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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와 자전거 나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확찐자’가 된 우리 가족.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On July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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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자르고 붙이고 그려서 만든 해바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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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논에 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이라 했고, 부모는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 나 역시 주안이가 밥을 맛있게 먹을 때만큼 흐뭇한 순간이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바깥 활동이 제한되고 주안이의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활동량이 줄어든 탓에 주안이의 체중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우리 가족은 회의를 거쳐 식사량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선택한 운동은 자전거 타기다. 주안이가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날씨가 더없이 좋은 주말이 찾아왔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에 가기로 했다.

“아빠! 클랙슨을 땡! 하고 한 번 울리면 빨리 가라는 거고, 땡땡! 하고 울리면 같이 가자고, 천천히 가라고 하는 거야! 알겠지?” 우리는 둘만의 신호를 정한 뒤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집에서 나오기까지 약간 귀찮았지만,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달리다 보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주안이도 나와 같은 생각인 거 같았다. 행복해하는 주안이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려던 찰나 “땡! 아빠! 빨리 가자! 느려!”라며 주안이가 재촉하기 시작했다. 한강으로 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건너야 하고, 보행자에게 방해가 되거나 안전 수칙을 어기면 안 된다는 등 내가 알고 있는 매너와 규칙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줬다. 주안이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 먼저 이야기했고, 몰랐던 부분에 대해선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주안아! 전에 와봐서 알지? 오른쪽으로 붙어서 달려야 하고 앞에 가는 자전거를 추월하려면 뒤에 누가 오는지 확인하고 왼쪽으로 추월하면 되는 거야. 알겠지?” 주안이에게 말했다. 주안이는 당연히 알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한강공원을 달리자고 했다. 우리는 좌우를 조심히 살피며 한강 변을 신나게 달렸다. 목적지는 잠수교였다. 주안이는 한강에 올 때면 꼭 잠수교를 건너고 싶어 한다. 우리는 “땡! 땡땡! 땡! 땡땡!” 자전거 클랙슨으로 교감하며 속도를 맞췄다. 오랜만에 타서 쉽게 지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주안이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힘차고 빠르게 자전거를 탔다. 예전보다 쉽게 잠수교의 중간 언덕을 넘었고, 계획에 없던 편의점 앞에 멈춰 섰다. 주안이가 “아빠! 한강에 왔는데 라면 먹어야지”라고 말했고, 나는 “응? 아빠는 너랑 체력 키우고 살 빼려고 온 건데 라면을 먹으면 안 좋을 거 같아”라고 답했다. 강경하게 대답했지만 편의점 앞에 퍼진 라면 냄새를 뿌리치기란 쉽지 않았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부모의 큰 행복인지라 우리는 사이좋게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넓은 공터에서 한동안 뛰어놀다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주안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짧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순간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같은 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다이어트를 위한 자전거 타기에는 실패했지만, 잠시 덮어뒀던 일상의 활기를 되찾는 경험이었다. 주안이와 함께한 한강 라이딩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2년 07월호

2022년 07월호

에디터
김연주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