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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 IB 교육 A to Z

국제 바칼로레아, 즉 IB교육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구와 제주에서 선도적으로 진행하면서 어느덧 공교육 도입 5년 차를 맞았다. 올해 첫 이수생이 나왔는데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대입에 합격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와 학생이 말하는 IB교육의 모든 것.

On February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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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소장

이혜정 소장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박사로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 객원교수,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초빙특임교수를 역임했다. 국내 최초 IB 한국어화 공교육 도입을 제안하고 그 과정을 주도했다. 저서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대한민국의 시험> <IB를 말한다>가 있다.

‘집어넣는’ 주입식 교육을 멈추고 각자의 생각을 수용해 발전을 도모하는 ‘꺼내놓는’ 교육 패러다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융합적·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혁신 ‘IB 교육’이 그것이다. 오지선다형으로 시험을 보는 기존의 수능과는 동떨어져 그동안은 IB 교육이 한국의 입시제도와는 맞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공교육 도입 이후 올해 첫 대입 결과가 ‘매우’ 좋다. 이번 결과로 IB 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에 성큼성큼 들어서고 있다.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한마디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IB 본부(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개발·운영하고 있다. UN 주재원 등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원의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 전 세계를 다니다 보니 한곳에 정착할 수가 없어 본국의 대입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대학에서도 인정받는 국제 공인 대입 시험을 만들고자 한 것이 시작이었다.

IB는 초중고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PYP(Primary Years Programme) 과정, 중학생을 위한 MYP(Middle Years Programme) 과정, 고등학생이 대상인 DP(Diploma Programme) 과정으로 고등 과정인 DP는 가장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이다. 특정한 주제 영역에서 스스로 학문적 연구를 해보도록 만들어져 있다.

IB 교육은 ‘집어넣기’만 했던 주입식 교육을 각자의 생각을 ‘꺼내는 교육’으로 전환시키는 패러다임이다. ‘교과서 생각, 저자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2024년 1월 현재 160개국에서 8,531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초중고 과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대입 시험 체계가 존재한다. 배우고 익혀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보고서, 실험, 관찰 등을 기반으로 논술과 토론 등을 거쳐 자기 생각을 풀어간다.

IB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기는 힘들다. 한국 수능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IB 대입 시험으로 해외 대학에 바로 지원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IB 고등 과정의 내신 성적으로 수능 최저 점수 요구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을 말하는 변환기의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 IB 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국내에 IB 한국어화 공교육 도입을 제안하고 그 과정을 주도한 이혜정 소장(교육과혁신연구소)에게 들었다.


아직도 우리 교육은 사지선다형, 오지선다형으로 정해진 정답 찾기 교육을 하고 있죠.
옳은 것, 틀린 것, 적절한 것,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찾으라는 식이에요.
누군가가 정해놓은 적절함, 옳음만을 맞혀야 하는 시험이라 내가 생각하는 적절함,
옳음을 기를 수 있는 기회는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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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넣는’ 교육이 아닌 ‘꺼내는’ 교육

2024년도 대입에서 공교육 최초로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대구와 제주 지역 고교생들이 놀라운 입시 결과를 내 화제가 됐습니다.
암기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증명한다는 탐구 학습이 IB 교육의 핵심이에요. 대구의 경북대사대부고는 IB반을 신설하면서 자발적인 희망 학생을 받아 운영해왔는데요, 이번 2024년도 국내 대학 수시 전형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제주의 표선고도 개교 이래 역대급 대입 실적을 보였어요. 물론 아직은 일부 사례에 불과합니다.

우리 교육이 주입식·암기식으로 ‘집어넣는 교육’이란 지적을 받아온 대신 IB 교육은 토론식·논술식으로 ‘꺼내는 교육’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아직도 우리 교육은 사지선다형, 오지선다형으로 정해진 정답 찾기 교육을 하고 있죠. 옳은 것, 틀린 것, 적절한 것,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찾으라는 식이에요. 누군가가 정해놓은 적절함, 옳음만을 맞혀야 하는 시험이라 내가 생각하는 적절함, 옳음을 기를 수 있는 기회는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죠. 늘 바꿔야 한다고 지적들을 하면서도 변화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결국 평가가 달라지지 않으면 변할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평가 방식, 즉 시험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평가 방식에 관심이 커지면서 평가의 객관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IB를 우리 공교육에 적용해보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겁니다. 그리고 2019년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이 IB 본부와 함께 한국어 IB 공교육 도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표준화된 IB 교육과정의 콘텐츠를 국내에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IB의 초중학교 프로그램은 커리큘럼(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의 프레임워크(어떤 개발의 틀이나 규칙)만 제공합니다. 각 나라가 가진 교육과정을 그 틀에 넣어 진행하는 거예요. 고등학교 프로그램은 커리큘럼이긴 하나 사고 역량을 평가할 뿐 정해진 정답을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정해진 교과서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과정을 누가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도 뒤따랐습니다. 결국 대입 시험을 치를 땐 누구나 납득하고 신뢰할 만한 공정한 채점 기준이 있어야 하니까요. IB는 평가가 객관적이고 엄중하게 진행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습니다. 평가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구축하기는 어려우니까 현존하는 IB의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추후 경험과 근거가 쌓이면 우리만의 공정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거라고 봐요.

