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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자들

화제의 인물과 얘기를 나누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느새 tvn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는 법.

On October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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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에 논란에, 난감한 ‘유퀴즈’

tvn 간판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은 국내 최고의 MC 유재석이 책상과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일반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변곡점이 됐다.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일반인’을 만나고 다닌다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제작진은 일반인을 랜덤으로 만나 얘기를 듣던 포맷을 바꿔 매회 화제의 인물이나 유명인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진화시켰다. 물론 tvN 내부에서는 “원래 취지가 더 의미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MC 유재석의 탁월한 진행 능력 덕에 출연을 희망하는 톱스타, 유명인들이 줄을 서면서 방송계에서는 유일무이한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 유명인들만 초대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출연자들에게서 비롯된 사고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퀴즈>에 출연해 ‘비전 있는 사업가’로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어필했던 한 기업 대표가 주가조작 논란 속에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강영권 회장 ‘주가조작’ 혐의 구속

지난 10월 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에디슨모터스의 강 회장은 지상파방송 PD 출신으로 KBS2 예능 <연예가중계>, SBS 시사교양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2017년 국내 전기버스업체 TGM을 인수한 후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회사 이름을 에디슨모터스로 바꾼 뒤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며 나섰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는 ‘주가조작을 위한 명분’이었다.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공시해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의 주가를 띄우는 등 불공정 거래를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법원은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강영권 회장을 구속했다. <유퀴즈>에 출연한 인물 중 구속된 첫 케이스이기도 하다.

강영권 회장이 방송에 출연했던 것은 지난 2020년 7월. 주가조작 의혹이 있었던 것은 1년여 후인 2021년 5월 무렵부터다. 강 회장이 방송에 출연해 얘기했던 “큰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이 애초에 주가조작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강영권 회장은 “청주, 세종, 경주에도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는 자산운용회사에서 투자가 들어왔다. 5년 안에 2조~3조원 되는 회사로 같이 만들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전기차 사업을 하고 싶었기에 2년 만에 1,138억원에 매각했다”며 “큰돈을 벌어 평생 편하게 먹고살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 공헌하고 신기술 투자를 해야 되겠다는 결심에 중국에 넘어갔던 회사를 인수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기차 시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강영권 회장. 하지만 출연 2년여 만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감방에 갇히는 처지가 됐다. 

‘부자 흉내’ 유튜버에 속기도

강영권 회장이 출연했던 무렵인 2020년 8월 초. <유퀴즈>에는 구독자 30만 명을 거느리는 유명 유튜버인 카걸(Cargirl)·피터 부부가 출연했다. 카걸 부부가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제성이었다. 테슬라 초기 투자자로, 목돈을 벌게 됐다는 ‘부호’였던 이들은 남들이 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람보르기니 등 해외 명차나 파티장을 배경으로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많은 이들의 ‘워너비’로 불렸다. <유퀴즈>에 출연해서도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마우리치오 콜비의 페라리 그림을 선물했다. 이후 카걸 부부는 자신들 유튜브 채널에 ‘<유퀴즈>에 카걸 출연! 페라리 디자이너가 서울에서 영감받고 그린 자동차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이들 부부의 거짓말 논란이 제기됐다. 피터는 “(테슬라 설립 초기에) 일론 머스크 형님의 옆집에 살았는데, 대학생 신분에 대학교 등록금 정도를 투자하게 됐다”고 스스로를 설명해왔지만, 테슬라 초기 투자자 명단에 이름이 없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유재석, 조세호에게 선물한 그림을 놓고 “작가의 친필 서명과 고유의 넘버링이 뒷면에 기재된, 단 499점만 판매할 예정이니 소장할 기회를 가지시라”며 홍보를 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걸·피터 부부는 “방송이 콘셉트”였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들은 이후 “시승차임에도 그것을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콘텐츠를 제작했다”며 “영상에 등장하는 자동차가 저희 소유가 아님을 밝혔어야 했는데 채널의 콘셉트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보여주기에만 몰두했다”고 인정하고 채널을 폐지했다.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이들 부부를 출연시킨 제작진도 사과 입장문을 올려야 했다. <유퀴즈>제작진은 방송 10여 일 후 입장문에서 “관련된 의혹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섭외와 촬영, 방송을 진행하게 된 점은 제작진의 명백한 잘못”이라며 “시청자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주식 대가들도 금융 당국 조사받는 중

