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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 영어 공부 A to Z

영어 공부는 유치원 때부터 빠르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쉽지 않다. 초·중·고에 따른 영어 학습 전략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On March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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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맞춤식 학습 전략

유정임 작가(이하 ‘유’)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백재훈 소장(이하 ‘백’) 여러 기관에서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를 보면 언어 습득에 있어 절대적 요소로 어린 나이 때부터 언어에 노출되는 게 효과적인 건 분명해요. 한마디로 조기교육은 영어 습득에 대단한 효과가 있다는 거죠. 다만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처럼 영어를 낯선 외국어로 사용하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는 교육과정 말고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어요. 환경, 즉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언어, 또 얼마나 잘 가르쳐주느냐의 역량이 큰 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영어 유치원에서 배운 걸 평소 생활 속에서 얼마나 사용하는지, 아이의 레벨에 맞는 선생님의 세심한 가르침 등등이 큰 역할을 하죠. 그래서 아이가 다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키우고 싶다면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 담당 교사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해요. 얼마나 적극적이고 정성스럽게 살펴주는지를 봐야 합니다.

얼마나 빨리 가르치느냐보다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노출시키느냐가 관건이네요. 사실 영어가 우리나라 말이 아니니 공부가 쉽지 않아요. 초·중·고에 따른 영어 학습 전략,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동영 대표(이하 ‘김’) 학습으로서의 영어 공부를 말하자면 좀 다른 시각이 필요한데요, 먼저 우리나라에서 보는 영어 시험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해요. 일반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보는 최초의 의미 있는 영어 시험은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일 겁니다. 이 시험은 전형적으로 짜인 틀 안에서 문제가 나오죠. 예를 들어 “다음 중 ‘Thank you’에 대한 답변으로 옳지 않은 것은?”, “다음 보기의 밑줄 친 ‘what’의 용법과 같은 용법으로 쓰인 ‘what’을 고르시오”와 같은 문제들이요. 제가 수많은 문제 중에 이 둘을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들었던 ‘Thank you’에 대한 답은 ‘Sure’였어요. 뭐지? 고맙다고 하면 으레 “별말씀을요! 천만에요”라고 반응해야 하는데 “물론이야. 당연해”라는 반응이 온 거예요. 황당했지만 사실 이렇게도 쓰는 게 영어라는 거죠.

우리도 그런 농담하잖아요. 내가 어딜 다쳤을 때 누가 걱정돼서 내게 “How are you?”라고 물었는데 나는 달달 외운 대로 “I’m fine. and you?” 하고 되묻는다는. (웃음)
맞아요. 무조건 암기하는 영어 공부의 병폐죠. 우린 늘 ‘Thank you’ 하면 ‘You’re welcome’을 자동 반사적으로 외우고 있었으니까요. 앞서 예를 든 문제가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 문제였는데, 교사의 판에 박힌 사고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건 이런 시험을 보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소위 모의고사라고 부르는 전국학력평가(이하 ‘학평’)를 보게 됩니다. 중등 과정에서 겪었던 불필요한 짐을 벗게 돼 좋은 것 같지만, 실은 여기서부터 영어 시험은 영어를 잘한다고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라는 게 문젭니다. 특히 빈칸에 뭐가 들어갈지 추론하는 문제나 글의 순서를 묻는 유형의 문제는 미국인도 못 풀어요. 글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는 언어적 능력이 있어야 풀이가 가능한데, 빈칸 문제를 흔히 ‘fill-in-the-blank’라고 부르지만 학평과 수능에 출제되는 유형은 CPT(Cloze Procedure Test)라는 고유 이름이 존재하는 유형입니다. 미국인도 언어능력이 우수한 사람만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죠. 요컨대 전반적인 언어능력이 우수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말입니다. 그런 걸 우리나라 고등학생에게 출제하니 쉽겠습니까? 어려워요.

요즘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90점만 넘으면 다 1등급이잖아요. 좀 쉬워진 거 아닌가요?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답은 간단해요. 목표치만 수정된 거지 성취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마찬가지죠. 한마디로, 절대평가가 수월할 듯 보이지만 점수는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 방심은 금물입니다. 생각 외로 절대평가의 1등급 비율이 낮아요. 2022학년도 수능 영어 1등급은 6.25%에 불과했어요.

