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얻은 건 적고 잃은 건 많다

“예능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하면 안 되나요?” <유퀴즈> 윤석열 출연 놓고 여전히 시끄럽다.

On May 27, 2022

3 / 10
/upload/woman/article/202205/thumb/51065-488696-sample.jpg

 

윤석열 대통령이 tvN 간판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놓고 방송계와 정치계가 여전히 시끄럽다. 정치권에서는 ‘예능의 정치화, 미디어의 정치적 중립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방송계에서는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 신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다만 CJ ENM 입장에서 얻은 것은 크게 없어 보인다. <유퀴즈> 150회 시청률은 4.4%(닐슨)와 3.5%(TNMS)로 각각 집계됐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 효과는 미미했고, 거꾸로 시청자들의 반발만 계속되고 있다.
 

막상 재미도 없고…

방영 전부터 <유퀴즈> ‘윤석열 편’은 화제였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당선된 후에는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었기 때문이다.

4월 20일 방송된 내용은 화제에 비해 평이했다. 윤 당선인은 진행자 유재석, 조세호와 여느 출연자들처럼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 당선인이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나 최근 근황, 아홉 차례 사법고시에 도전한 끝에 합격해 검사가 된 에피소드, 검사 시절 밥총무(같은 부서 내에서 식사 메뉴를 정하고 예약하는 업무를 일컫는 말)를 하던 시절 에피소드, 민초파(민트초콜릿파) 등의 이야기를 19분 동안 털어놨다.

방송 직전까지도 잡음은 계속됐다. 방송 전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으로 몰려들었는데, 방송 직전까지 9,000건의 항의 게시 글이 올라왔다. 프로그램 취지와 윤 당선인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었다.

방송 분위기도 다소 딱딱하게 시작했다. MC 유재석이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말하자, 윤 당선인이 “그럼 안 나올 걸 그랬나요?”라고 웃으며 답할 때 유재석의 표정이 얼어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송 이후 게시판은 더 뜨거워졌다. 시청자들은 게시판에 4,000여 개의 글을 쏟아내면서 윤 당선인 방송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다만 ‘재미’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시청자 게시판엔 “역대급으로 허무한 방송”이라는 평이 많았다. 이날 <유퀴즈>에서 다뤄진 에피소드들이 이미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출연했던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민할 수 있는 정치 얘기는 다루지 않았지만, 그러다 보니 다 나왔던 에피소드만 재탕한 셈이 됐다.

시청률도 이런 평가를 방증했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는 전주(3.8%) 대비 상승한 4.4%로 집계했지만, TNMS는 전주 (3.9%)보다 되레 떨어진 3.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닐슨코리아 기준 올해 평균 시청률 4.71%에 비해 0.3%p가량 낮아진 시청률이기도 하다. TNMS는 “30대 여성의 시청률이 전주 4.6%에서 이날 2.4%로 반토막이 나 전체 시청층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3 / 10
/upload/woman/article/202205/thumb/51065-488697-sample.jpg

방영 전부터 <유퀴즈> ‘윤석열 편’은 화제였다. 결과적으로 <유퀴즈> 측은 얻은 건 없고 잃은 건 많은 방송이었다.

방영 전부터 <유퀴즈> ‘윤석열 편’은 화제였다. 결과적으로 <유퀴즈> 측은 얻은 건 없고 잃은 건 많은 방송이었다.

CJ ENM “당선인 신분의 비정치인이라 섭외”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뻔했던 논란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SNS 글과 함께 재점화됐다. SNS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의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만 출연을 허락했다는 ‘정치적 편향성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탁 의전비서관은 “작년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 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는데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국정 업무에 대한 홍보 차원에서 <유퀴즈> 출연을 희망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측도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을 비판하고 나섰다. CJ ENM이 공격 대상이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28일 성명을 통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압력을 받은 것인가, 스스로 고개를 숙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 이재명 전 경기지사까지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인 출연을 거절했던 CJ ENM이 유독 윤석열 당선인만 방송에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CJ ENM 대표인 강호성 대표가 검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 시절 함께 근무했던 인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CJ ENM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상황에 정통한 한 방송계 관계자는 “제작진에서 문 대통령 출연 등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더라. 윗선의 지시로 섭외한 것도 아니며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한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당선인 신분의 비정치인이라서 섭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유재석에게도 불똥

결국 <유퀴즈> 제작진은 논란의 19분, 윤석열 당선인 출연분 방송 일주일 뒤인 4월 27일 방송 말미에 ‘나의 제작 일지’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로 해명했다. 제작진은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인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색 논란으로 번지며 MC 유재석에게 불똥이 튀었다. <유퀴즈> 게시판에는 유재석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시작으로 25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으나 이번처럼 논란이 크게 인 사례는 거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6년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에 출연했는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로 야당 당수 신분이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MBC의 또 다른 예능인 <느낌표-책을 읽읍시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실 대선 직전 예능 출연은 매우 흔해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모두 SBS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했고,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배우자 김혜경 씨와 SBS 예능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 고정 출연한 적도 있다. 당장 <유퀴즈>만 해도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출연해 ‘프로파일러’와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CJ ENM과 <유퀴즈> 제작진을 두고 “얻은 것이 없는데 비해, 잃은 것이 많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한 PD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예능에 대해서도 엄격한 시선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잔인하다”면서도 “나름 제작진도 고민을 해 정치적인 부분은 모두 덜어내고 사람 이야기에 집중한 것 같은데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고, 여야가 대립하는 국면이다 보니 정치권의 공세가 거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어도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정치인 출연이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tvN <유퀴즈> 방송 캡처
2022년 06월호

2022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tvN <유퀴즈>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