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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이병헌

끊임없이 연기하고 또 끊임없이 명연기를 보여주는 이병헌은 ‘호기심’에서 그 에너지가 나온다.

On Augus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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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테러로 항공기가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해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1년 가까이 밀렸다. 올 초 개봉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엔데믹 시기를 맞이한 올여름 시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극 중 이병헌은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 역할을 맡았다. 비행공포증을 가진 전직 파일럿 출신으로 의문의 남성과 같은 비행기를 탄 사실을 알고 의심과 불안에 빠지지만, 혼란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할 일을 깨닫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비상선언>은 <연애의 목적>(2005), <우아한 세계>(2007), <연애의 온도>(2013), <관상>(2013)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온 한재림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주연배우 이병헌과 함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3년 만의 무대 인사… “아, 나는 배우구나”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무대 인사를 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내 일상이 됐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루틴이 깨졌다. 관객과 소통 없이 촬영만 하며 몇 년을 보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2019) 이후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게 아마 처음일 것이다. 며칠 전 시사회에서 관객을 만나 인사하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늘 하던 일인데도 새삼 ‘아, 이게 내 일이지’, ‘참 감사한 일이구나’ 하며 감정이 복받쳤다.

시나리오를 오래전에 받았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받아 대중 앞에 내놓기까지 3년이 걸렸다. 사실 애초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코로나19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불안과 걱정을 안고 상황을 대변하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마치 현실이 영화를 앞서가는 분위기마저 생겼다. 많은 걱정 속에 촬영해서인지 완성본을 봤을 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기도 했다. 나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다. 사회적 의미나 교훈은 나중의 문제다. 이 작품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출연하게 됐다.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등 소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함께 호흡하는 출연진이 훌륭한 배우들일 때 자신감도 더 생긴다. 작품을 찍을 때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심적으로 의지가 된다.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에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된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촬영했다.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재혁’은 비행기만 타도 신경안정제가 필요한 캐릭터다. 공황장애가 있다. 관객들에게 그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하는 게 배우의 임무다. 과거에 내가 겪어본 증상이기도 해서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20대 때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를 끝내고 미국에 가려고 비행기를 탔을 때 처음 공황장애를 느꼈다. 그 기억이 지금까지 선명하다.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너무 힘들어 당시 기내 방송을 통해 의사를 찾기도 했다. 다행히 미국까지 잘 갔지만,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2년여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재난을 겪었다. 재난 상황 속의 한 인물을 연기했고 또 팬데믹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재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재난은 예측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 극단적인 상황과 맞닿았을 때 여러 인간 군상이 있을 것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겨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인간적인 면이 보이기도 한다. 재난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결국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끊임없이 질문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사실 나는 이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다른 영화에서도 나를 대입시켜본다. 결론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답을 찾았다면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다.

덧붙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영화계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영화 관련 종사자라면 누구나 ‘과연 극장이라는 곳이 지속될까?’, ‘극장이 없어지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에 영화가 개봉되고 또 큰 사랑을 받은 영화들을 보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한재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동안 한 감독과 작업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상황이 닿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님의 여러 작품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작업을 함께 하고 싶었다. 막상 해보니, 이렇게까지 집요한 사람인 줄 몰랐다.(웃음) 자신이 원하는 걸 끝까지 찾아내고, 반대로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쿨해 놀라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장면인데 단 한 번에 시원하게 오케이를 한다. 자기가 원하는 걸 확실히 알고 있다. 좋은 장면이 나올지 몰라 이것저것 계속 찍어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기 것이 분명해 좋았다.

비행기 세트에서 내내 촬영을 했다.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낸 기내 출연자들과도 추억이 많을 것 같다.
기내 승객으로 출연한 모든 사람이 현재 배우 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도 많았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연기하면서 문득문득 아, 내가 참 좋은 배우들과 연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같이 출연한 임시완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다. 극 중 두 사람의 케미도 좋았다.
임시완은 극 중에서 불길한 기운을 관객들에게 주는 캐릭터다. 그 예쁘장하고 착한 얼굴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뿜어내는데 놀라웠다. <비상선언> 팀의 막내로 촬영장에서 귀여운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항상 궁금한 것이 많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친구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들을 던진다. 문자메시지로도 질문을 많이 한다.(웃음) 우리 집에도 자기가 먼저 가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엉뚱한 친구다. 가끔 만나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한다. 무엇보다 연기를 잘한다.

