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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마약 '백화점' 됐나

2년 전부터 마약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톱스타 유아인의 마약 파문은 정점을 찍는 듯하다. <우먼센스>가 마약의 종류부터 유통, 처벌까지 마약의 세계를 심층 취재했다.

On March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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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보도되기 전부터 마약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마약 청정국은 끝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마약 사범으로 검거되는 이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아인이 4종류의 마약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을 놓고 ‘최근 트렌드’라는 말도 나온다. 필로폰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 1~2종류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종 마약류의 적발 금액이 전년의 3배 수준으로 급증했을 정도다.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적발한 신종 마약은 108억원 규모로 전년(38억원) 대비 187% 증가했다. 지난해 신종 마약 적발 중량은 267kg이다. 종류별로 보면 신종 마약 중 합성 대마가 91kg(60억원) 적발돼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적발 중량은 499%, 금액은 624% 증가했다. MDMA는 25kg(19억원), 케타민은 22kg(17억원)으로 적발 중량이 각각 211%, 277%씩 늘었다.

<우먼센스>가 마약의 종류를 ‘유아인 투약 마약’을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마약의 종류, 실태, 유통, 처벌까지

 입문용으로 불리는 ‘대마초’ 

대마(초)는 천연 마약으로 분류된다. 자연에서 유출해내는 것으로, 흔히 담배에 비교되기도 한다. 삼을 가공해 만드는 마약류의 일종으로, 2016년 미국 내 조사에서 26세 이상 성인 흡연율이 46%에 이를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는 약물이다(미국에서는 보통 1달러 지폐를 말아 코로 흡입하는데, 미국 1달러 지폐 중 90%에서 대마가 확인된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마 합법화를 이야기하는 연예인들도 적지 않았다. 흔히 담배와 비교되면서 금단증상과 중독성이 낮다는 게 그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대마가 ‘마약’이 아닐 수는 없다. 급성기 쾌감 효과가 2~3시간으로, 몇 분 이내로 끝나는 담배보다 길다. 투여 중단 시 불면, 우울, 불안, 복통, 두통, 오한 등 다양한 금단증상도 발생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뇌 발달을 저해해 뇌 손상을 일으키고, 청소년기 대마 사용은 다양한 중독성 마약에 손을 대게끔 하는 ‘입문용’이라는 게 중론이다.

연예계에서는 “아티스트라면 대마는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그만큼 많은 연예인이 대마를 했다가 적발됐다. 래퍼 이센스, 가수 강산에·고호경·김현식·
전인권·싸이·신중현·신해철·이승철·이현우·조덕배·그룹 빅뱅 탑·그룹 부활 김태원, 배우 주지훈, 개그맨 신동엽 등이 대마초를 흡입했다가 적발된 바 있다.

 완벽한 마약으로 알려진 ‘코카인’ 

영화에서 많이 ‘봤을 법한’ 마약이 바로 코카인이다. 손가락으로 마약 가루를 살짝 찍어 쪽 빨아 먹는 게 바로 코카인인데, 순도가 높은 코카인일수록 마취가 빠르게 된다고 한다(참고로 코카인은 잇몸에 묻히면 마취 효과만 보일 뿐 마약 작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들이 수사 도중 흰 가루가 보이면 그걸 조금 찍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가루 결정체인 코카인은 천연 마약으로 분류된다. 1980년대 들어 콜롬비아나 볼리비아에서 거대 마약 카르텔이 생겨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1970~2000년 사이 미국을 거쳐 유럽 등에 널리 퍼지면서 자연스레 엄청난 수의 마약중독자가 양산됐다.

코카인은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한 동시에 너무 쉽게 고순도로 대량 정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약으로서 가장 완벽한 특성을 가졌다. 고작 손톱만큼의 코카인을 경구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과잉 복용이나 다름없을 만큼 무게 대비 약효가 무시무시하게 강한데, 제조 과정이 손쉽기까지 하니 의존성과 중독성이 쉽게 생길 수밖에 없다.

 알약 형태의 신종 마약 ‘MDMA’ 

최근 강남 일대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알약 형태의 신종 마약이다.
암페타민, 헤로인 등 다른 마약류에 비해 사용된 지는 오래되지 않은 약물로, 흔히 ‘엑스터시’, ‘XTC’, ‘컵케이크’ 등으로 불린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테크노 열풍이 불 때 ‘도리도리’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힘내서 밤새도록 춤출 수 있다고 해서 유명하기도 한데, 카페인 등과 합성해 사용된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경우에 따라 며칠 동안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보통 한 알의 환각 효과가 3~6시간 정도 지속되며, 부작용으로는 근육의 긴장, 메스꺼움과 갈증 등이 있다.

