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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예능의 힘

대세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와 <금쪽상담소>의 숨은 조력자 김승훈 PD와 오현주 작가에게 요즘 육아에 대해 물었다.

On June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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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도 흐름이 있다. 리얼리티, 관찰 예능을 지나 최근엔 상담 위주의 토크형 예능이 대세다. 그 중심에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이하 <금쪽 상담소>)가 있다. 두 프로그램의 중심은 단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다. 그녀는 특유의 사려 깊음과 따뜻함이 담긴 태도로 ‘오은영 매직’을 보여주며 전 국민의 ‘멘토’로 거듭났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은 없어지면 안 된다”며 시청률 올리기 운동이 일어날 만큼 <금쪽> 시리즈의 인기가 뜨겁다.

두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데는 오은영 박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진흙 속에서 진주가 발견되듯 음지에서 빛을 내며 금쪽이들을 도운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김승훈 PD와 오현주 작가다. 두 사람은 오은영 박사와 함께 ‘금쪽이’를 선정하고 최소 한 달의 관찰 기간을 거쳐 솔루션을 진행한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금쪽이의 삼촌이 되고 이모가 되며, 때로는 금쪽이 부모의 친구 혹은 육아 동지가 된다. 예능계의 진주 김승훈 PD와 오현주 작가를 만나 좋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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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 새끼>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승훈(이하 ‘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아빠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난 초등학교 5학년과 7살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아빠다. 주기적으로 갖는 부부 모임이 있는데,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다 보면 어느 부부든 자녀를 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더라. 편안하게 육아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무엇이었나?
“오늘 아이를 혼냈는데 지나고 보니 왜 혼냈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참을 걸 그랬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 역시도 아이를 혼내다 ‘잠깐만 내가 왜 혼내는 거지?’라는 생각에 멈칫했던 경험이 있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부모가 이렇다면 아이들은 왜 혼났는지 몰라 억울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양육을 편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가 탄생했다.
오현주(이하 ‘오’) 처음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 내 경험이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워킹맘이라 아이가 7살 때까지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아이가 8살이 되고 양육을 하려고 했더니 아이와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그때부터 육아 서적을 읽기 시작해 30여 권 정도 봤다. 책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론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엄마가 되는 연습을 했고 지금은 자녀와 잘 지내고 있다. 내가 했던 시행착오를 방송에 많이 녹였다.

실제로 각각의 사연이 모두 생활 밀착형이다.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 역시 VCR을 보다가 뜨끔할 때가 많다. 방송된 사연 중 70% 이상은 모든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기도 하고, 며칠 전 우리 집에서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가족의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모든 가족이 겪는 일을 다룬다. 아이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원인을 찾으려면 가족 간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겪는 힘듦이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이 찾아진다. 원인을 알고, 부모가 아이들이 왜 아픈지 공감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해야 변화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상황은 언제인가?
오은영 박사님이 그룹 쥬얼리 출신 이지현 씨의 아들인 우경이를 현장 코칭했을 때다. 박사님이 8년 만에 하신 현장 코칭이었다. 오은영 박사님이 우경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가진 만남이었는데 갑자기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짧은 시간 방영됐지만 실제론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박사님이 우경이에게 쏟는 에너지, 우경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오은영 박사님을 보면 늘 감동이다. 녹화 중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도 가지 않고 부모님에게 주의 사항을 당부한다. 용기 내어 방송에 출연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만약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이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행동이다.


곁에서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어떤 분인가?
좋은 어른. 정서적으로 따뜻한 분이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항상 좋은 의도를 강조한다. 당사자에게도 좋아야 하고 사회에도 좋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박사님의 선한 에너지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솔직하시고, ‘어른이라서’ 등 어떤 이유로든 체면치레하지 않는 분이다. 오은영 박사님이 하신 말씀 중에 “사과를 잘해야 된다”고 한 게 기억난다. 어른들 중에 사과를 못 하는 사람이 많다. 잘못을 알지만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은영 박사님은 그런 모습이 없다. 언제나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며, 대화로 갈등을 중재한다. 나 역시 박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다. 또 박사님께서 “상담은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박사님이 지향하는 점을 나타내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신애라, 정형돈, 장영란, 홍현희까지 4MC의 역할도 눈에 띈다.
첫 촬영 때부터 신기할 정도로 4MC의 호흡이 좋았다. 기본적으로 모두 공감 능력이 좋다. 출연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정형돈은 유일하게 <금쪽같은 내 새끼>와 <금쪽 상담소>에 모두 출연한다.
정형돈은 금쪽이 자체다. 정형돈은 1970~1980년대 가족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표현에 서툴렀다고 한다. 그래서 출연자들의 스토리를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면서도 한편으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 신기한 건 프로그램 회차가 거듭되면서 정형돈이 변했다는 점이다. 각각의 상황에 자신의 문제점을 대입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본래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는데 이젠 쌍둥이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한다. 본인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다. 가족과 캠핑도 다닌다고 하더라.
어떻게 보면 우리 프로그램은 금쪽이의 성장기이자 정형돈의 성장기다. 2년 동안 정형돈이 많이 변했다. 그래서일까? 얼굴이 환해졌다.(웃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아빠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나 역시도 아이를 혼내다 ‘잠깐, 내가 왜 혼내는 거지?’라는 생각에 멈칫했던 경험이 있다.
‘양육을 편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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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함은 있되 따뜻하게 품는 부모

