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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혼했어요> 이국용 PD & 정선영 작가 인터뷰

이혼의 재발견, <우리 이혼했어요> 제작진 인터뷰

이혼 부부의 관계를 재정립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세상에 비난받을 이혼은 없다.

On March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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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이혼을 큰 결함이라고 말한다.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걸 쉽게 잊곤 한다. 이처럼 명쾌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혼 부부의 관계에 주목한 이들이 있다. 바로 TV조선 <연애의 맛> <아내의 맛>을 연출한 11년 차 베테랑 PD 이국용과 KBS2 <1박 2일>, SBS <런닝맨> 등 22년 차 예능 작가 정선영. 이들이 말하는 이혼 이야기.

이혼에 대하여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 1 종영 소감을 전하자면?
이국영 PD(이하 '이') 시원섭섭하다.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한 세계에 몰두하고 있다가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제작자로서 방송에 임한다기보다 출연진을 지켜본다는 느낌이 컸다.

정선영 작가(이하 '정') 올가을 시즌 2 계획이 있지만, 애정을 쏟았던 프로그램이라 섭섭함은 어쩔 수 없다. 섭외부터 방송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또 그만큼 좋았다. 출연진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인간관계를 생각하는 폭이 넓어졌고, 시청자들에게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된 거 같아 뿌듯하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새로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으로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여러 방송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하나같이 "현실적이지 않아서 안 될 거다" "이혼 부부들을 모을 수 있겠나"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제가 미혼이라 그런지 이혼 부부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예능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혼 부부 섭외,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방송이 엎어지는 줄 알았다.(웃음) 어느 정도 난항을 예상하고 제작진이 한데 모여 리스트를 넉넉하게 뽑았는데도 역부족이었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 섭외처럼 전화로 설명하는 데에 어려운 면이 있어 "만나뵙고 말씀드리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또 부부니까 양쪽의 출연 의사가 필요했는데 한쪽을 설득한 뒤에 다른 한쪽에서 거절하는 일도 잦아 쉽지 않았다.

섭외 소문이 돌면서 소속사 측에서 애초에 차단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이름만 말했는데 바로 거절하는 식이었다.(웃음)


그럼에도 섭외를 했는데 비결이 뭔가?
진정성 있는 대화. 쉽게 출연을 응한 분들은 없다. 그래서 미팅이 잡히면 기본 2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갔다. 사적인 영역이고 민감한 부분이라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혼한 부부들의 자연스러운 관계'라는 기획 의도를 강조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최고기&유깻잎 섭외 과정도 궁금하다.
유튜버 1세대로 젊은 친구들에게는 알려진 사람들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로 이영하&선우은숙 씨가 출연하기로 결정한 뒤라서 젊은 팀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보던 중 두 사람을 알게 됐다.


첫 촬영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두 사람이 3박 4일간 함께 지내는 콘셉트였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제작진은 상황실에서 현장을 지켜봤다. 촬영이 시작됐는데 신기하게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표정에 빠져들었다. 현장에 있던 스태프도 "이 드라마 빠져든다"고 할 만큼 모두가 집중했다.

처음 시도해보는 예능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서로에게 쌓인 원망, 미안함으로 자칫 싸움도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이었다.


예능이라기보다는 드라마,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촬영 일정을 길게 잡아 첫 1~2일은 버려도 상관없으니 출연진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둘만 있는 공간이더라도 카메라 라인이 한 개라도 보이면 방송이라고 인지하기 때문에 연출적인 부분에서 포기할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카메라 감독부터 스태프까지 다 철수시키기도 했다.

분위기를 잘 맞추는 게 관건이었다. 고기&깻잎 팀으로 첫 촬영을 할 때부터 스태프와 출연진을 분리했다. 보통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약간의 콘텐츠와 구성이 바탕으로 깔리는데 <우리 이혼했어요>는 달랐다.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을수록 만족도 높은 방송분이 나왔다.


연출, 편집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다.
촬영할 때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가 잘 담기지 않아 편집과 수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결론적으로 대사를 버리더라도 표정을 살리고, 적막이 흐르더라도 현장의 분위기를 담기로 했다. 첫 방송 전, 시사회를 10~20번 정도 진행했다. 처음엔 20분짜리 호흡이 짧은 편집 영상으로 시사를 했는데 아쉬움이 남아 30분으로 늘렸다가 1시간 30분으로 더 늘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대사를 꼽으면?
선우은숙 씨가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아?"라고 말했을 때. 그리고 이영하 씨가 "나라고 아쉬운 게 없겠어? 말을 안 하는 것뿐이야"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대목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담아두고 산 거다. 그런 게 '부부'이고 '이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출연진의 복잡미묘한 표정, 감정이 머리를 스친다. 촬영 당시 모니터를 지켜보면서 전 스태프가 정말 많이 울었다.(웃음) 촬영하면서 울고, 편집본 보면서 울고, 스튜디오 녹화하면서도 울었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복잡함이 느껴졌다.


