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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 사망을 둘러싼 미스터리 추적

캄보디아에 머물던 개그맨 서세원이 지난 4월 20일 오전 11시 30분(한국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미래병원에서 링거를 맞다 숨졌다. 유족은 사망 8일 만인 28일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국내로 옮겨 장례식을 치렀다.

On May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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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군가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은 몇 가지 사안에 대한 팩트만 확인되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사망했느냐’에 대한 부분만 정리되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사망 장소에 있던 사람, 다시 말해 목격자 내지는 신고자가 누구냐다. 결국 ‘사망 장소’와 ‘사인’, ‘신고자(또는 목격자)’ 등이 명확하게 풀리면 별다른 의혹이 생길 까닭이 없다. 그런데 고 서세원의 사망은 바로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미스터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망 장소는 병원 아닌 무허가 의료시설

개그맨 서세원의 ‘사망 장소’는 무허가 병원이다. 서세원이 사망한 장소는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의 한 병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판에는 ‘미래 폴리클리닉(MiRae Polyclinic)’이라는 이름과 함께 태극기와 캄보디아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진료 과목도 적혀 있었는데 성형수술, 줄기세포 치료, 스킨케어, 제대혈 치료 등이었다.

멀쩡한 간판이 있었지만 병원 허가증이나 의사 면허증 등은 없는 상태였다. 정식으로 개업하기 전 상태의 무허가 의료시설이었다. 서세원이 사망한 뒤 디스패치 취재진이 해당 병원을 찾았을 당시 병원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고 별다른 의약품이나 의료 장비도 거의 없었다. 서세원 사망 사건 발생 당시 미래병원 원장은 한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다른 의사나 간호사는 채용하지도 않은 상태로 병원에는 운영 이사 정도만 상주했다고 한다.

서세원 사망 이후 병원은 폐쇄됐다. 건물주가 병원 간판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간판만 바뀌었을 뿐 결국 그곳은 다시 병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건물 2층과 3층에 각각 ‘포에버 바이오(4ever BIO)’와 ‘NK 바이오(NK BIO CAM)’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기존에는 2층과 3층에 모두 미래 폴리클리닉 간판이 붙어 있었다. 단 일주일 사이에 새로운 병원으로 교체됐지만 간판에는 여전히 캄보디아 국기와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한편 유튜브 <연예 뒤통령이진호>의 이진호는 “사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서세원뿐만이 아니다. 이 병원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이 서세원까지 벌써 세 번째다”라고 주장하며 “앞서 사망한 이들 역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래서 유족이나 관계자들이 캄보디아 경찰을 믿지 못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아직 정식으로 개업하지 않은 무허가 의료시설에서 벌써 세 번이나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면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망 장소’와 ‘사인’, ‘신고자(또는 목격자)’ 등이 명확하게 풀리면 의혹이 생길 까닭이 없다. 그런데 고 서세원의 사망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미스터리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사망 장소’, 다시 말해 서세원이 사망한 4월 20일에는 병원에 누가 있었을까? 당연히 서세원이 있었고 고인에게 주사한 간호사가 있었다. 다만 해당 간호사는 이날 미래 폴리클리닉에서 면접을 봤다. 병원 직원이 아닌 면접을 보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사람이었던 것. 현장을 찾은 디스패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간호사는 “나는 병원에서 내 (주사) 실력을 테스트하는 줄 알았다.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주사를 놨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 의사 처방도 없는 약인데”라고 밝혔다. 그런데 사망 당시에는 간호사도 병원에 없었다. 간호사는 “나는 면접을 보러 갔다. 주사만 놓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집으로 갔다”며 “병원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죽었다고. 너무 놀라 다시 병원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이 간호사는 면접을 보러 갔을 당시 병원에 인사 담당자와 사망자(서세원), 사망자의 운전기사, 그리고 병원 투자자 등 4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서세원의 사망을 확인하고 신고한 사람이 ‘남자 직원’이라고 밝혔다. 현지 경찰이 언급한 남자 직원이 인사 담당자와 운전기사, 투자자 가운데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병원에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운영 이사가 인터뷰에서 간호사가 언급한 인사 담당자인지 투자자인지도 불분명하다.

더욱 의문으로 남는 대목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의 말이다. 박현옥 부회장은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간호사 면접을 봤고, 그 간호사에게 링거를 맞았다고 한다. 운영 이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쇼크가 온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간호사는 물론이고 운영 이사도 서세원 사망 당시 병원에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병원으로 돌아와 사망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한 남자 직원이 운영 이사일 가능성은 있다. 과연 서세원 사망 당시 그 병원에는 누가 있었던 것일까?

또한 운전기사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유튜버 이진호는 “서세원은 차가 없다. 그래서 본인의 운전기사가 존재할 리 없다”면서 “서세원은 현지 운송 수단인 툭툭을 타고 다녔다. (간호사가 언급한) ‘사망자의 운전기사’는 서세원의 운전기사가 아닌 병원 관계자의 운전기사”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이 나온 까닭은 “간호사가 사망자의 운전기사가 ‘평소에 잠을 못 자서 이 약(프로포폴로 추정)을 맞는다’고 말했다”고 디스패치가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 함께 다니는 서세원의 운전기사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평소 모습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그는 누구의 운전기사일까? 또 그는 서세원 사망 당시 병원에 있었을까?

서세원의 딸 서동주와 함께 서세원 사망 직후 캄보디아의 서세원 빈소에 다녀온 이성희 변호사는 4월 24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납득 안 되는 상황이 있는 건 맞다”면서 “간호사를 제외한 최초 목격자가 누구였고, 언론에 알려진 최초 목격자에게 연락을 취한 병원 관계자가 누구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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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서세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과거 본지 단독 보도(2013년 9월호)된 ‘서세원 아들의 결혼식 기사’가 화제가 됐다. 당시 아버지인 서세원이 사회와 주례를 맡았다.

