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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3인 대담, 결혼 생활이 힘들어 바람피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 없는 유부남, 유부녀의 ‘바람의 세계’.

On December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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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결심할 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면 일단 서두르지 말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남편과 제가 성향이 너무 달라 반대하는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항상 큰일이 생기죠. 우리 부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편이 결혼 후에도 시댁과 분리가 안 된다는 거예요. 시어머니와 셋이서 함께 사는 것 같고, 시댁에 가면 항상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은근히 따돌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들은 지금도 나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하물며 가족 여행을 갈 때도 남편과 시어머니, 결혼한 시누이가 자기들끼리 단톡방에서 연락해 다 결정하고 날짜와 장소를 저한테 통보하는 식이죠. 사실 그 단톡방에 함께하고 싶지도 않지만, 가족 단톡방에 나만 없다는 것도 너무 자존심이 상해요.

제 주변에도 결혼 생활이 힘들어 바람피우는 지인들이 있어요. 초등학교 동창인 남사친도 자신보다 잘난 아내를 견디기 힘들어 바람피운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나 가족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까 힘들다면서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런 무시를 받으면서도 이혼은 절대 안 해요. 성공한 아내 덕분에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데 그걸 포기하기는 싫은 거죠. 그 친구는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어린 여자를 만나더라고요. 값비싼 선물 공세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거죠. 대신 그런 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하더라고요. 직장에 임원과 바람피우는 어린 후배가 있었는데, 백화점 카드를 마음껏 쓸 수 있어 그 남자를 만나는 거였어요. 몇 달 안 돼 헤어졌지만요.

남편 바람기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후배가 있는데, 가장 열받았던 게 남편이 자기보다 훨씬 똑똑하거나 예쁜 여자와 바람났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상대를 만나보고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해요. 자기보다 훨씬 못생기고 별로인 여자였대요. 이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여자 보는 눈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더 기분이 나빴다더군요.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자기가 어떤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잘 웃어주는 게 좋았다네요. 그런 걸 보면 바람피울 때는 외모보다 대화가 통하고 감정적인 교류가 잘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즐기기 위해 육체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만 있는 건 아닌가 봐요.

어디까지를 바람으로 볼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죠. 바람, 외도, 불륜. 뭐 거기서 거기인 단어들이지만 외도와 불륜은 법적인 문제까지 들어가야 하는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상황인 것 같고, 바람은 외도나 불륜보다는 좀 덜 심각한 상황 아닐까요? 바람은 언제든 불어올 수 있고, 또 언제 불어올지 알 수 없지만 한번 지나고 나면 좀 잠잠해져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해지는 것. 이 정도가 바람 아닐까 생각해요.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바람 역시 상대 배우자를 기만하고 배신한 거잖아요. 당사자는 심각하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좀 즐긴 것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준 것부터가 바람의 시작이고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관계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마음을 주는 게 더 나쁜 것 같아요. 그야말로 몸은 죽으면 썩어 사라지는 거잖아요. 제 남편의 경우 그동안 바람피웠던 여자들과 다 육체관계를 가진 건 아니에요. 그냥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친한 친구처럼 지냈다는 게 남편의 변명이죠. 잘못했다고 말하지만 그 말도 못 믿겠어요. 부부의 신뢰가 깨져버린 거죠.

저와 남편은 서로 먼저 말을 안 할 뿐이지 우리가 부부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단순히 즐기려는 목적으로 다른 이성을 만난 적도 있고, 마음이 끌려 만난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어요. 제 경우 남편과의 관계 정리가 먼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보다 나를 좀 더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남편도 저도 이혼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힘든 건 사실이지만,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또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어리다는 거죠.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내 인생에 ‘이혼’이라는 오점을 남기고 싶지도 않고요. 이혼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남편의 뻔뻔스러움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남편은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하지만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남편한테는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으니 내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어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부부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명대사가 있죠.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하지만 결혼 후 배우자가 아닌 다른 상대와 사랑에 빠지면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2월호

2022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