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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의 세계관

이서진의 삶에서 ‘재미’는 주요 키워드다. 이서진의 세계관에 대하여.

On March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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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서진이 인생 최초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민머리 분장에 여장, 코믹 패러디까지 전에 없는 파격 변신으로 연일 화제다. 까칠하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이서진으로서는 도전을 넘어 파격과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티빙 <내과 박원장>은 1도(하나도)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픈’ 현실을 그려낸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다. 진정한 의사를 꿈꿨으나 오늘도 파리 날리는 진료실에서 의술과 상술 사이를 고민하는 ‘박 원장’의 적자 탈출 생존기를 그린다. 이서진은 극 중 <내과 박원장>의 타이틀롤인 박 원장을 연기한다.

40대 박 원장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사모림’(라미란 분)과 돌도 씹어 먹을 것 같은 큰아들 ‘박민구’(주우연 분), 인기 유튜버를 꿈꾸는 작은아들 ‘박동구’(김강훈 분)가 있다. 이서진은 두 아들과도 전혀 어색함 없는, 짠한 아빠다.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서진이 오랜만에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그는 특유의 쿨내 진동하는 답변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젊을 때는 흥행할 것 같은 작품들 위주로 선택했다. 어느 순간 그런 걸 내려놓으니 고민이 사라졌다.
내가 즐거운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흥행이 잘 안 돼도 내가 재미있게 일했으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


<내과 박원장>을 통해 첫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그동안 코믹 연기를 일부러 안 한 것은 아니었다. B급 감성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그동안 그런 대본이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들어오더라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없었다. 사실 처음에 <내과 박원장>의 대본을 읽고 바로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한데 주변 젊은 친구들에게 모니터했을 때 대본이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내 감성보다는 젊은 감성에 의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

젊은 세대들과 소통을 자주 하는 편인가?
나도 중년에 접어든 지 한참 됐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친구가 많다. 이 시대를 그 친구들이 이끌어가야 하고, 이제는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믹물에 처음 도전하는데, 고민은 없었나?
내가 진짜 웃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무조건 웃기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작이 웹툰이다 보니 연기를 조금 만화스럽게 하려고 했다. 분장 빼고는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 처한 처절한 남자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코믹물, 해보니 어땠나?
촬영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결과물은 시청자가 판단할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코미디가 자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시 코믹물이 들어온다면 할 생각은 있다.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알아주니 감사하다.

어떤 역할인가?
박 원장은 양심 있는 의사는 아닌 것 같다. 극 중에서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많이 한다. <내과 박원장>은 의술을 중요시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개업 초기 의사의 힘든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래서 의술보다는 이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40대 중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

두 아들의 아빠를 연기했는데 어땠나?
부성애가 강한 역할이라면 안 했을 거다. 그런데 이 아빠는 부성애보다는 두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현장에서도 웃으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무엇보다도 파격적인 민머리 분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막상 민머리 분장을 하고 나니 웃겨야 하는데 너무 잘 어울려서 실망했다. 사실 웹툰 원작은 대머리인데, 대본에는 없었다. 감독과 미팅하면서 대머리를 살리자고 내가 먼저 얘기했다. 포스터도 제안했더니 감독이 신나서 대본을 수정하고 대머리 장면을 계속 넣더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웃을 수 있다면 도전하고 싶었다.

지하철역 광고로 화제가 됐었는데, 본 적이 있나?
정말 많이 봤다. 요즘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본다. 지하철에서 포스터를 보면 고개를 돌렸다. 보고 싶지는 않더라.(웃음)

진짜 충격을 준 건 여장이었다.(웃음)
더 웃기게 나왔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덜 웃긴 것 같다. 민머리보다는 여장이 더 어렵더라. 20대나 30대에 했으면 봐줄 만했을 텐데 나이 들어 하니 꼴 보기 싫더라. 그 와중에 분장 팀은 신이 나서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더 칠하겠다고 해서 버럭 짜증을 좀 내기도 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절친인 나영석 PD가 촬영장을 방문해 뒤집어질 정도로 웃었다고 들었다.
내 모습을 보고 거의 뒤집어지다시피 했다. 그는 내가 망가지는 걸 좋아한다.(웃음) 주위에서 네티즌의 반응을 전해주기도 하는데, 좋은 댓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전 재산 탕진한 것이 아니냐”, “이서진이 이렇게까지 하면 봐줘야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재밌는 댓글이라 좋게 생각한다.

실제로는 풍성한 머리숱과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 올 한 올 아끼고 있다.(웃음) 사실 모발은 타고나서 숱이 많지만 중년 남자라면 탈모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탈모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모발이나 피부가 좋은 건 부양가족이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50대가 되니 분명히 신체 변화가 있더라. 건강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병원에 자주 간다.

코미디 장르다 보니까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많은 배우가 현장에서 감독의 컷 사인이 늦어지면 가만히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하더라. 지금 보면 어떤 게 애드리브이고 대사인지 잘 모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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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양면성 있는 캐릭터 연기를 하고 싶다.
피하는 역할은, 가정이 있는 역이나 뜨거운 부성애 역할이다. 또 나이가 있다 보니 멜로를 하면 역겨워할까 봐 선호하지 않는다.