 중독성 있는 전신마취제 ‘프로포폴’ 

프로포폴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페놀류 정맥 마취제로, 정식 의약품이다. 미다졸람, 케타민과 함께 3대 수면 마취제로 꼽힌다. 전신마취 시에는 마취 유도 및 유지에 사용되며, 그보다 더 적은 용량으로 수면 내시경이나 성형수술 등에도 쓰인다. 1973년 영국에서 개발돼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탁월한 마취 효과와 빠른 의식 회복, 적은 부작용으로 널리 보급됐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이 주치의의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사망한 사건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오히려 오남용되기 시작했다.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였는데, 당시 의료계에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탁월한 마취제이기도 하다. 한 논문에 따르면 프로포폴을 맞는 건 중독성 있는 전신마취제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간단한 피부 미용 시술에 남용되는 현실은 잘못됐다. “가끔 받는 건 괜찮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궤변이다. 모든 중독은 그 한 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잠을 부르는 가바(GABA) 수치를 높여 뇌 기능을 억제한다.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도 마비돼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도파민은 뇌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기쁜 순간에 많은 양이 분비된다. 처음에는 소량의 프로포폴을 맞아도 효과가 있지만, 의존성이 생기면 양을 점차 늘려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2013년 1월 배우 이승연이 프로포폴을 불법 상습 투여한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배우 박시연·장미인애가 불구속 기소되고 방송인 현영도 약식기소됐는데, 당시 이들의 투여 횟수는 박시연 185회, 이승연 111회, 장미인애 95회, 현영 42회였다(경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1년 1~12월, 총 73회 투약했다. 한 달에 약 6회꼴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과 배우 하정우 등이 프로포폴 투약으로 충격을 주었다.

 무색무취의 클럽 약물 ‘케타민’ 

케타민은 최근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몽롱하거나 잠이 오게 하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데다 무색무취여서 대표적인 성범죄 약물로 악용돼왔다. 일명 ‘클럽 약물’로 불리기도 한다.

UN 역시 이 약물에 대해 특별히 경고를 한 바 있다. UN 산하 국제마약감시기구(INCB)는 강간 약물을 따로 지정했는데, 다른 사람의 음료수에 몰래 넣어 의식을 잃게 한 후 성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해 범죄 입증이 어려운 약물들이다.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국내에서는 버닝썬 게이트 이후로 널리 알려진 GHB와 유아인에게서 검출된 케타민이 여기에 속한다. 무색무취라서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한다. 가루로 만들어 음료나 술에 넣거나 비강으로 흡입할 수도 있으며, 전자담배의 액상과 섞어 흡연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입하면 대개 30~45분, 코로 흡입하면 45~60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고 한다.

복용 후 진정 작용이 나타나기 전까지 심박수와 혈압이 빠르게 높아지는데, 이 때문에 과도하게 복용하면 호흡곤란 및 심장마비, 뇌출혈 등을 유발하여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1962년,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많았던 마취제 ‘펜시클리딘’을 대체하고자 개발됐고, 심박수를 낮추지 않아 동물용 마취제로 널리 사용됐다. 현재도 동물용 마취제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다(정신착란과 환각을 포함하는 부작용 때문에 현재는 인체용 일반 마취제로의 사용은 제한하고 있다). 2019년에는 비강 스프레이로 사용할 수 있는 항우울제로 개발되기도 했다.

코카인이나 MAMA와 같이 상용해서 쓰는 게 일반적인 투약 수법으로 알려졌다. 성적 흥분감을 높이기 위한 조합이라고 한다. 1999년 미국에서 데이트 폭력 약물로 지목된 후 2005년에는 캐나다, 2010년대에는 영국과 인도, 호주에서 관리 약품으로 지정됐다.

 가장 중독성 강한 ‘필로폰’ 

대마와 코카인이 천연 마약이라면, 필로폰은 합성 마약의 대표 격이다(다만 역사가 비교적 오래됐기 때문에 신종 마약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1919년 일본 제약 회사에서 개발됐다. 한국에서는 흔히 ‘히로뽕’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과거 일본어 독음을 그대로 따라 불렀기 때문이다. 마약을 거래하는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음어로는 ‘작대기’, ‘술’, ‘얼음’, ‘아이스’ 등으로 불린다.

처음에는 ‘잠을 쫓고 피로감을 없애주는 각성제’로 유통됐다. 수면과 식욕을 억제하는 특성 탓에 전투 중인 군인에게 최적화된 약물로 인식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독일·일본 군부대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은 주사기로 투여하는 ‘가장 중독성 강한’ 마약이다. 중독자들은 전형적인 특징이 있는데, 보통 2~3일간 잠을 자지 않고 투약 후 성관계를 맺는 등 여러 명이 함께 투약하는 게 일반적이다(성욕 증가 효과가 있다). 필로폰은 코카인과 함께 극도의 쾌감을 선사한다. 이 때문에 한 차례의 투약만으로 중독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젊은 여성이 필로폰에 노출되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적 착취를 당하는 유흥업소에 드나들거나 포르노물에 출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피우면 온순해진다는 대마초와 달리 필로폰을 흡입하면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론에서 종종 ‘필로폰 투약 후 폭력 행위 혹은 난폭 운전, 교통사고’ 등의 기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UAA 제공, 게티이미지 뱅크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UAA 제공, 게티이미지 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