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수준의 업무량, 학습량에 시달리는 한국인은 하루 평균 몇 시간을 앉아서 보낼까? 8.9시간이다(‘성인의 신체활동 실천 현황’, 질병관리청, 2021). 하루 3분의 1을 앉아서 보내는 셈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신체 활동도 적다 보니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고. 우리는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지만, 정반대로 허리에는 큰 부담을 준다.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가만히 서 있을 때의 2~3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잘못된 자세로 인해 특정 척추 부분에 압력이 집중되면 거북 목, 허리 디스크 등이 생기고 척추와 골반, 허벅지를 잇는 큰 근육인 장요근이 짧아질 수 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당뇨센터 조지프 헨슨 박사팀은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 있을수록 내장 지방과 복부 지방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그 밖에 심혈관 질환, 당뇨병, 주요 암 발병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오래 앉아 있으면 ‘죽은 엉덩이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엉덩이의 전체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대둔근, 엉덩이 위쪽 측면, 허리와 엉덩이 경계 부분의 근육인 중둔근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엉덩이에 지방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엉덩이는 우리 몸의 큰 근육 중 하나다. 우리가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허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엉덩이 근육 덕분이다. 엉덩이는 척추기립근과 연결돼 허리를 받쳐주는데 엉덩이 대신 허리 근육이 사용돼 척추에 부하가 걸려 골반 불균형이 생길 수 있고, 엉덩이에 실려야 할 부하가 허리에 장기간 가해지면 척추가 휘고 요통과 허리 디스크가 생길 수 있다. 또 엉덩이는 다리를 움직이는 고관절과 연결돼 있는데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고관절 가동성이 떨어지고, 등이 굽고 허리와 무릎 통증도 나타날 수 있다.
옆으로 누워 자거나 계단 오를 때 통증
죽은 엉덩이 증후군의 극초기엔 허리 통증으로 시작된다. 또 옆으로 누웠을 때 고관절 통증이 느껴진다.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이 땅기고 저리는 것은 물론 한쪽 엉덩이에서 시작된 통증이 허리와 무릎 부위까지 이어진다고.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 엉덩이 부위가 눌리는 것처럼 불편하고 걷기 시작할 때 엉덩이가 뻣뻣해지고 고관절이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도 있다. 또 계단이나 경사진 길을 오를 때나 한쪽 다리로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고 알려졌다.
증상을 방치하면 하체에 만성 통증 등 노화 징후가 일찍 나타날 수 있다고. 만성 통증을 매일 밤 겪으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심한 피로감과 과민 반응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죽은 엉덩이 증후군은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생활 습관이나 특정 활동 패턴으로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 따라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초음파검사 등으로 진행된다. 나아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생활 습관과 운동이 필수이며, 증상이 이미 시작됐다면 의료 전문가에게 도수 치료, 마사지, 체외 충격파 치료와 적절한 운동 처방 등을 받아야 한다.
1시간마다 엉덩이 근육 톡톡 두드리기
오랜 시간을 앉아 있다면 바른 자세로 앉는 습관이 중요하다. 푹신한 의자보다 약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엉덩이는 최대한 등받이 쪽으로 붙이고, 허리는 등받이에서 뗀 채로 곧게 세운다. 40~5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까치발을 하고 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엉덩이에 힘이 잘 들어가는지 살펴야 한다. 서 있는 상태에서 골반을 말아 넣은 다음 5초 동안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도 좋다. 힘을 줬다 빼는 느낌으로 열 번 정도 계속하면 간단하게 엉덩이 근육을 사용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계단을 이용하는 등의 생활 습관도 도움이 된다.
바르게 서고 걷는 것도 중요하다. 목, 어깨, 엉덩이 선을 평행하게 두고 척추의 자연스러운 C컬을 유지하는 게 바르게 선 자세다. 걸을 땐 등을 곧게 편 상태로 아랫배는 안으로 집어넣고 엉덩이에 힘을 주며 걸을 것. 스트레칭을 하거나 걸을 여유가 없다면 30~50분마다 엉덩이 근육이 있는 위치를 가볍게 톡톡 두드릴 것을 권한다. 뇌에 엉덩이 근육이 거기 있다고 인식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죽은 엉덩이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자가진단법
1 벨트를 살펴라
허리에 벨트를 하고 있을 때 벨트 선이 지면과 평행을 이루고 있다면 엉덩이 근육에 힘을 잘 주고 있는 것. 반대로 벨트가 지면 평행선보다 앞으로 떨어지면 엉덩이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해 전방 경사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2 엉덩이 근육을 느껴라
바닥에 얼굴을 대고 손을 엉덩이 아래에 놓은 뒤 엉덩이를 힘껏 쥐어짜듯 힘을 주거나 엎드려 양쪽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렸을 때 엉덩이가 단단한지 볼 것. 만약 엉덩이가 물렁물렁하다면 이미 죽은 엉덩이 증후군에 걸렸을 수 있다.
3 햄스트링을 체크하라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양 무릎을 세우고 한쪽 다리를 반대쪽 다리 위에 교차시킨다. 아래쪽 다리의 허벅지를 잡고 가슴 쪽으로 당겼을 때 엉덩이 근육 통증이 심하다면 죽은 엉덩이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