함께 기내에서 촬영한 김남길은 어땠나?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현장에 오기 때문에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몰입한다. 또 컷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쾌해지는 친구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리고 내가 어떤 농담을 던지든 가장 크게 웃어준다. 나에겐 좋은 관객 같은 존재랄까. 주변 사람을 웃게 만드는 유쾌한 기운을 가진 사람이라 덕분에 많이 웃고 떠들었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무대 인사를 하는 것이 내 일상이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루틴이 깨졌다. 며칠 전 시사회에서 관객을 만나 인사하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내 일이지’, ‘참 감사한 일이구나’ 감정이 복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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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아주는 평범한 아빠예요”

극 중에서 진한 부성애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아이를 대하는 아빠의 입장은 누구보다 확신을 갖고 연기했다. 다만 나는 아들을 키우는 아빠고, 극 중에선 딸이었다. 딸을 키우는 아빠는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지인 중에 딸을 둔 아빠가 많아서 캐스팅 이후엔 나도 모르게 딸 키우는 아빠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됐다. 아들을 둔 아빠는 힘이 많이 드는 육아를 하는 것에 비해 딸을 둔 아빠는 말로 자분자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육아를 하더라. 눈빛, 손짓, 말투부터가 다르다. 확실히 부드러웠다.

아역 김보민 양과 함께 보여준 부녀 케미도 예사롭지 않았다.
보민 양의 엄청난 끼에 감탄하며 촬영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쿨한 연기를 할 수 있지? 이 상황을 이해하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알려진 바와 같이 보민 양의 언니도 영화 <미쓰백>(2018)에 출연한 김시아 양이다. 자매가 모두 세련된 연기를 한다. 보민 양의 어머니한테도 이 자매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대단하다.

아들을 키우는 아빠 이병헌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다.
나는 딱 아이의 나이에 맞춰 친구처럼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아빠다. 어른의 입장이 아닌 그때 그 나이의 감수성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대한다.

<비상선언>에 많은 배우가 참여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스크린으로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배우는 누군가?
송광호 배우의 연기를 보면 그냥 지나갈 법한 장면인데도 ‘저걸 저렇게 만들어내는구나’ 하고 감탄할 때가 있다. 별거 아닌 대사인데 웃음을 주거나 또 울컥해지는 연기를 한다. 의외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배우랄까. 임시완 배우의 연기 역시 놀라웠다.

아내 이민정의 반응도 궁금하다.
VIP 시사회 당일 아내가 촬영을 하고 있어서 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촬영 끝나고 왔다. 서로 문자메시지도 못 보낼 정도로 바빠서 마주치진 못했다. 나중에 문자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다음 날 촬영인데 나 눈 부어서 어떡해”라는 문자가 와 있더라.(웃음)

승객들을 대변해 말하는 엔딩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시나리오보다 감정적인 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라면 그것보다 훨씬 더 나를 주체 못 하지 않았을까 싶다. 조종사의 입장이라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감정을 누르고 있었다. 그 장면이 한 번에 오케이 됐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다.

<비상선언>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청룡 열차. 아, 요즘 말로 하면 롤러코스터인가.(웃음) 영화는 관객의 입장에서 시작한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스릴 있게 한 번에 달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이다.

최근에 배우 이정재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연출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할 줄 아는 게 이거다. 나는 전체를 아우르는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부족하다. 용기도 없다.

쉼 없이 작품을 하고,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서 오나?

‘호기심’이다. 이 이야기와 이 캐릭터는 왜 이렇게 흘러가고 왜 이런 행동을 할까 하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과 관찰에서 에너지가 비롯되는 것 같다. 덧붙여 이 인물을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이병헌을 롤 모델로 꼽는 후배가 많다. 반면 이병헌이 눈여겨보는 배우는 누군가?
요즘 좋은 배우가 참 많다. 전작에서 함께 한 박정민 씨나 김태리 씨 모두 훌륭한 배우다. 이번에 함께 한 임시완도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 나이나 경력을 떠나 그들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그런 배우들과 연이어 작품을 한다는 건 운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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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작품을 대하고 연기에 임하는 마음이 과거에 비해 조금 너그럽고 여유로워진 것 같다. 맞다.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순간순간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더라. 무대 인사를 하면서 영화 팬들과 손잡고, 영화인들과 서로 안부를 묻는 것 자체가 행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그러워지고, 여유롭게 보이는 것 같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BH엔터테인먼트·(주)쇼박스 제공
2022년 09월호

2022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BH엔터테인먼트·(주)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