박 원장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이 공감됐나?
나도 박 원장처럼 중년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 중년이 갖고 있는 심적인 부분들이 공감됐다. 만약 나도 부양하는 가족이 있다면 박 원장처럼 짠내 나는 사람이 됐을 거다. 평소에 절약을 많이 하는 편이다. 집에서 전기를 낭비하는 걸 싫어한다. 음식을 버리는 것도 싫다. 어쩌면 박 원장보다 더 짠내 날 수도 있다. 지금도 월세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웃음)

의사 역할을 해보니 어땠나?
항상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들의 고충을 잘 몰랐다. 개원 초반에 박 원장처럼 힘든 경험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내과는 계산해보니 환자가 많지 않으면 병원 꾸려나가기 힘들겠더라. 박 원장 캐릭터를 통해 사는 방식은 달라도 누구나 어려움이 있고, 의사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모습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진지한 것을 싫어한다. 무조건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연기할 때는 재미와 감동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미란과의 부부 호흡은 어땠나?(극 중 박 원장 아내 사모림은 특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원픽이었다. 독보적이다. 내 캐릭터는 그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라미란이 연기한 사모림은 그녀가 아니면 못 한다. 코미디만 잘하는 게 아니라 정극에서도 너무 좋은 배우다. 이번엔 코미디를 했지만, 다음엔 같이 정극과 스릴러도 해보고 싶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너무 좋았다. 촬영 안 할 때는 (김)광규 형이랑 티격태격하면서 놀 때가 많았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같이 끼어들어 농담하며 놀았다. 마치 친한 동네 사람들과 노는 느낌이랄까. 출연하는 배우들이 다들 경력이 오래돼 긴장하는 게 없었다. 큐 들어가기 전에 노느라 바빴다.

김광규 씨가 “다시 태어나면 이서진으로”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내가 걱정 없이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도 알고 보면 고민도 있고 힘들게 산다. 물론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고, 타고난 운도 좋아 고생은 크게 안 하긴 했다.

특별출연한 배우 중 인상 깊은 사람은 누구인가?
2005년에 박성웅 씨와 영화를 같이 찍은 적이 있다. 사적으로는 가끔 봤지만, 진짜 오랜만에 박성웅 씨와 연기했다. 박성웅 씨가 유명해지기 전에 만나 친하게 지낸 사이다. 배우로서 잘되고 결혼도 하고 특별출연까지 해주니까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대배우가 되지 않았나.

OTT 플랫폼에 처음 도전한 것으로 안다.
OTT 플랫폼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연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내과 박원장>을 하면서 보니 OTT에서는 편하게 욕도 하고 PPL을 해도 되더라. 이런 것들이 새롭고, 너무 재미있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있나?
새롭거나 재미있거나, 2가지다. 장르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새로운 장르나 역할을 계속해보고 싶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양면성 있는 캐릭터 연기도 하고 싶다. 대신 피하는 역할이 있는데, 가정이 있는 역이나 뜨거운 부성애 역할, 홈드라마는 미혼이라 피한다. 나이가 있다 보니 멜로를 하면 역겨워할까 봐 선호하지 않는다. 멜로를 하려면 가슴에 뜨거운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식었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도전이 즐거운 이유는 뭔가?
젊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흥행할 것 같은 작품을 위주로 했다. 한데 어느 순간 그런 걸 내려놓으니 고민이 사라졌다. 내가 즐거운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작품이 잘 안 돼도 내가 재미있게 일했으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

나영석 PD와 많은 예능을 해왔는데, 이유가 있나?
내 마음대로 해도 나영석 PD가 잘 편집해주니까 믿고 하게 된다. 나영석 PD가 은퇴하면 나도 예능에서 은퇴할 생각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나?
제일 힘들었던 건 <꽃보다 할배>였다. 선생님들 연세가 많으시고 나도 나이가 있지 않나. 힘들더라. <삼시세끼>는 이제 차승원이 대표 주자라 생각한다. <윤스테이>는 사실 나 빼고 다 세계적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윤여정, 최우식, 박서준 등 모두 자랑스럽다. 그래서 식당 이름을 ‘오스카’로 바꾸자고 제안도 했었다. <윤식당>은 또 할 가능성이 있다. 점심 장사만 하기에 저녁에는 편하게 쉴 수 있고, 해외에서 촬영해서 볼거리도 많다.

예능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예능적인 이미지로 굳혀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예능은 예능이고 연기는 연기다.

최근 2PM 이준호가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조 이산 역할로 큰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이서진 씨가 출연한 MBC 드라마 <이산>(2007)의 역주행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극 중 캐릭터로 불린 게 몇 작품 있다. 그중에서도 <이산>이 대표적이었는데, 준호가 이번에 싹 정리를 해줬다. 사실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이제 이산 하면 준호다. 나는 그냥 ‘박 원장’이다. 준호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도 해서 너무 뿌듯하고 좋다. 그리고 역주행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웃음)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데뷔 후 힘들지 않게 빠른 시간 안에 얼굴을 알리게 됐다. 실력이 좋다기보다 좋은 연출, 좋은 배우,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생각지 않게 출연한 예능도 잘됐다. 이 모든 게 운이라고 생각한다.

1999년에 데뷔해 어느덧 배우 활동 20년을 훌쩍 넘겼다.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개인적으론 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20년을 넘긴 배우가 됐다는 말이 민망스럽다. 젊은 배우들을 만나면 일을 좀 줄이고 현재의 삶도 누리라고 말해준다. 가까운 박서준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다. 잘하고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그때 즐기는 것과 지금 즐기는 것이 다르지 않나.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큰 목표는 없다. 개인으로는 감사할 정도로 성취한 것 같다. 얼마나 오랫동안 배우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것이다. 코미디이든 정극이든 또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티빙 제공
2022년 03월호

2022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