방송의 화제성만큼 논란도 많았다.
출연진에 대한 오해가 생겼을 때 속상했다. 이영하&선우은숙, 최고기&유깻잎 팀은 첫 방송 전에 5회분을 촬영해놓았다. 첫 방송이 나간 뒤 이영하 씨가 안 좋은 여론에 휩싸였는데, 이후 여론을 의식해 선우은숙 씨와 제주도 여행을 간 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실 첫 회 방영 전에 제주도 촬영을 마친 건데 오해를 받은 거다. 속상했던 동시에 이혼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의 의도가 더 잘 전달 되기를 바랐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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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을 수없이 반복했다. 결론적으로 대사를 버리더라도 표정을 살려 현장의 분위기를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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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부부들은 왜 손절하면서 살아야 할까'에 대해 시청자들과 고민해보고 싶었다. 끊으려고 해도 쉽게 끊지 못하는 관계가 부부 아닌가.

다섯 커플, 다섯 개의 사정

곁에서 본 이영하&선우은숙은 어땠나?
이영하 씨는 프로그램 섭외 1호였다. 사전 미팅 때 아내였던 배우 선우은숙 씨와 풀고 싶은 게 있다고 털어놓았고, 방송을 기회로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영하 씨는 맑은 사람이다. 모든 순간이 진심인 분이고 순수하다. 첫 미팅 때는 방송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더 길었다.


최고기&유깻잎도 화제였다.
정말 리얼했다. 두 사람은 가만두면 저절로 분위기가 잡히겠다 싶어 촬영 동안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안타까움이 컸다. 부부의 이혼을 쉽게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출연진이었다.


박재훈&박혜영은 후반에 투입됐다.
서로를 배려하고 챙기는 게 눈에 보이는 커플이었다. 언제든 상대방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응원했고, 행복하길 바라는 게 느껴졌다.

이혼한 남녀도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종료된 부부의 삶을 재조명하자'는 기획 의도에 가장 잘 맞는 출연진이 아니었나 싶다.


이하늘&박유선은 어땠나?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만 '서로를 너무 배려해서 헤어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쌓인 오해가 5분의 대화로 풀리는 걸 보면서 부부간에 대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출연을 가장 망설였던 사람들이다. 주저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서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박유선 씨는 이하늘 씨가 악플로 인해 상처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고, 반대로 이하늘 씨는 일반인인 전 아내가 방송으로 인해 '이하늘 전 아내'라는 수식어가 붙을 거라고 우려했다.


박세혁&김유민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고 하는 시청자가 많다.
섭외를 거절했다가 후반부에 마음을 바꾼 출연진이다. 두 사람은 20대 어린 나이에 급하게 결혼해서 외부의 요인으로 헤어진 느낌이 든다. 스스로 사회적 위치, 가치관 정립 등이 안 된 나이에 아이가 생겨 부모가 됐고,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는 이유로 주위의 간섭이 더해지면서 짊어져야 할 짐이 더 많아진 거다. '결혼은 부부 둘이서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걸 몸소 말해주는 커플이었다.


이들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각자 다를 거 같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방송 출연으로 무언가를 얻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출연진은 없었다는 거다.


촬영하면서 재결합 가능성이 보였던 커플이 있나? (웃음)
출연진을 보면서 '왜 이혼했지?'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각자의 사정,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혼보다 어려운 게 이혼, 이혼보다 어려운 게 재결합이라고 하지 않나.


방송을 통해 느낀 바가 있나?
개인적으로 깻잎 씨가 '며느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는 아내가 떠올랐다. 우리 부부도 신혼 생활을 즐길 새 없이 아이를 낳았고, 아내는 지금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다. 아내와 사이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나만의 착각이었다. 지금은 아내 생각이 날 때마다 틈틈이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낸다.(웃음)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고기 씨가 방송에서 잘 보이려고 장모님 집에 찾아간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 때가 있었다. 여론이 잠잠해진 뒤에 알고 보니 고기 씨가 방송 촬영 외에도 따로 장모님 집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이혼한 부부들은 왜 손절하면서 살아야 할까'에 대해 시청자들과 고민하고 싶었다. 한때지만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 않나. 끊으려고 해도 쉽게 끊지 못하는 관계가 부부다. 그래서 이혼한 뒤에도 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재결합을 바랐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이혼 부부를 모아놓고 재혼, 재결합을 부추기고 싶지 않았다. 이혼한 부부들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 1 출연진

  • '1호 커플' 이영하&선우은숙

    이혼 13년 차인 배우 이영하(72세)와 선우은숙(63세) 커플. 담담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 '2호 커플' 최고기&유깻잎

    결혼 생활 4년 만에 이혼한 유튜버 부부. 지난해 이혼한 최고기(31세)와 유깻잎(29세)은 이혼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 '3호 커플' 박재훈&박혜영

    배우 겸 영화감독 박재훈(51세)과 전 레슬링 선수 박혜영(47세)은 지난 2015년 이혼했다.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 '4호 커플' 이하늘&박유선

    11년간 교제해온 비연예인 박유선(34세) 씨와 결혼 후 1년 4개월 만에 이혼 소식을 알린 DJ DOC 이하늘(50세). 방송에서 이혼 부부답지 않은(?) 다정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 '5호 커플' 박세혁&김유민

    아이돌 그룹 출신 박세혁(31세)과 김유민(28세). 2018년 결혼한 두 사람은 같은 해 아들을 출산했고, 출산 3개월 만에 별거를 택한 뒤 이혼 수순을 밟았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이대원, TV조선 제공
장소
듀이커피
2021년 03월호

2021년 03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이대원, TV조선 제공
장소
듀이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