결국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이 원하는 테마를 공부하면서 ‘내 생각’을 키워가는 공부라는 거죠?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변화도 궁금합니다.
이번 우리나라의 공교육 IB 도입 결과에서도 그런 점들이 부각됐습니다. 보통 획일화된 수업 내용에 관심이 없는 경우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딴짓하는 학생이 교실에 많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연구할 수 있으니까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고 합니다. 아무리 잘 외웠다고 해도 IB는 그런 방식으로 고득점을 받을 수 없는 시험을 치릅니다. “다음 중 동학혁명을 잘못 설명한 것은?” 이런 문제 유형의 객관식 고르기 시험을 치러왔지만 IB의 교육에서는 “동학혁명은 일본의 조선병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 논하시오”와 같은 문제를 냅니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알아야 하지만 사건에 대한 학생의 관점과 이유 등을 설득력 있게 쓰고 말해야 하는 평가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만의 탐구 보고서를 만들어보게 되니까 국내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문제만 풀고 점수를 받던 친구들의 서류와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거죠.

토론이나 보고서 등의 평가에는 채점자의 편견이 작용될 것 같은데 IB의 객관적 평가 체계란 어떤 것인지요?
대입을 위한 IB의 시험은 내부 평가(Internal Assessment)와 외부 평가(External Assessment)가 함께 운용됩니다. 학교 안에서 평가하는 내부 평가는 내신처럼 교사가 채점하는 방식이죠. 학생들의 프로젝트, 실험, 리포트 등이 내부적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교사마다 부풀리기를 하거나 너무 짜게 주거나 하는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중앙의 IB 채점센터에서 교사별로 채점 과정을 표집 검수해 조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만약 부풀리기가 있다면 그 학교 전체 학생의 내신 점수를 다 깎습니다. 외부 평가는 수능처럼 외부에서 채점되는 표준화 시험입니다. IB는 교사와 교수들을 대상으로 채점관을 양성하는데, 일반채점관(Examiner), 선임채점관(Senior Examiner), 책임채점관(Principal Examiner), 수석채점관(Chief Examiner) 등이 서로 교차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반채점관들에게 할당되는 답안지 세트에는 선임채점관들이 이미 채점을 완료한 답안지들이 스파이처럼 무작위로 들어 있어 채점을 제대로 했는지 채점 기준의 일관성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평가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객관적 평가로 이어질 여지가 활짝 열려 있다는 겁니다.

IB가 도입돼 잘 활용된다면 추후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 이후에 대한민국은 사실상 먹거리가 없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는 시대의 변환기입니다. 이 시기에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다면 정말 아찔한 일입니다. 단시간에 세계 10위권에 들어선 경제 대국 대한민국은 속도전만큼 순식간에 몰락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중동처럼 퍼낼 기름도 없고, 제조업 기반 생산의 시대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국가 미래를 위해 교육이 중요한 시기에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IB와 같은 교육 패러다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올라가보면 조선시대 과거 시험 문제가 한층 더 IB적이었어요. 세종 때는 “노비 또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그처럼 대대로 천한 일을 해서 되겠는가? 이를 논하시오”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신분제가 당연하던 시절에 파격적인 질문이죠. 성종 때는 “국가의 법이 엄중함에도 범법자가 줄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와 같은 비판과 판단, 창의적 대안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있었어요. 오히려 바칼로레아적이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창의성 교육이 말살됐어요. 정말 변해야 합니다.

IB 교육 패러다임의 한국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다면요?
근거와 경험치가 많이 나와야죠. IB 교육은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하고 운용하는 수업입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던 교사들도 ‘방법을 배워 해보니 되더라’라는 성취의 경험치가 많아야 하고, ‘채점이 공정할까?’ 하던 의심들이 ‘해보니 공정하네’라는 경험치로 쌓여야 합니다. 올해 지역마다 IB 교육에 대한 실천 의지들이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시기는 달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현장 교사들이 처음 시작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하다 보니 ‘내가 왜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 초심을 떠올리게 된다고들 하더라고요.

IB 패러다임은 유·초등 시절엔 부모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학부모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강의를 나가면 종종 저를 붙들고 눈물을 보이는 부모들이 있어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를 자기가 망친 것 같다면서요. 아이가 문제집을 풀 때 “엄마, 이건 아닌 거 같아요”라고 물어오면 정답을 뒤져보고 “정답 맞잖아”라고 정답에만 의존해서 닦달했던 걸 후회한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의 창의성을 억눌렀다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거죠.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는 저희 아이들에게 리액션을 크게 해줬어요. 저와 다른 생각을 말해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와, 소름!” 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호응해주니 아이가 위축되지 않고 진짜 궁금한 것들을 입 밖으로 낼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구나!’ 하는 안전망 같은 생각의 울타리, 그 역할을 부모가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이들의 학습적 호기심, 성취, 동기부여, 지지에서도 큰 축이 됩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2월호

2024년 0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