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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바라본 포르투의 세계적인 건축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와 렘 콜하스의 건축물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만났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지현과 함께 떠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파격적인 건축 투어 속으로.

On March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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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다니다 보면 오래된 건축물들의 고풍스러운 모습에 마치 내가 영화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출장으로 다녔던 터라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유독 포르투갈로 떠나기로 했을 때는 무엇을 보겠다는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도착해 즉흥적으로 다니자고 생각했다. 다녀온 사람들이 물가도 싸고, 음식도 맛있고, 너무 아름답고 좋다는 아주 단편적인 이야기만 해줬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쉬고 오면 되겠지 하는 만연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처음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도착해 생각이 엉키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공항 안의 깔끔한 타이포그래피 사인들과 색감 배치가 이 나라 사람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여행지인 리스본은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였다. 많이 걸어 다니며 역사적인 유적지에도 가보고, 근교의 도시와 궁궐들을 보러 다니면서 점점 아름다운 포르투갈의 건물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건축양식을 포용력 있게 믹스매치하며 발전시킨 나라라면 현대적인 건축물도 다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며칠 뒤 두 번째 도시로 선택한 포르투로 떠나기 전날 밤, 나는 포르투 건축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냥 가서 며칠 보내고 오기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찾아볼수록 마음속에서 흥분이 솟아올랐다. 포르투는 나 같은 디자이너에겐 정말 선물 같은 도시였다.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전통적 건축물을 볼 수 있으면서 현대적 건축물도 볼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가 알바루 시자의 고향이며, 그가 디자인한 세할베스 뮤지엄과 포르투 건축대학교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수원 광교에 몇 년 전문을 연 갤러리아백화점을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의 카사 다 무지카는 외관만 보고도 놀라웠다. 포르투갈의 오래된 건물 사이에 불시착한 우주선이라는 사람들의 표현에 걸맞게 사진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그렇게 멋진 건축물이 있는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알바루 시자

세할베스 뮤지엄

포르투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바로 세할베스 뮤지엄을 보러 갔다. 그곳은 정원도 유명해 하루를 온전히 그곳에서 보내도 다 못 볼거 같아 조바심이 났다. 포르투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트램을 타고 내려 20여 분 걸어 올라가는데 넓은 정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정원에 아름다운 박물관이라니,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지 마음이 떨렸다. 검정 철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 건물이 보이고 초록이 가득하다.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공간을 지나 알바루 시자의 공간 전시관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벽과 나무 바닥, 꾸민 거라곤 하단에 하얀 대리석으로 덧댄 걸레받이 부분뿐이다. 천장은 간접조명만 있고, 공간마다 다른 모습의 창이 외부 정원을 보여준다. 높은 천장과 큰 공간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는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벽면과 천장의 모습과 간접조명이 어우러진 무드가 아름다웠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공간을 보여주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 하얗고 아름다운 공간에 작품이 전시돼 있으니 많은 이들이 찾을 수밖에 없을 터. 건물은 자연의 지형을 해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차경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나무들도 인위적인 형상이 아닌 오랫동안 자연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유롭게 자란 본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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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아름다운 현대 미술품들을 보면서 걷다 보면 핑크빛 외관의 카사 드 세할베스가 눈에 들어온다. 알바루 시자 건축은 아니지만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의 저택인 이곳은 햇살에 따라 외관이 지닌 컬러가 오묘하게 달라졌다. 마침 전시하고 있는 칼더와 호안 미로의 작품들이 외부와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건물도 마치 전시의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택 앞으로 잘 꾸며진 정원과 아름다운 녹음은 신비로웠다. 이런 곳이 도시에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모두 보고 나니 하루가 다 갈 정도로 볼 것도 많고 아름다운 세할베스는 포르투의 자랑이 될 만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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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건축대학교

택시를 타고 가서 내렸는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스폿으로 찾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포르투 건축대학교. 이곳은 그만의 색깔이 보이는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길 쪽에서 외관을 보면서 올라가는데 산비탈 같은 오르막 지형을 활용해 지은 건물은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자연에 순응한 건축물들은 제각기 서 있는 듯하지만 지하가 연결돼 보였다. 자연스럽게 단차를 이용해 만든 곳은 앞, 옆, 뒤가 다 다른 모습이었다. 가로로 길게 늘어진 창을 통해 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은 그곳에 들어가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내부는 창 너머로 짐작하고, 자료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에 다시 포르투를 방문한다면, 아름다운 강변의 대학교 내부를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렘 콜하스

카사다 무지카

마지막으로 본 건물은 바로 렘 콜하스가 설계한 카사 다 무지카다. 오후 4시 30분에 시작하는 영어 가이드 투어를 신청한 후 외관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에 마주했을 때는 이 비규격 상자 같은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 쪽 도어가 누워 있는데 그곳의 문이 슬라이드로 열리고 나오는 사람을 보면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얀색 콘크리트 구조물과 건물 위쪽 통창에는 굴곡진 유리 파티션 같은 모습이 보이고, 둘레로 어느 공간의 창인지 알 수 없는 창이 여럿 보였다. 건물 주변은 경사도가 있는 언덕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원형창이 바닥에 있어 내려다보니 사무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바닥이 아니라 아래쪽에도 공간이 있어 주차장과 사무실들이 보인 것. 단순히 현대적이라기 보다는 그 이상을 뛰어넘는 디자인의 건축을 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곳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연하고, 사람들의 강연·전시가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내부를 안내받으면서 공간마다 포르투갈의 정서를 담은 아줄레주(채색 타일) 장식과 컬러의 다채로움에 놀랐다. 공연장의 정면과 후면 그리고 각 공간은 창 너머로 도시가 보이기도 하고, 커튼을 젖히면 공연장을 볼 수도 있는 설계가 너무 좋았다. 파장 같은 디자인의 유리 곡면은 엄청난 두께와 2장의 유리가 중간에 공간을 확보해 도시로 음악이 새어 나가 소음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면서 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사각형 등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의 모습도 계단부터 공간의 짜인 느낌이 다 다르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오염이 적은 소재를 사용하고, 어른과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키즈 룸으로 꾸며져 있었다. 보라과 오렌지 컬러와 만졌을 때 촉각적으로 재밌는 공간은 배울 점이 많았다. 룸마다 다른 소재와 컬러감은 밖에서 보기에 하얀 콘크리트 덩어리 같은 현대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내부에 쓰인 소재들을 만져보고 그 공간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건 디자이너에게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특히 이렇게 건축 가이드 투어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건축물이 포르투갈 특히 포르투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다는 방증 같았다. 내부를 보면 볼수록 두껍고 큰 곡면 유리의 과감한 디자인과 비규격 공간을 짜임새 있게 연출한 부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녁이 다 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마주한 모습은 정말 불시착한 비행선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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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알바루 시자와 렘 콜하스의 훌륭한 건축물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 가면 오늘의 이 여운과 감동을 그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을 다시 돌아보며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이 단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연과 지형에 순응하며 녹아 들어 어쩌면 좀 파격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변해가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은 또 시대에 맞춰, 아니 조금은 앞서 만들어지는 순응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인지 파격적인 부분들이 더 멋지게 보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지현 @dallstyle_designer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지현
@dallstyle_designer

달앤스타일 대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다양한 셀렙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테리어 예능 <펫대로 하우스> <당신의 일상을 밝히는가>등 방송 활동으로도 종횡무진 활약했음. 저서로 <365일 건축일기> <싱글부터 노년까지 인테리어 가이드북> 등이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
박지현(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진
박지현
2024년 04월호

2024년 04월호

에디터
서지아
박지현(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진
박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