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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도둑> 저자가 말하는 수학 학습법

2006년 어린이가 좋아하는 학습만화를 목표로 기획된 <수학도둑>이 100권까지 출간된다. 이에 수학 콘텐츠를 집필한 여운방 박사에게 수학을 잘 학습하는 방법을 들었다.

On May 13, 2024

재밌는 스토리, 친근한 그림으로 수학을 어렵고 복잡한 과목이 아닌 흥미로운 과목으로 받아들이게 돕는 <수학도둑>은 수학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수학도둑> 시리즈는 기본편-심화편-창의편-종합편-응용편으로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뉘어 있고, 학년별·영역별·능력별로 수학 콘텐츠를 체계화해 구성됐다.

가장 큰 특징은 수학 전문가의 수학 용어 설명과 수학 워크북이다. 그 중심엔 수학 콘텐츠를 집필한 여운방 박사가 있다. 여운방 박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응용수학(구체적인 사물과 실용성 중심의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카이스트, 고려대학교 대학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현 KERIS),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보자료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통계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KIST에서 선형계획법을 응용해 전매청의 담배 수송 모형을 세워 국가 예산을 절감했고, KDI에서 국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계량경제모형 개발에 참여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여운방 박사가 <수학도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끈기 있게 책을 읽게 만들고, 수학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가 수학을 친근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단 한 줄의 명쾌한 설명과 단 하나의 사고력 문제가 학생의 장래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콘텐츠를 집필한 그에게 수학을 공부하는 법을 물었다. 여운방 박사와의 대화를 전하기에 앞서 이 비법은 수학 과목에만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먼저 교과서를 정성스럽게 읽은 뒤 교과서의 문제를 풀고 자신이 직접 채점합니다.
두 번째, 익힘책도 교과서와 똑같이 합니다. 스스로 채점하면 오답 노트가 필요 없습니다.
채점을 하면서 스스로 보강이 되거든요.
세 번째, 어렵다고 알려진 문제집을 풀고 자신이 직접 채점합니다.
한 학기 동안 이 과정에 충실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하는 선행 학습이 가능해질 겁니다.

<수학도둑> 100권의 출간을 앞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006년 1권이 출간됐을 때 중학생이던 애독자는 이제 30살이 넘었어요. 지난해 저의 집에 가전제품을 점검하러 온 아버지를 도우려 따라온 젊은이가 제 서재에서 <수학도둑>을 보더니 “중학교 1학년 때 <수학도둑>을 보고 수학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콘텐츠를 집필한 여 박사”라고 소개했더니 신기하다며 좋아했죠. 아이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는데, 목적에 맞게 활용되는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만화를 보다가 수학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화만 보는 아이가 있더라도 곳곳에 나오는 수학 이야기, 퀴즈 풀이, 암호 해독 등을 통해 수학과 접촉하니까요. 생각하는 힘뿐만 아니라 수학을 통한 순서, 질서, 시스템 개념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창의력 사고까지 이해하도록 내용을 구성했거든요. 수학 자체가 규칙, 법칙, 원리로 이뤄진 질서 정연한 학문이라서 질서만 이해하면 수학은 쉽고 재미있는 과목이에요. 저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수학도둑>에서 읽었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껴요.

박사님은 어린 시절 수학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친구 두 명과 매일 붙어 다니며 놀았는데 방과 후 외출 금지를 받았던 적이 있어요.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할 게 없어서 책을 보게 됐죠. 수학 교과서를 읽다가 잘 모르겠으면 다시 읽고, 또다시 읽기를 반복하다 보니 점차 이해가 됐어요. 그렇게 5학년 교과서를 끝까지 읽고 이해한 뒤 욕심이 생겨 형이 사용했던 6학년 수학 교과서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수학은 거짓말이 없고 수많은 사람이 옳다고 인정하는 원리로만 이뤄져 있잖아요. 수학 과목에서 키워지는 생각하는 힘은 애쓴 만큼 키워져 성취감을 느끼게 했죠. 그래서 수학이 좋았던 것 같아요.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던 것이 공부하는 습관의 시작이 됐네요.
그때 공부는 교과서를 읽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집이 가난해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해될 때까지 교과서를 읽는 것뿐이었어요. 그게 평생의 습관이 돼 지금도 모르겠으면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읽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공부는 교과서로 했어요”라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죠. 그 말이 정확한 것이었네요.
학교 공부의 시작은 교과서 읽기입니다. 세상에 교과서를 한 번만 읽고서 100%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입문 책부터 구하고 했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바둑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게 바둑 입문 책을 사서 읽는 거였습니다. 당구를 배울 때도, 50살이 넘어 골프를 배울 때도 입문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책을 사는 일은 스스로 하는 습관의 첫걸음입니다.
처음 읽어서 이해하기 힘들면 시간을 들여 다시 읽으세요.
처음 택한 책 이외의 저자가 쓴 책을 더 읽는다면
이해와 생각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우선 처음 읽는 책을 정성 들여 읽으세요.
머릿속 내용은 부실해도 기억의 방이 생기고,
그다음엔 기억의 방에 책의 내용이 쌓이면서 지식이 성장하게 될 거예요.

