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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수지

단단해 보이기도 부러질 것 같기도 했다. 소녀와 여인을 오가는 스물아홉, 수지의 요즘.

On July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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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지가 일냈다. 첫 단독 주연작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를 통해 대중과 평단을 모두 매료시키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수지의 성장을 보란 듯이 증명했다.

수지가 출연한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극 중 수지는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유미’ 그리고 ‘안나’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 변화를 치밀하게 연기했다.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이 원작이다. 영화 <싱글라이더>(2017)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2012)을 통해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고, 이후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배가본드> <스타트업>, 영화 <백두산> 등을 통해 흥행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안나>는 수지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배우로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는 수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심리 변화의 특성상 심리 전문가를 직접 만나 현실적으로 납득되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첫 단독 주연작 <안나>로 흥행과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지를 만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칭찬에 익숙지 않지만, 기분 좋아요”

작품이 공개되고 반응이 뜨겁다.
기분이 너무 좋다. 좋은 기사도 많이 나고, 주변에서 연락도 많이 온다. 칭찬에 익숙지 않아 들뜨지는 않지만 힘이 나긴 한다.

처음 대본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미묘한 감정이랄까. 정말 매력적이었다. 극 중 캐릭터 ‘유미’에겐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이 있다. 얘가 뭘 잘했다고 내가 공감하지? 왜 응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나’라는 인물이 자신의 사소한 거짓말로 인해 어떻게 삶이 변하고,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상황이 생기는지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의 인생은 가혹하다. 그래서 그 가혹한 인생을 연기하고 싶었다. 막연히 자신감도 있었다.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물론 부담감과 불안감도 있었는데, 결정한 뒤부터는 앞만 봤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불안감이 없어진 시점은 언제인가?
첫 촬영 때다. 그 전엔 유미를 분석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다면 첫 촬영 때는 의외로 편했다. 유미가 된 것 같았다. 유미로서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불안감이 사라졌다.

시나리오를 보고 욕심이 났다고 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 어쩔 수 없이 연기할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 몰입이 힘들었다. 당연히 아쉬운 연기도 보였다. 결국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건 실패했다.(웃음)

<안나>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유미에서 안나가 돼가는 과정의 심리와 감정 변화가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안나의 여러 상황을 시청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상황별로 디테일하게 심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유미는 거짓으로 인생을 산다. 거짓말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는 어땠나?
연기 속의 연기랄까? 거짓말하는 연기가 진짜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미도 애초엔 거짓말에 익숙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거짓말에 스스로 당황하기도 했다. 그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말투도 신경 썼다. 인위적인 말투나 톤보다는 내가 지닌 본연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안나와 유미를 연기하면서 혼란은 없었나?
유미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안나는 혼란스러웠다. 안나의 거짓말은 점점 대범해지고 안나 스스로 익숙해진다. 안나는 유미와 다르게 보이는 게 중요한 사람이다. 안나는 이해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연기하면서도 이게 안나의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했다. 대본을 볼 때는 이해됐는데 막상 현장에서 연기하니 모호했다. 결국 내가 느낀 모호한 점을 살리는 게 오히려 진짜 안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내가 느낀 모호함을 그대로 표현했다.

안나 캐릭터에 공감했던 부분도 궁금하다.
애초엔 나와 동떨어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각자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타인에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나. 결국 안나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안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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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수지의 인생 캐릭터다. 오랫동안 봐왔던 배우의 처음 보는 연기 변신에 찬사가 이어진다.
아무래도 대중이 생각하는 내 모습에서 벗어난 캐릭터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의외의 모습에 칭찬해주는 것 같다. 그런 작품을 선택한 용기를 좋게 봐주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보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나는 현장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것보다 유미와 안나의 감정이 급하다 보니 현장 분위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만 바라봤다. 그랬더니 확실히 캐릭터에 더 깊게 더 빨리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감정이나 경험이 있나?
연습 때와는 달리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톤이 나올 때가 있다.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안나를 연기하면서 그런 느낌을 꽤 많이 받았다. 그 재미가 있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화가 많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때마다 감독님이 ‘그런 표정 너무 좋아’라고 했다.(웃음)

