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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엄마와 나의 이야기'

엄마에게 전하고픈 이야기, 다들 있으시죠? 세상의 모든 모녀를 응원하며 <우먼센스> 독자들이 보내준 사연을 모았습니다.

On May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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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온기만이 저를 붙들어주었습니다

4년 전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모녀 여행을 떠났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그 여행은 뜻밖의 순간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됐어요. 제주공항에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갑작스러운 돌풍을 만나 두 번이나 착륙에 실패하고, 결국 회항하게 됐거든요. 기체가 옆으로 휘청이며 기울던 순간, 손을 꼭 잡은 엄마의 온기만이 저를 붙들어주었습니다. 생과 사의 경계를 잠시 스친 듯한 그날 이후, 저는 매일을 ‘다시 태어난 하루’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이듬해 다시 찾은 제주는 마치 우리를 위로하듯 평화롭게 반겨주었고, 소녀 같은 엄마의 미소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내며 우리는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죠. 그날, 저는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남은 엄마의 인생이 언제나 꽃길이 되도록, 딸로서 든든한 길동무가 되어드리겠다고요. 그날의 엄마, 그날의 제 표정이 담긴 사진 한 장. 그 안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사랑과 감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지금도 저의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함께하고 있답니다.
딸 이경희 ♥ 엄마 여운자



3 / 10

 

“엄마, 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성인이 되면 엄마랑 여행 많이 다니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진도 많이 찍자!” 결혼 전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에요. 그런 딸이 갑자기 26살에 “엄마, 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라고 말을 꺼냈던 게, 엄마는 누구보다 곱게 키운 딸이 빨리 결혼하는 게 싫으셨는지 많이 반대하셨더랬죠. 지금의 남편이 결혼 승낙을 받으러 왔을 때도 여전히 싫어하는 기색이셨어요. 그땐 엄마에게 많이 서운했지만 딸을 낳고 기르고 보니 엄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래서 출산 전 여자들만의 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어요. 그 말을 들은 엄마가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엄마와 이모, 나 이렇게 셋이 떠난 해외여행. 아빠와 남동생 없이 가는 여자들만의 여행이라 설레셨던 건지 엄마는 여행 내내 너무 행복해하셨네요. 다음엔 엄마와 저, 제 딸 이렇게 셋이서 여행을 즐겨보고 싶어요.
딸 반민송 ♥ 엄마 고명화



3 / 10

 

‘엄마’의 행복 조건이 자식 옆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는 제 곁에서 1시간 거리로 거처를 훌쩍 옮기셨습니다. 두 번째 사춘기는 마흔에 온다더니 저의 마흔 사춘기에 예순 넘은 엄마도 쉽지 않으셨을 거예요. 3년간 매일 아이를 봐주신 고마운 엄마. 퇴근하고 거의 매일 만났으면서도 3년간 왜 서로 그리 볼멘소리만 해댔는지.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은 말 못 하고 애먼 소리만 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습니다. 엄마의 이사가 결정된 후, 내가 매일 모질게 말하고 내 앞가림을 잘 못한 탓에 엄마가 서울을 떠나나 싶어 한동안은 밤마다 많이 울었습니다. 서울까지 온 엄마를 행복하게 정착시키지 못한 실패한 딸이라는 자책감이 왜 그리 크게 왔는지. 그 3년은 엄마와 제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멀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가족 사이에도, 모녀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고 여자 나이 마흔, 두 번째 사춘기에 비로소 엄마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한다는 말도 실감했습니다.

모든 ‘엄마’의 행복 조건이 자식 옆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엄마니까 자식인 내 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려왔습니다. 정작 8살짜리 딸과도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나도 엄마이면서 말이죠. 매일 붙어 있는다고 사랑은 아닐진대, 매일 보고 옆에 살아야 행복한 가족이고 참사랑이라 생각한 건 저의 고정관념, 어쩌면 사회가 엄마라는 역할에 묶어둔 무거운 짐이지 않을까요?

엄마. 말만 해도 언제나 애타고 그립고 미안하고 보고 싶지만, 이제는 서로의 마음에 편안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매일 봤지만 한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바쁘게 등 돌리던 그때보다 떨어진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멀리 산다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가까이 있는 것만이 꼭 사랑이 아님을 배워갑니다. 조금 떨어진 요즘, 우리는 다시금 좋은 먹거리, 볼거리를 아끼며 함께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올여름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참외 맛집을 찾아서 택배부터 먼저 보내야겠습니다.
딸 김명지 ♥ 엄마 박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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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소녀였다

지난 2월, 엄마의 평생 꿈이었던 유럽 여행을 나와 동생, 엄마 셋이서 함께 떠났어요. 언어도 문화도 낯선 유럽에서 엄마를 잘 챙길 수 있을지, 또 엄마의 평생소원이 기대에 못 미치진 않을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여행 중 엄마의 금지어’들이 자꾸 떠올랐죠. 하지만 엄마는 누구보다 ‘긍정 소녀’였어요. 비슷한 메뉴가 반복되는 식사에도, 바쁜 이동 일정 속에서도 엄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죠. 지금까지는 엄마가 제 ‘처음’을 함께해줬다면, 이제는 제가 엄마와 ‘처음’을 나눌 수 있게 된 거예요. “엄마, 힘든 시절 잘 견뎌줘서 고마워요. 엄마 덕분에 충분히 행복한 기억으로 잘 자랐으니, 이제는 엄마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60이 돼도, 70이 돼도, 그 이후에도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여행도 자주 가요!”
딸 최은경 ♥ 엄마 엄종순

KEYWORD
CREDIT INFO
에디터
고유진
사진
각 사연자 제공
2025년 05월호
2025년 05월호
에디터
고유진
사진
각 사연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