“선행 학습에 매달리지 마세요”

서점에 책을 사러 가는 것부터 시작이군요.
책을 사는 일은 스스로 하는 습관의 첫걸음입니다. 처음 읽어 이해하기 힘들면 시간을 들여 다시 읽어야 해요. 처음 택한 책 이외의 저자가 쓴 책을 더 읽는다면 이해와 생각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우선 처음 읽는 책을 정성 들여 읽으세요. 머릿속 내용은 부실해도 기억의 방이 생기고, 그다음엔 기억의 방에 책의 내용이 쌓이면서 지식이 성장하게 될 거예요. 지식은 붙을 자리가 있으면 쉽게 저장되고 후에 다시 기억하기도 쉬워집니다. 제 경험을 통해 훗날 부모가 됐을 때 아이가 땅에 넘어져도 바로 달려가 일으키는 것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건 아이가 스스로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학습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에요.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참으며 기다려야 합니다.

수학이 어려운 적은 없었나요?
저도 처음엔 수학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수학과 가까워지고 틀린다는 두려움이 없어지면서 좋아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었죠. ‘어렵다’는 말은 ‘하기에 힘이 들거나 괴롭다’, ‘이해하기 힘들다’로 풀이돼요. 반대로 ‘가깝다’, ‘친하다’, ‘익숙하다’는 말은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잘 안다’나 ‘잘한다’로 바뀌고 좋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뭔가를 가까이하고 친해지면 잘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거죠. 우연히 무엇을 한 번 들었거나 봤다면 그것은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최초로 소개만 받은 단계예요. 호기심이나 흥미를 갖고 스스로가 더 알아보고(學·학) 더 익히게(習·습) 된다면 자신이 잘 알고, 잘하는 것으로 변할 거예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핵심이네요.
개인교수를 붙이거나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아이가 먹는 음식을 엄마나 아빠가 대신 소화해줄 수 없는 이치지요. 이게 아이가 수학과 친근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수학이 좋아지면 어려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도전 정신이 생기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수학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려고 <수학도둑> 응용편에 18가지 게임을 소개했죠.
아이들은 공부보다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머리를 써야만 하는 게임을 통해 침착성·인내심·성취감·승부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우연을 바라는 게임인 가위바위보, 홀짝 게임 또는 머리보다는 신체를 사용하는 게임인 과녁 맞추기, 구슬치기 등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장기, 바둑, 보드게임을 추천해요. 머리 쓰는 게임도 수학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장기를 처음으로 배웠어요.

수학 공부의 핵심은 ‘생각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에 수학(數學)을 산수(算數)나 셈본으로 부른 시절이 있었어요. 저는 셈본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 셈이라는 말은 계산만 뜻하지 않고 사물을 분별하는 슬기나, 어떻게 해결해나가겠다는 생각이나 예측을 뜻하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아이가 야구공을 던지다가 옆집 유리창을 깼을 때 꾸중을 듣는 “어쩔 셈이냐?”라는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수학은 계산력을 기르는 과목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목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이 많아요.
저는 수학이 어려워 싫다는 아이를 만나면 항상 그 아이에게 “신발 신고 나서 양말 신느냐, 아니면 양말 신고 신발 신느냐?”라고 질문합니다. 그런 다음 “양말 신고 신발 신어요”라고 답하면 “너는 수학을 잘할 수 있어”라고 칭찬해줍니다. 순서의 개념이야말로 수 개념의 출발점이고 원리 이해의 출발점인데, 이게 바로 생각하는 힘의 출발점이에요.