연기도 연기인데, 빛나는 미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그 수수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잠도 못 잤다.(웃음) 생각보다 나의 초췌한 얼굴을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웃음) 수수한 얼굴은 유미를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한 여자의 삶을 다루다 보니 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연기했다.
30대 후반을 연기할 때는 외적으로 어려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극 중 안나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그렇게 합리화했다.(웃음) 그것보다 캐릭터의 감정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나이가 들수록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또 뻔뻔해지는 모습 말이다. 웨딩드레스를 입는 장면에선 사실 어느 누구도 입을 것 같지 않은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 대본엔 “여왕 같은 유미”라고 적혀 있었다. 남편과 함께하는 결혼식이기보다는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이라는 콘셉트로 연기했다.

<안나>에서 150여 벌의 의상을 입었다고 들었다.
극 중 ‘촌스러움’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온다. 유미에서 안나로 변해가는 과정을 미세하게 의상으로 표현했다. 유미는 컬러를 많이 넣어 촌스럽게 보이길 바랐다. 내재된 욕망을 화려한 색깔로 숨기려는 의도였다. 안나가 되는 과정에서는 점점 색을 빼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이주영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주영 감독과 첫 미팅 때 “안나를 어떻게 그려나갈까”를 얘기하던 순간부터 재밌었다. 생각이 다른 지점들을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도 행복했고, 극 중 심각한 장면이 많았는데 감독님 특유의 위트로 인해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소통을 많이 하면서 작업했기에 소중한 기억이 많다. 특히나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느낀 건 아주 디테일하게 작업한다는 것이다.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자에게 섬세하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완성도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감독님은 모든 출연자와 호흡이 좋았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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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한 장면 한 장면 함께 고민을 나눴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의지가 됐다. 정은채 배우, 김준한 배우와는 극 중 즐거운 장면보다 부딪치거나 심각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장난도 많이 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박예영 배우는 극 중 유일하게 친밀감을 느끼는 관계인데 실제로 많이 친해졌고 그게 작품에 잘 녹아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으로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예전에도 그랬지만 진정성 있는 배우이고 싶다. 진짜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

영화 <건축학개론>부터 <안나>까지, 배우 수지는 성장 중이다. 스스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그때는 모르는 게 많아 감독님에게 의지하며 자문을 많이 구했다. 지금은 책임감이 더욱 많이 생겼다. 내가 해내야 할 게 많아 사명감마저 들었다. 단순히 안나를 ‘거짓말하는 여자’로 비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여자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깊게 고민하고 연기했다.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궁금하다.
<안나>는 내가 욕심을 많이 냈던 작품이다.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순간순간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일기를 쓰는 습관이 생겼다. 안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어 안나에 대한 생각과 촬영 때 느꼈던 감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다 썼다. 꽤 오랫동안 치열하게 연예계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생각나는 순간이 많지 않더라. 그런데 <안나>의 모든 순간이 내 일기장에 저장돼 있고, 내 머릿속에 저장된 느낌이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러모로 내게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

결국 <안나>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유미의 거짓말과 잘잘못보다는 유미가 왜 이 같은 선택을 했고, 왜 이런 삶을 사는지 결국 한 여자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유미라는 인간상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종이 한 장 스펙을 맹신하는 사회이지 않나. 한 여자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공감 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극 중 “항상 그랬어요. 나는 마음먹은 건 다 해요”라는 안나의 대사가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먹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목표를 정하지 않은 지 꽤 됐다.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게 목표다. 열심히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뒤 비로소 조금 편해졌다. 예전엔 그 강박 때문에 힘들었다. 꽉 붙잡고 사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때보다 여유가 생겼다.


목표를 정하지 않은 지 꽤 됐다.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게 목표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뒤 비로소 편해졌다.
 예전엔 그 강박 때문에 힘들었다. 꽉 붙잡고 사는 느낌이랄까.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제공
쿠팡플레이
202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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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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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