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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의 계절! 아, 무섭고 서럽다

On October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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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 나는 경건하다.

건강검진의 계절이 돌아왔다. 20·30대엔 과음한 다음 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지만, 이제는 경건해진 마음으로 ‘그날’에 임한다. 40대의 건강검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아, 무섭다….

평생 직장 생활을 해온 나는, 연말이 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건강검진을 받았더랬다. 젊은 시절엔 그랬다. 건강검진을 해도 아무런 이상 신호가 없었기에 무언의 의식처럼 그 전날엔 술을 마셨고, 숙취를 안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곤 했다. 그 시절엔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몸무게’가 건강검진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40대가 됐다. 몸 구석구석의 노화가 최첨단 시스템을 통해 수치로 나타난다. 매년 ‘건강검진 결과지’엔 건강 상태가 구구절절 적힌 글로 빼곡하다. 읽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뭔 소리인진 잘 모르겠지만 결국 늙어간다는 소리다. 추적 검사를 해야 하고, 예의 주시해야 한단다. 아, 무섭고 서럽다.

친구들을 만나면 어느새 건강 얘기로 꽃을 피운다. 물론 재테크, 시술, 연예인 얘기로 더한 꽃을 피우지만 가장 진지한 시간은 언제나 건강 얘기를 할 때다. 대체로 “누가 아프대”로 시작되곤 하는데, 그게 누구든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강관리를 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고기를 직화로 구워 먹으며 “역시 직화야!” 하며 감탄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요즘은 편의점 음식도 기가 막혀!” 하며 뿌듯해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면 “역시 MSG야!” 하는 걸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나이가 들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모두 똑같은 말을 한다. “건강이 최고야.” 그래, 건강이 최고다. 그걸 알면서도 돈 몇 푼에 나를 돌보지 않고 산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며칠 뒤엔 원점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이렇듯 중요하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원고를 쓰고, 마감 기간엔 인스턴트를 달고 산다.

추석이다 뭐다 주는 대로 다 먹었더니 몸도 무겁고 피부도 탁해졌다. 친구는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만난 나를 보고 “설과 추석을 함께 보냈니?” 하며 놀려대곤 한다. 이제 건강검진도 다가왔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살을 빼야겠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살도 만병의 근원이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지엔 부디 짤막한 코멘트가 적혀 있길 기대해본다. “기분도 울적한데 한잔할까?” 하는 친구의 유혹을 “언제는 안 우울했니?”라며 단칼에 잘라버리고 나는 지금 야근 중이다. 이게 또 무슨 소용인가. 돌고 도는 인생사여.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