<금쪽같은 내 새끼> 100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출연했던 금쪽이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모두 소소한 변화를 겪으며 잘 지내고 있다. 금쪽이 부모님들이 일상을 제작진에게 공유해주는데 변화가 다양하다. 밥을 안 먹던 금쪽이가 살이 쪘다든가 학교를 가지 않던 아이가 학교를 가는 식이다. 대체로 최초 답사부터 솔루션 종료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된다. 그 기간을 함께 하고 나면 제작진이 금쪽이의 삼촌이 되고 이모가 된다. 방송에선 ‘금쪽이’라고 부르지만 제작진은 금쪽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는데, 아이들이 변한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제3자가 보면 변화가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사소한 변화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다. 변화가 생기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사소한 변화를 보면서 부모와 아이들이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제작진 모두가 노력한다.
 

출연하는 금쪽이는 어떻게 선정하나?
오은영 박사님과 상의해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으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가족을 선정한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변화하겠단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부모님이 원한다고 출연이 성사되진 않는다. 아이 또한 출연에 동의해야 한다. 아이는 출연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데, 아이 역시 깊이 있게 고민하고 출연에 동의한다.
아동 인권과 초상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이를 만났을 때 촬영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대화를 나눠보면 아이 역시 오은영 박사님을 만나 도움받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하다. 내가 왜 화났는지, 왜 힘든지를 알고 싶어 하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 또한 절실하다.


아이가 촬영을 거부한 경우도 있나?
현장에서 아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촬영을 중단한다. 최근에 아빠는 출연하고 싶은데 아이가 동의하지 않아 제작진이 아이를 설득한 적도 있다. 제작진에게도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설득도 하는 것이다. 금쪽이가 성인이 됐을 때 “우리 부모님이 나를 너무 사랑해서, 잘 키우고 싶어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노력했네”라고 말하길 바라며 제작한다. 우리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저 아이는 유별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의 상황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땐 이유가 있다. 그런데 부모가 화나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럴수록 원인을 찾는 데서 멀어지고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원인을 찾으면 아이를 이해하기 편하다.
개인적으로 가정에서 ‘악역’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격할 땐 엄해야 하고 친근할 땐 친근해야 한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아이가 자라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육아 역시 그에 맞춰 수정 보완돼야 한다.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단호함은 있되 따뜻하게 품는 부모. 오은영 박사님 역시 늘 ‘firm and warm’을 강조한다.
대화가 통하는 부모. 나는 지금도 초등학교 5학년인 첫아들과 같이 잔다. 함께 누워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한 날은 아들과 단둘이 치킨집에 갔다. 치킨 한 마리를 시키고 나는 맥주를, 아들은 탄산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아들이 “아빠, 요즘 일하는 건 괜찮아?”라고 물었고 1시간 30분 동안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어리게만 봤던 아들과 평범한 대화가 되더라. 그때 지금과 같은 사이로 지내면 사춘기가 오거나 특별한 일이 생겨도 아들이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화를 통해 더 단단한 관계가 될 수 있더라.
대화 중 아이의 감정을 읽는 게 포인트다. 어렵지만 꾸준히 대화하며 계속 시도해야 한다. 앞으로 <금쪽같은 내 새끼>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초기엔 유아의 육아를 다뤘지만 청소년, 성인 금쪽이를 통해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갈등을 다룰 예정이다.
육아의 목표는 건강한 성인을 만들어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다. 자녀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의 유대 관계가 끈끈해야 자녀가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다.


그 시기에 빈둥지증후군을 겪는 부모가 많다. 

그 시기가 오면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어떤 관계로 지내야 할지 혼란스러운 거다. 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흔히 말하는 바깥으로 도는 부부가 된다. 엄마는 동네 친구들이랑 등산 가고, 아빠는 골프를 치러 가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웃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함께 하는 취미가 있으면 좋다. 또 누구나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부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대화 중에 다툼이 생길 수도 있지만 필요한 다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시기의 부부 관계도 한 번쯤 다뤄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금쪽이 가족은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용기 내어 하는 일이다. 금쪽이 가족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길 부탁드린다.
평가보다는 금쪽이와 금쪽이 부모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주길 바란다.


워킹맘이라 아이가 7살 때까지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아이가 8살이 되고 양육을 하려고 했더니 아이와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방송에 많이 녹였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채널 A 제공
장소
마름모커피
2022년 06월호

202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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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사진
김정선, 채널 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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