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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러브 스토리

빅토리아시대,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시인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사랑 이야기.

On May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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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설이 된 사랑이 있다.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대표적 러브 스토리. 열렬한 사랑과 심야의 도피행을 떠올리면 피 끓는 10대의 줄리엣과 로미오가 생각날 법하지만,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아홉이었다. 남자는 6살 연하의 무명 시인. 당대 가장 유명한 시인이었던 엘리자베스와는 여러모로 격이 맞지 않았다. 집안 차이도 현격했다. 엘리자베스의 집안이 플랜테이션 대농장 경영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부호인 반면, 로버트 브라우닝은 평범한 은행원의 아들이었다.

그들의 사랑이 이토록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중심에 ‘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844년 출간한 엘리자베스의 시집 <시>를 본 로버트는 엘리자베스에게 열렬한 구애 편지를 보낸다. 그 후 시와 문학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나누는 편지를 주고받던 그들은 5개월 뒤에 비로소 만나게 된다. 연애 기간은 20개월, 그들이 주고받은 연서는 573통이었다. 결혼 후에도 그들은 서로 시를 나누고, 서로의 시에 영향을 주었다. 엘리자베스는 연애 기간 동안 써 보냈던 소네트를 모아 <포르투갈 소네트(Sonnets from the Portuguese)>라는 시집을 펴내기도 했는데, 사적인 내용이라 출간을 꺼리는 그를 설득하며 로버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이래 모든 언어로 쓴 소네트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이 작품들을 나 홀로 감히 갖지 못합니다.” 이들의 사랑은 오래오래 아름다웠다.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사랑의 도피행을 선택한 이들은 런던의 매릴번 성공회 성당에서 몰래 결혼식을 올린 후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났다. 화창한 날씨는 쇠약했던 엘리자베스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늦은 나이에 아들도 낳았다. 결혼하고 나서 15년 뒤 엘리자베스는 로버트의 품에서 잠들듯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마지막 말은 “아름다워요”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에게는 또 다른 운명의 사랑이 있었다. “그와 나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그의 헌신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그와 늘 변치 않고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그가 단호히 말했던 상대의 이름은 플러쉬. 코커스패니얼종의 개다. 플러쉬는 로버트를 두 번이나 깨물며 적대감을 보였지만 현명한 로버트는 플러쉬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그를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플러쉬는 엘리자베스와 로버트가 야간 페리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널 때도 함께했고, 그들의 아들 펜과도 우정을 쌓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후 <플러쉬-어느 저명한 개의 전기>를 통해 누구보다 엘리자베스 가까이에서 살며 그를 사랑했던 플러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엘리자베스의 삶도 들여다본다.

살아생전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시인이었으며, 6살에 처음 시를 쓴 데 이어 14살에 4권짜리 서사시집을 출간하고, 독학으로 이탈리아어·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를 배워 원전을 읽은 천재였고, 계관시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인정받았던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가장 고귀한 여성’이라 칭송하고 노예제와 아동노동에 반대했던 지성의 목소리. 이런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랑 이야기로 태반을 채운 것은 부당하지만 어쩌랴, 봄에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이달의 신간 

  •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

    대한민국 대표 건강 프로그램 KBS1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이 공개한 걷기의 비밀. 두 다리를 쓰는 일이 줄어 건강이 악화된 현대인에게 걷기를 통해 만성질환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맨발 걷기, 보폭 넓혀 걷기, 오르막 걷기, 해안 걷기 등 8가지 걷기 방법의 효과를 자세히 소개한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낙팀, 비타북스, 1만 5천8백원

  • <마법 서점 라라 북스>

    어른을 위한 환상동화. 늑대 여자와 마녀를 주인공으로 판타지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인물들이 등장해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들이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찾아가며 시행착오를 겪는 스토리다. 살아가면서 숱하게 상처를 받지만 마음에 순수함을 간직하자는 작가의 소망이 담겼다. 임자경, 달꽃, 1만1천원

  • <생각이 자라는 아이>

    자녀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담았다. 주체적인 아이들은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의력을 갖춘 아이는 자기 주도적 삶을 영위하며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힘이 있다. 다방면에서 요구되는 창의력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대화의 힘, 토론 수업, 다양한 교육 사례 등을 통해 사고력 향상의 방법을 제안한다. 박진영, 시대인, 1만6천원

  • <혐오의 과학>

    혐오 범죄 사례를 과학적으로 분석,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한다. 신경과학, 심리학, 통계학 등 체계적인 접근으로 혐오를 촉진하는 요소를 파헤쳤다. 세계적인 범죄학자인 저자는 ‘혐오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질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한다. 매슈 윌리엄스, 반니, 2만2천원

CREDIT INFO

박사(북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진 출판사 ‘지식을 만드는 지식’ 제공, 네이버책
2022년 05월호

2022년 05월호

박사(북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진 출판사 ‘지식을 만드는 지식’ 제공, 네이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