학창 시절에 했던 수학 공부를 생각하면, 원리 이해보다는 수백 개의 문제를 풀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 수학 시험에서 점수를 올린다는 생각은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생각이에요. 인수분해 문제 500개를 풀고 시험을 보면 만점을 받을까요? 아닙니다. 어떤 인수분해 문제가 주어져도 풀 수 있게끔 원리를 익히고 전형적인 타입의 문제 20개를 풀어보면 자신이 생겨요.

그런데 많은 학원에서 원리보다는 문제 풀이 위주의 수업을 하죠.
매일 학원에 보내면 공부를 잘할까요? 그보다 스스로 학습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의논해 필요할 때만 학원에 다니면 돼요. 엄마의 여유 시간을 만들려고, 아이가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안 됩니다.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수학도둑>을 틈틈이 참고하길 바랍니다. 자기 학년의 수학 교과서와 익힘책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읽은 후에 <수학도둑>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선행 학습에 매달리지 마세요. 이틀 후에 먹을 저녁을 지금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관찰하십시오.


한자 공부를 시키세요. 초등학교 때는 500자(5급)까지 읽을 수 있으면 돼요.
쓰기까지 시키면 아마 아이가 외면할 것입니다.
수학이든 과학이든 모든 과목에서 한자어를 전문용어로 쓰고 있으므로
한자를 알면 용어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게 돼요.

선행 학습보다 현재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죠?
수학은 위계성이 강한 학문이에요. 아무리 뛰어난 건축가도 아파트를 2층부터 지을 수 없고, 1층의 골격이 튼튼히 세워져야만 2층, 3층으로 올릴 수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라도 아래 학년의 어느 부분이 부실하면 실수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되어 수학이 싫어집니다. 아이들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일컫는 말)가 되는 이유는 한마디로 수학이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들면 더 싫어질 거예요. 이 병은 중병입니다. 중병은 방치하면 더 치명적으로 변해요.

수학을 싫어하는 병에 한번 걸리면 점점 더 악화되는 이유가 뭘까요?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것은 수학 선생님이 야단을 심하게 쳐서 또는 항상 시간에 쫓겨서 등이 이유일 수도 있어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현재의 진도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지난 학년에서 학습이 부실했던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사례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원리는 잘 아는데 계산 문제를 한두 개씩 틀렸어요. 그래서 원인을 찾아보니 초등학교 2학년 때 배우는 구구단을 외우는 데 문제가 있었죠. 1단부터 9단까지 암송하는 데 1분 10초가 넘게 걸리던 것을 40초 이내에 암송하게 연습시켰고, 이 간단한 방법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한자 공부를 시키세요. 교육부에서 지정한 1,800자(3급)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학교까지 900자(4급) 정도를 음과 뜻을 아는 수준으로 연습시켜야 해요. 초등학교 때는 500자(5급)까지 읽을 수 있으면 돼요. 한자를 쓰기까지 시키면 아마 아이가 외면할 겁니다. 수학이든 과학이든 모든 과목에서 한자어를 전문용어로 쓰고 있으므로 한자를 알면 용어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게 돼요. 수학 용어를 영어로 아는 것도 필요해 <수학도둑>에서는 모든 수학 용어를 영어와 한자로 표기했어요.

마지막으로 스스로 수학을 학습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 방법을 익히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먼저 교과서를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읽은 뒤 교과서의 문제를 모두 풀고 자신이 직접 채점합니다. 두 번째, 익힘책도 교과서와 똑같이 합니다. 스스로 채점하면 오답 노트가 필요 없습니다. 채점을 하면서 스스로 보강이 되거든요. 세 번째, 어렵다고 알려진 문제집을 풀고 자신이 직접 채점합니다. 한 학기 동안 이 과정에 충실하면 수학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더불어 스스로 하는 선행 학습이 가능해질 겁니다. 꼭 실천해보세요.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재이(프리랜서)
사진
이대원
2024년 05월호

2024년 05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재이(프리랜서)
사진
이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