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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부가 이어받은 아버지의 와인, 그랑꼬또 사람들

대한민국 1세대 와이너리 그랑꼬또에는 김지원 대표의 인생이 담겨 있다. 청년 농부인 아들 김한식 씨가 완성도를 높여갈 한국 와인의 미래는 어떠할까?

On May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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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발효되고 있는 발효 창고에서 대화를 나누는 아들 김한식 씨와 아버지 김지원 대표.

와인이 발효되고 있는 발효 창고에서 대화를 나누는 아들 김한식 씨와 아버지 김지원 대표.

세미드라이 로제 와인으로 단맛은 적지만 부드러운 산미와 과실 향이 조화를 이루는 그랑꼬또 김홍도 와인.

세미드라이 로제 와인으로 단맛은 적지만 부드러운 산미와 과실 향이 조화를 이루는 그랑꼬또 김홍도 와인.

세미드라이 로제 와인으로 단맛은 적지만 부드러운 산미와 과실 향이 조화를 이루는 그랑꼬또 김홍도 와인.

뜨거운 태양 아래 맛있게 익어가는 대부도 청수 포도.

뜨거운 태양 아래 맛있게 익어가는 대부도 청수 포도.

뜨거운 태양 아래 맛있게 익어가는 대부도 청수 포도.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아들 안녕하세요? 대부도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김한식입니다. 올해로 7년째 아버지인 김지원 대표님 밑에서 포도를 키우고 와인을 배우며 기술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아버지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김지원입니다. 그린영농조합법인에서 시작해 2000년 와인 브랜드 그랑꼬또를 만들었고, 2003년에 첫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20년이 넘게 와인을 만들 줄 몰랐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한국 와인의 발전을 기원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랑꼬또에서는 어떤 와인을 만드나요?
아들 프랑스어로 ‘큰 언덕’을 뜻하는 그랑꼬또(Grand Coteau)는 대부도와도 뜻이 통하는 단어예요. 아버지가 그랑꼬또를 출시할 때만 해도 프랑스 와인이 강세였고 한국 와인은 불모지였어요. ‘대부도 와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 뻔했죠. 지금은 한글이 멋스럽고 힙한 느낌을 주지만,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어요.
아버지 그랑꼬또에서는 포도 품종 캠벨얼리와 청수로 만든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요.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포도를 먹기 위해 재배해요. 향과 맛이 익숙한 포도로 만들다 보니 우리 입맛에 더 잘 맞고, ‘고기에는 레드와인’ 같은 공식도 필요 없이 우리 음식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맛이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전 와인은 잘 몰라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그랑꼬또 와인을 마셔보면 뭔가 익숙하고 친근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한국 포도로 만든 한국 와인이기 때문이에요.

‘한국 와인?’이라는 모두의 의심에서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아버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다들 안 될 거라고 했죠. 나조차 반신반의했었으니까요. 그래도 일단 시작했어요. 1세대는 다 이런 시련을 겪으면서 헤쳐나가는 거잖아요. 또 하다 보니까 끈기, 오기 같은 것도 생겼어요. ‘한국 와인은 왜 안 되는데?’ 하는. 그러다 청포도 품종인 청수를 만났죠. 청수는 맛과 향이 좋은데 익으면 알맹이가 잘 떨어져 생과로 먹기에는 어려운 포도예요. 이걸 와인으로 만든 거죠. 떨어지기 전에 수확하면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더라고요.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고 풍부한 과일 향의 화이트 와인인 ‘청수 와인’은 아시아 와인 콘테스트 등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수상했고, 2017년엔 아시아와인트로피 M5610 금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청와대 만찬주에 두 번이나 선정됐죠. 그렇게 만들어온 그랑꼬또를 이제 아들딸이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어요(아들인 김한식 팀장이 와인 메이커, 큰딸이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다).

와이너리 안쪽에 위치한 와인 숙성실.

와이너리 안쪽에 위치한 와인 숙성실.

와이너리 안쪽에 위치한 와인 숙성실.

가끔씩 와인의 맛을 테이스팅하며 완성해 나간다.

가끔씩 와인의 맛을 테이스팅하며 완성해 나간다.

가끔씩 와인의 맛을 테이스팅하며 완성해 나간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아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와인을 보고 자랐어요. 고등학교 때 진로를 고민하다가 한국농수산대학교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농어업 분야의 청년 인재를 양성하는 국립대학교인데 이곳에서 공부하고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처음에는 와인이 좋아서라기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좋은 분들과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멋져 보였거든요. 농사도 와인도 몰랐던 제가 대학 2학년 때 실습을 나갔어요. 우리나라 포도 농장에서 6개월간 일하고, 5개월간 독일의 와이너리에서 일했죠. 독일에 가서 와인을 마셔보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우리도 이렇게 만들면 되겠다’라는 이상을 가지고 돌아왔죠. 졸업 후 바로 아버지의 농장에 합류했어요.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졸업 후 의무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거든요.

후계자가 생긴 심정은 어떠셨나요?
아버지 딱 3단계로 표현할 수 있어요. 1단계, 마냥 좋았어요. 드디어 나도 후계자가 생기는구나 했죠. 2단계, 졸업 후 포도 농장으로 돌아온 아들을 만나니 ‘웬수’가 따로 없었죠.(웃음) 독일 와이너리에 갔다 온 이야기를 주야장천하면서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만 하니까요. 내가 기대했던 아들이 아니었어요.(웃음) 3단계, 지금이에요. 올해로 7년째 되니 손발이 맞아가는 느낌이 와요. 재작년부터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더라고요.(웃음) 지금도 수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5년 이내에 아들에게 많은 것을 인계하고 저는 좀 뒤로 물러나려고 해요.
아들 처음 독일에 다녀오고 저는 와인에 대한 이상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들처럼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버지는 왜 그렇게 안 하셨지? 이제부터라도 내가 바꿔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니까 참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1년, 2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버지의 말이 맞고, 한국 와인은 한국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알았죠. 그래서 전 아직도 아버지에게 배울 게 많아요.

부자가 꿈꾸는 그랑꼬또의 내일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버지 한국 와인은, 그랑꼬또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초석을 다졌다면 2세대들이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 우리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더 많고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1세대가 20년이 걸렸다면 2세대, 3세대는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아들 와인 메이커로서 저는 좀 고지식한 편이에요. 와인이 꼭 트렌디해질 필요가 있나 싶거든요. 마케팅을 맡은 누나와는 정반대의 생각이지만요. 와인은 시간의 흐름에 맡겨야 하는 술이고, 시간과 경험, 노하우가 쌓여야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의 스타일을 더욱 확고히 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랑꼬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와인을 더 잘 만들고 싶어요. 그랑꼬또가 한국 와인을 대표하는 와인으로도 자리 잡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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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꼬또에서 출시하는 와인을 둘러보고 마실 수도 있는 공간.

그랑꼬또 www.grandcoteau.co.kr


한국의 식문화와 잘 어울리는 한국 와인을 만날 수 있는 곳. 와이너리는 견학 및 테이스팅이 가능하며 포도를 수확하는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푸른 포도밭의 경치와 더불어 포도 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주소 경기 안산시 단원구 뻐꾹산길 107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점심시간 낮 12시~오후 1시, 토요일 오전 10시 오픈, 일요일 휴무)
문의 032-886-9873

CREDIT INFO

에디터
이채영
사진
김동환
2023년 05월호

2023년 05월호

에디터
이채영
사진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