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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말하는 현실 학교 이야기(2)_학폭의 가해자와 방관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학교폭력. 내 아이가 학폭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일 수 있는 현실 학교 이야기.

On April 03, 2023

<오늘의 대담자>

학폭 피해자 학부모 민 여사(44세, 고2 아들과 중2 아들 엄마)
사이버 폭력이 두려운 박 여사(38세, 초5 딸 엄마)
<더 글로리> 애청자 이 여사(42세, 중1 딸과 초3 아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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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좋고 공부 잘하는,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가해자들

그런 분위기니까 애들이 교실에서 학폭이 일어나는 걸 알면서도 학교나 부모들에게 말을 못 해요. 학폭 피해자를 도왔다가 자신이 그다음 피해자가 될까 봐 두려운 것도 있겠지만, 괜히 복잡한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아 아예 모르는 척하는 경우도 많아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인 거죠. 사실 저도 첫째 아이의 학폭을 겪고 나서 둘째한테는 괜히 남의 일에 휘말리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둘째 아이에게 학폭을 방관하는 건 가해자와 똑같은 거라고 말해줬어요. 네가 방관하는 순간 형처럼 힘들어하는 친구가 또 생길 수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일단 아이한테 네 힘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어요.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는 건 고자질이 아니라고요.
맞아요. 학교폭력을 방관하는 것도 가해행위와 같은 거라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교육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폭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예요. 학폭을 당하고 나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으로 폭력을 당하거나 따돌림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학폭은 분명히 가해자가 잘못한 거라는 사실을 꼭 알려줘야 해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소위 ‘문제아’, ‘날라리’라고 불리는 애들이 학교폭력을 일으켰잖아요. 그런데 요즘 학교폭력 가해자는 오히려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부유한 아이가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거 같아요.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글로리>처럼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 학교폭력은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해요.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똑같이 때리면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이 적용될 수 있다는 거죠. 가해 학생에 맞서 폭력을 행사하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거 같아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해자를 때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학교나 사회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도대체 피해자는 뭘 할 수 있나요.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인 거 같아 정말 안타까워요.

‘학폭 방관 역시 가해 행위’
피해 학생 보호와 회복이 가장 중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폭에 있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는 성인이 돼서도 완치되지 않아요. 부모들이 “대학 가면 다 해결된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어릴 적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대학생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학폭 피해를 겪지 않은 이들보다 2.6배나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고 해요. 우리 아이의 경우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상담도 받으면서 학폭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부단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방학 때마다 아이랑 국내외 여행을 다녔는데 주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찾아다녔어요. 그게 좀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아이 친구 중에 초등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 때문에 대안학교로 전학 간 아이가 있는데, 그 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치유됐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아이들을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서로의 장점을 스스로 찾는대요. 이 친구는 노래를 잘하고, 이 친구는 고장 난 물건을 잘 고치고, 이 친구는 아래 학년 동생들과 잘 놀아주고…. 이런 식으로 각자가 잘하는 분야를 존중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거기도 아이들끼리 싸우고 왕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일단 아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요. 당사자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먼저 충분히 시간을 주고, 학부모들의 개입은 최대한 막는다고 해요. 발생한 문제에 대해 모든 교사가 함께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건 기본이고요.

대안학교의 좋은 점을 공교육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사실 대안학교 학부모 중에 공교육 교사가 정말 많아요. 제 친구도 초등학교 교사인데, 자기 아이는 둘 다 대안학교에 보내요. 공교육 교사들조차 공교육을 불신해 대안교육을 선택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지금까지 학교폭력은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어요. 2~3년 전쯤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학폭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때마다 여러 대책이 나왔는데, 그다지 효과는 없었던 거 같아요. 이번에도 그냥 반짝했다가 흐지부지되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학교폭력 기록을 대학 입학 전형에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잖아요.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중이 높아 학폭 기록이 주요 감점 요인이지만, 수능 점수가 중요한 정시는 학폭 기록이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대요. 정순신 변호사 아들도 그래서 정시로 서울대 철학과에 합격한 거고요. 학생이나 학부모나 다들 대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니까 대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학폭에 대한 경각심이 좀 높아질 거 같기는 해요.

가장 중요한 건 학폭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거예요. 우리는 항상 문제가 발생하고 사건이 터져야 그때부터 부랴부랴 급하게 해결책을 찾으려고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이미 학폭 피해 학생의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어요.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사실 가해자가 그 어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피해 학생의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이 온전하게 회복될까요?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해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최고난도의 숙제인 거 같아요. 학폭 없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징후

□ 늦잠을 자고 몸이 아프다며 학교 가기를 꺼린다.
□ 성적이 갑자기 또는 서서히 떨어진다.
□ 학교생활 및 친구 관계에 대한 대화를 시도할 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화장실에 자주 간다.
□ 용돈을 평소보다 많이 달라고 하거나 휴대폰 요금이 많이 부과된다.
□ 불안한 기색으로 정보 통신 기기를 자주 확인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 SNS의 상태 글귀나 사진 분위기가 갑자기 우울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뀐다.
□ SNS 계정을 탈퇴하거나 아이디가 없다.
□ 갑자기 급식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 작은 자극에 쉽게 놀란다.
- <2022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교육부) 참고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징후

□ 부모와 대화가 적고, 반항하거나 화를 잘 낸다.
□ 다른 학생을 종종 때리거나 동물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인다.
□ 자신의 문제 행동에 대해 이유와 핑계가 많고, 과도하게 자존심이 강하다.
□ 성미가 급하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이다.
□ 폭력과 장난을 구별하지 못해 갈등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
□ 평소 욕설이나 친구를 비하하는 표현을 자주 한다.
□ SNS상에 타인을 비하, 저격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게시한다.
- <2021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교육부) 참고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