우리가 제일 어렵게 생각하고, 특히 초등 때 꼭 건너야 하는 강이 있죠. 단어 외우기가 그건데요, 요즘 초등학생은 하루에 100단어씩 암기하라는 압박을 받기도 한대요. 단어 암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에요. 하루에 단어를 100개씩 100일간 외우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100×100=10,000?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그냥 마지막 날 외운 100이 다입니다. 결국 활용할 수 없는 죽은 단어라는 거죠. 어휘는 TPO(시간, 장소, 경우)에 맞게 사용하면서 익혀야 해요. 하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사용하는 게 힘드니까 플랜 B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문장과 대화 속에서 어떻게 그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지를 참고해 반복적으로 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루에 두 문장씩 100일간 본다고 가정하면, 최소 2,500개의 단어를 보게 됩니다. 이 정도만 잘 소화하면 어지간한 영어 교사보다 더 능숙한 영어 구사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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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문장 학습 교재는 교과서”

아이들이 중학생 때 영어 문법을 통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과외를 시켰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아무 도움이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가끔 외국인들이 그러잖아요. “우리도 모르는 영문법을 한국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고요. 도대체 영문법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문법과 어법의 학습에 대해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제가 과거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쓴 말이 “맞지? 그치?”였습니다. 사실 이 말은 한국어 어법 규칙에 맞춰보면 틀린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 말이 소통이 안 되나요? 아니요, 다 이해해요. 말과 문장의 제1원칙은 소통입니다. 한국인의 외국어 습득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그런 점을 간과한 것에서 시작되죠. 어법이나 문법이 제일 중요하다고 선행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다만 한국의 영어 시험에서 문법은 상당 부분 점수를 가르는 역할을 해요. 흔히 변별력이라고 하죠. 그렇지만 이 경우를 꼼꼼히 살펴보면 출제 포인트가 뻔합니다. 수능의 경우 67가지 핵심만 알면 점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영어에서의 한국형 영어 문법 시험은 그냥 핵심적인 사항 몇 가지만 단기간에 공부하면 충분히 습득 가능하죠. 영문법 4주 완성은 불가능해도 시험에 나오는 영어 어법 단기 완성은 쉽다는 얘깁니다.

언어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로서의 영어는 쉽게 정복이 가능하다는 말씀인데요, 흔히 엄마들 사이에서 그런 말을 하거든요. “중학생 때 영어 내신 점수는 교과서 지문을 달달 외우면 된다.” 이거 맞는 얘긴가요?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아이들이 볼만한 최고의 문장 학습 교재가 뭐냐고 묻는데요, 그럴 때마다 정답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교재가 있어요. 바로 교과서입니다.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골고루 습득한다면 그게 최선이고요, 학교마다 교과서 선택이 다르니까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과서만 통달해도 충분한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미 없는 단순한 암기는 권장 사항은 아니지만, 활용이 가능한 암기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중등 내신이라면 당연히 점수에도 반영될 거고요.

영어를 언어로서 공부하느냐, 아니면 단순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습 과목으로만 보느냐에 따라 공부 방법에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은 정말 좋은 번역 앱도 많아 영어 공부 안 해도 쉽게 소통하잖아요. 앞으로 번역기가 더 잘 나올 텐데 굳이 이렇게 어렵게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질문도 많이 받아요. 영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답이 될 거 같습니다. 언어는 소통의 1차 수단이기도 하지만, 좌뇌를 발전시켜 각 개인의 이성적 논리 구조를 극대화하는 초석이라고 합니다. 거기에다 이중 삼중 언어를 구사한다면, 다양한 어법 체계를 깨달으면서 메타인지의 세계로 인지 영역을 확대시킬 수도 있죠. 단순한 번역기의 기능은 따라올 수 없는 소통의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번역기에 돌리면,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란 표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요? 번역으로만 이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언어를 인지하기 위해 공부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커지는 좌뇌와 일부 우뇌의 발달로 상상하지 못한 혜택을 반드시 보게 됩니다. 여러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일은 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욕심이긴 합니다만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언어로서의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싶네요. 영어 학습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 흥미롭게 잘 들었습니다.
 

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교육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전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PD
전 (재)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3월호

2022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