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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살인의 전조입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변호해온 서혜진 변호사가 현행 스토킹 처벌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On November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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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스토킹 처벌 수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해에 시행됐어요. 영국이나 미국 등 영미권이 1990년대에 관련 처벌법을 제정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뒤처진 편이죠. 처벌법이 시행되기 전까진 경범죄에 해당됐어요.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쳤죠. 우리나라에서 처벌법 제정이 늦어진 건, 스토킹이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에요. 상대방의 일상을 방해하고 통제할 정도의 행위임에도 적극적인 구애에 불과하다고 여겼어요.

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행법으론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어요. 가해자의 행위를 완강하게 통제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제정돼야 하는데,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위협을 당해야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요.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의 접촉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가해자의 행위를 제재해도 단발성에 그친다는 게 문제예요. 스토킹의 끝은 살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피해자가 살해당함으로써 행위가 중단되는 게 가장 큰 문제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데, 사건들을 보면 해당 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는 거 같습니다.
법원에서 가해자에게 잠정 조치로 100m 이내 접근금지를 처분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요. 하지만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지난해 헤어진 여자친구의 자택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김병찬 사건 모두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피해자의 신고를 통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이 경찰에게 전달돼요. 피해자가 발급받은 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워치가 오작동하거나 경찰이 신고접수를 받고 출동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해보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스토킹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스토킹 범죄는 평소 알고 지내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락처, 자택 주소, 직장, 인간관계, 취약점 등 개인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된 상황에서 어떤 위협이 가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불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어요. 가정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는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거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열람을 제한할 수 있지만 스토킹 범죄는 아니에요. 가해자가 루트만 꿰뚫고 있으면 개인 정보를 습득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반의사불벌죄 조항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힐 경우 모든 고소가 취하된다. 경찰조사는 물론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조항이에요. 가해자 입장에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해방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형벌권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는 건 스토킹을 중대한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다름없어요. 형벌권은 범죄의 중한 정도를 따져보는 게 중심이 돼야 합니다.

원하지 않는 합의를 하는 경우도 많을 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변호해온 스토킹 피해자 대부분은 가해자의 지속적인 합의 요구로 인해 반강제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가해자가 협박 수준으로 연락을 취하는 게 불편하니까요.

법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요?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로 인정하는 행위를 5가지로 정의했는데, 범죄의 특성이 반영된 세부 조항이 필요해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특정인을 사칭한 SNS 계정을 운영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새로운 스토킹 범죄가 성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행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요. 스토킹은 수법이 점점 발전하는 범죄 중 하나예요. 이 같은 범죄의 특성이 반영된 처벌 규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죠. 또 가해자의 행위를 제재하는 방향으로 처벌법이 시행돼야 해요.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보호 차원에서 스마트 워치를 제공하는 것 대신 가해자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채우는 거죠.

스토킹 범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접촉을 시도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라고 인정해야 해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만남을 강요하고 생활반경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낭만적인 게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합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제공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제공
세계법제정보센터
2022년 11월호

2022년 11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제공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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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법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