(왼쪽)서세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과거 본지 단독 보도(2013년 9월호)된 ‘서세원 아들의 결혼식 기사’가 화제가 됐다. 당시 아버지인 서세원이 사회와 주례를 맡았다.

(왼쪽)서세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과거 본지 단독 보도(2013년 9월호)된 ‘서세원 아들의 결혼식 기사’가 화제가 됐다. 당시 아버지인 서세원이 사회와 주례를 맡았다.

‘저혈당 쇼크사’… 그런데 무슨 주사를 맞았나?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사인’은 무엇일까? 서세원 사망 직후 국내 언론은 “링거를 맞다 쇼크 증상을 일으켜 심정지가 와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서세원이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터라 현지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내 언론은 주로 박현옥 부회장의 전언을 보도해왔다. 박현옥 부회장이 국내 언론에 설명한 대로 사망 과정이 보도된 것이었다. 이성희 변호사가 언급한 ‘언론에 알려진 최초 목격자’는 박현옥 부회장으로 보인다. 박현옥 부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링거액이 오렌지색이었다. 수액에 영양제를 넣은 것 같다. 내가 팔에 꽂혀 있는 링거를 직접 뺐다. 3분의 2 정도 맞은 것 같다”며 “경찰이 수거해서 검사를 했다. 쇼크사다”라고 말했다.

국내 의학계에서 바로 의혹이 제기됐다. 의학 전문기자 출신인 홍혜걸 박사와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가 각각 SNS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론상 수액은 안전하다는 설명과 함께 링거는 사망 원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내 의학계에서는 지병 등 기왕력(기존 병력)이 있거나, 수액이 오염됐거나 수액에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물질이 들어가 있었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캄보디아 현지를 찾은 디스패치 취재진이 사망한 서세원을 검안한 의사와 어렵게 연결됐다. 해당 의사는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약품 종류를 “IV Fluid, Lactated Ringers Injection USP, 1,000ml, LAROSCORBIN 1G 1A, BECOZYME 1A”라고 밝히며 “이 2가지 약을 섞었다. 1A는 1앰풀을 뜻하는데 이 두 약은 링거와 함께 사용한다.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서세원은 당뇨를 앓고 있다고 들었다. 아마 인슐린을 맞아 체내 혈당이 떨어졌다면 상기 약은 혈당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혈당으로 사망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안 의사의 소견은 ‘저혈당 쇼크사’다. 이는 “수액에 영양제를 넣은 것 같다”며 “경찰 검사 결과가 쇼크사”라고 언급한 박현옥 부회장의 말과 부합되는 소견이기도 하다.

그런데 직접 주사를 놓은 간호사의 말과는 차이점이 있다.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간호사는 자신이 주사한 약물이 프로포폴이라고 밝힌 것. 애초 디스패치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당 간호사는 프로포폴을 언급한 바 있고, 이는 디스패치 취재진이 현지를 직접 취재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미래 폴리클리닉 처치실에서 서랍 안에 있던 프로포폴과 함께 우윳빛 약물이 담긴 주사기가 검정 비닐봉지 안에 폐기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간호사는 “서세원의 운전기사가 ‘평소에 잠을 못 자서 이 약을 맞는다’고 말했다”는 얘기까지 했다. 모두 해당 간호사가 서세원에게 주사한 약물은 프로포폴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현지 경찰과 검안 의사 등이 결론 지은 사인은 ‘저혈당 쇼크사’인데, 직접 주사를 한 간호사가 밝힌 약물과 현장에서 수거한 약물이 서로 다르니 뭔가 미심쩍다.

고 서세원의 아내와 딸이 캄보디아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8살 난 딸은 아직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서세원이 숨진 병원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이
벌써 세 번째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현지 화장으로 미스터리가 풀릴 길 묘연해져

사인을 규명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있었다. 서세원의 시신을 국내로 이송해 부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프로포폴과 현장에서 수거한 약물 가운데 실제로 서세원에게 투약된 약물이 무엇인지는 물론이고 정확한 사인까지 대부분의 의혹은 부검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었다.

유족 사이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는데 결국 현지에서 화장하고 유해를 한국으로 가져와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관련 의혹이 거듭 불거지고 있는 까닭에 시신을 국내로 이송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현지에서 화장한 까닭은 열악한 현지 사정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4월 28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찰에서 고인의 시신을 화장했다.

고인의 유해는 4월 30일 국내로 들어왔고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 절차가 시작돼 5월 2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서세원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이로써 서세원의 사망 미스터리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해졌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장소인 병원을 둘러싼 의혹부터 당시 병원에 누가 있었는지, 최초 목격자와 신고자도 불분명하다. 또한 실제로 당시 서세원에게 주사된 약물이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저혈당 쇼크사’가 공식 사인이 됐다.

한편 서세원의 유족은 공식 입장을 통해 “캄보디아 현지 경찰로부터 당뇨병으로 인한 심정지라는 검안 결과가 담긴 사망 증명서를 받았으나 사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 대사관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에 현장에서 수거한 링거 등의 성분 분석,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반환 등을 요구했지만 캄보디아 경찰 측이 차일피일 미뤘다”며 안타까워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신민섭(일요신문 기자)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일요신문, 서울문화사DB, 서동주 인스타그램
2023년 06월호

2023년 06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신민섭(일요신문 기자)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일요신문, 서울문화사DB, 서동주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