주식 열풍이 한창이던 2020년 5월. <유퀴즈>는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 리를 초대했다. 평소 부동산이 아닌, 주식을 사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던 존 리. 그는 방송에서 “주식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사야 한다. 타이밍을 맞추려는 게 제일 잘못된 생각이다.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면 나도 여기 없다. 1년 후 날씨도 모르는데 주식 타이밍을 맞추는 건 의미가 없다”며 주식 투자를 권유했다. 또 “아이들 학원을 끊고 주식이나 펀드를 사줘야 한다. 그게 우리나라를 살리는 일이다. 과감하게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살려주고 그 돈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사주고 노후를 준비하면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커피 한 잔을 사 마실 돈으로 주식 1주를 사야 한다고 강조했던 존 리. 방송 후 화제성은 엄청났다. 주식 열풍이 불었고, 존 리를 존봉준(존 리+전봉준)이라고 부르며, ‘동학개미(운동)’로 대표되는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멘토’처럼 떠받들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도 <유퀴즈>에 출연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주식투자의 달인으로 묘사된 강 회장. 종잣돈 3,400만원을 6,000만원으로 불리고, 1억원을 156억원으로 불리는 투자 신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 역시 존 리 대표처럼 주식 투자를 권유했다. 강 회장은 <유퀴즈>에 나와 “소비하자마자 괜찮다고 느끼면 주주가 되자. 그게 주식의 본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 문화를 강조했던 강방천 회장과 존 리 대표. 하지만 방송 2년여 만에 이들은 모두 불명예스럽게 현직에서 퇴장했다. 두 사람 모두 불법 성격이 있는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존 리 대표는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본인이 대표인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 자금을 투자토록 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 제보는 금융 당국에 들어갔고 감사가 시작됐다. 존 리 대표의 배우자가 지분 6.57%를 투자한 업체이자 존 리 대표 지인이 2016년 설립한 회사에 메리츠자산운용의 자금 80억여원이 투자됐기 때문. 존 리 대표는 불법성이 없다 반박했지만 금융감독원의 감사와 함께 결국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강방천 회장도 차명 투자 의혹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강방천이 회장으로 있는 에셋플러스운용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강 회장이 차명을 통해 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공유 오피스 업체에 강 회장이 개인 자금을 대여해준 것을 자기매매, 즉 차명 투자로 본 것인데 원더플러스는 강 회장이 대주주, 강 회장의 딸이 2대 주주다. 금융감독원은 두 사안 모두 감사, 조사를 토대로 징계 및 제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방송계에서는 ‘사전 유명인 섭외 포맷’의 한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PD로 근무 중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일반인들을 랜덤하게 만나다 보니 화제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면, 코로나19 이후 유명인이나 방송인을 초대하는 포맷이 확정됐고 시청률이나 화제성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된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0일을 기점으로 2개월간 재정비 끝에 돌아온 <유퀴즈>는 여전히 ‘사전 유명인 섭외 포맷’을 고수하고 있다.

앞선 PD는 “토크쇼는 출연 전 검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출연자의 생각이나 입장에서 발언이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논란은 불가피하다”며 “기업인처럼 홍보 목적이 분명한 이들의 경우 더 신중하고 엄격한 자세로 출연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유퀴즈’ 홈페이지, 에디슨모터스 제공, 카걸 인스타그램, 존 리 유튜브 계정 화면 캡처
2022년 11월호

2022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유퀴즈’ 홈페이지, 에디슨모터스 제공, 카걸 인스타그램, 존 리 유튜브 계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