는 상하이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뉴타운에 오페라하우스를 품은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입지와 프로그램의 성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직접적인 상징의 외관이 아닌 솔리드와 보이드, 큐브와 튜브가 교차하며 자아내는 내부 공간의 강렬함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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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RCH OF THE LIGHT, 1989, MITSUO MATSUOKA

빛의 교회, 이바라키시, 오사카부, 일본, 1987~1989
빛의 교회는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의 교외 주택가에 위치한다. 이 교회는 건물의 규모가 작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건축주인 교인들, 건설회사, 건축가가 하나 되어 간결하면서도 흔히 느낄 수 없는 공간성을 지닌 예배당으로 구현됐다.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정면에 뚫린 십자가 슬릿으로 들어오는 빛이 이 교회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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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 서울, 2022
LG아트센터 서울은 서울시 서쪽 끝에 위치한 강서구 마곡 공원 안에 있다. 공원 안에 도시 개발 사업 패러다임을 반영해 문화의 중심으로 계획된 1,300명을 수용하는 홀과 과학박물관이 들어선 복합 시설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내부 공간을 규정하는 장치로 건물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튜브 형태의 개방감을 준 복도, 건물 북서쪽 끝에서 모든 층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아트리움 계단, 시설 내부 홀의 파사드를 형성하는 역동적인 콘크리트 곡면 벽 등 개성적인 건축 요소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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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회, 여주, 2011~2015
마음의 교회는 국내 화장품업체 연수 시설을 품은 아름다운 숲속에 라이브러리, 갤러리와 함께 지어진 교회다. 건물이 숲속의 움푹 파인 곳에 있어 접근하는 쪽에서 보면 지면과 같은 위치에 있는 지붕만 보인다. 그 아래에 마련된 예배 공간은 전면 개방이 가능한 대형 유리를 통해 지하 중정의 작은 폭포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안과 밖이 하나 된 숨 쉬는 기도 공간이다.

그동안 좌절된 프로젝트도 있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일수록 사람들이 초반에는 거절한다.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혹평을 들어도 마음에 담아두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실현되기 때문이다. 좌절된 프로젝트가 정말 많았다. 오사카에서 아주 오래전 집 안에 알이 들어간 건축을 시도했는데 혹평 일색이었다. 그런데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다시 구현했다. 사람들이 싫어했던 프로젝트였는데 결국 실현시킨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인사말에서 문화적이지 않은 오사카에서 왔다고 했는데, 서울은 현재 문화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다. 유행과 자본에 치우쳐 무분별한 팽창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가운데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제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나는 과거 도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당시엔 굉장히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대보다 수준이 낮다. 재미있는 곳에는 재미있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 따라서 도시가 매력 있으면 매력 있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 반대로 도시가 매력 없으면 힘이 없어진다. 건축할 때도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매력적인 곳에서 매력적인 건축물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전시 주제가 ‘청춘’이다. 오늘 간담회에서도 ‘청춘’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희망과 청춘을 유지하는 법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나는 절망적인 인생을 살았다. 암에 걸려 담관, 담낭, 십이지장, 췌장, 비장 전부를 제거했다. 지구상에서 내장 5개를 적출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노력도 많이 한다. 하루 만 보씩 걷고, 30분에 걸쳐 식사를 하고, 매일 책을 읽고, 한두 시간 정도는 공부를 한다. 절망에 머물지 않고, 청춘을 유지하며 살려면 이런 노력이 꼭 필요하다. 심지어 나는 전문학교도 다니지 못한 고졸 출신이다.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즐거운 일이 생긴다. 얼마 전 천국과 상담을 했더니, “20년만 더 살고 와라” 하더라.(웃음) 그래서 더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 사회다. 좌절했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나는 대학에 다니지도 않았고 전문적으로 건축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내가 건축가의 꿈을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대학도 못 갔고, 교육도 못 받았는데 어떻게 건축가가 될 수 있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내게 안 된다고 얘기할수록 나는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보기가 되고 싶다. 나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도 전문학교도 나오지 않았던 나는 인내심과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모두 나만의 ‘푸른 사과(희망)’를 열심히 만들길 바란다.

건축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14살 때 저희 집을 증축하는 공사를 했다. 이웃에 사는 목수가 일을 도와줬는데, 점심도 먹지 않고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며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마음에 ‘건축이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도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나? 나는 아주 즐기고 있다. 왜냐하면 돈은 클라이언트가 내니까.(웃음)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희망이 있는 건축물을 짓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사람들은 마음이 들뜨면서 행복하다. 빛을 보면 희망을 느낀다. 내 건축처럼 나도 희망이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학력이 없어도 희망이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과감한 건축을 많이 시도한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도 비결이 있을 것 같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2016~2021)는 옛 곡물 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프로젝트였다. 약 250년 전 건물인데,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다. 파리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손대는 것이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관계자와 여러 차례 미팅을 했다. 나는 영어도 프랑스어도 못하지만 모르는 게 오히려 좋을 때도 있다. 상대방이 안 된다고 할 때 내가 못 알아듣는 척하면 어영부영 넘어가기도 한다. 상대방이 답답해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웃음) 덕분에 건물 내부의 원형 홀에 콘크리트 원통을 삽입한 대담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다. 짐작하건대 돈이 엄청 들었을 것이다.

도서관 건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린 시절 전보 배달을 한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사업가로 성공한 후 미국 전역에 도서관 1,000여 곳을 지었는데, 그것이 내게 영감을 줬다. 애초에 내가 도서관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오사카시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결국 완성했다. 도서관 내부 어디에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원래 도서관 앞이 도로였는데, 오사카시에 도로를 없애달라고 제안했더니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 되겠다 싶어 일본에서 가장 높은 분을 찾아가 “만약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가 이 도로에서 차에 치는 사고가 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라고 했더니 도로가 사라지고 광장으로 변모했다. 불가능은 없다. 일단 말을 꺼내면 되는 일이 있더라. 또 다른 미술관도 같은 방식으로 광장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는 사람이 중심인 공간을 만든다. 이곳에 와서 점심 식사를 하면 즐거운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 덧붙이자면 너무 낡아서 심사숙고한 끝에 설계한 도서관이 있는데, 얼마 전에 가봤더니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어르신들이 웃는 얼굴로 보고 계시더라.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과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건축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어린이 도서관을 짓고 있다. 올해 안에 완공된다. 다음 어린이 도서관 프로젝트는 네팔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일하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말린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건축을 하고 싶다. 또 지구 친화적인 건축을 하고 싶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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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C크리에이티브센터+JCC아트센터, 서울, 2010~2014
서울 시내의 근접한 두 부지에 한 쌍을 이루는 형태로 조성된 2개의 문화 시설이다. 지하에 콘서트홀이 있는 아트센터는 역(逆)L자형 건물을 V자형 다리 위에 만들어 아래에 위치한 동을 덮는 대담한 형태의 조형물이다. 사무실과 다목적 공간을 갖춘 크리에이티브센터는 바닥면 외관이 경사져 있다. 또 옥상정원을 갖춰 곳곳에 만든 반(半)야외 테라스로 다양한 공간의 배열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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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박물관, 제주, 2009~2012
본태박물관은 제주도의 녹음이 우거진 휴양지 한쪽, 인공 연못에 면한 경사지에 들어서 있다. 한국 전통 공예 소장품 전시와 기획 전시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에 맞춰 2개의 L자형 구조가 지형을 따라 어긋나면서 병렬로 구성됐다. 2개의 L자형 사이에는 한국의 전통 담장과 수로가 있어 전통과 현대, 인공과 자연이 교차한다. 2023년 현재 안도 다다오에 의해 증축 계획이 진행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정선, 뮤지엄 산 제공
2023년 05월호

2023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정선, 뮤지엄 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