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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상

그것은 사랑이요, 그리움이다.

On May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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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나는 특히나 엄마가 차려준 밥을 좋아한다. 한 가지 반찬만으로도 뚝딱 사흘 굶은 사람처럼 잘 먹는다.

오랫동안 타지에 나와 살고 있다. 무엇을 위해 그리 살았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다. 딱히 그래야 했던 이유도 없다. 그리하여 성공했느냐 재차 물으신다면 ‘또르르’다. 어쩌다 보니 집밥이 그리운 삶을 살고 있다. 또 어쩌다 보니 하루 한 끼는 샐러드 따위를 먹는 라이프가 됐고, 나머지 한 끼는 그럴듯한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먹는 라이프가 됐다. 싱글로 사는 서울살이는 그렇다.

간혹 부모님을 뵈러 간다. 대충 손을 씻고 “밥 내 놔” 하는 식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 엄마가 비몽사몽이라면, 부엌을 쓱 훑어보고 메인 메뉴를 하나 찍어 집중 공략한다. 그 순간 그 맛이 참 좋다.

나는 주로 예고 없이 부모님 댁에 간다. 내 집인데 뭘 또 거창하게 예고까지 하나 싶다. 덧붙이자면 미리 예고했을 땐 메뉴가 뻔하다. ‘고향 반찬’이라 불리는 3대 메뉴(고기, 잡채 그리고 자식이 평소 좋아하던 것)가 조신하게 날 기다리고 있다. 번거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도 그날 부모님이 드셨던 반찬을 먹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어쩜 그렇게 메뉴가 신박한지 모르겠다. ‘오늘은 뭘 해드셨으려나?’ 아부지는 여전히 반찬 투정을 하는 모양이다. 엄마한테는 죄송하지만 덕분에 신메뉴는 늘 있다. 그렇게 집밥을 먹을 때면 부모님의 하루가 그려진다. 하루를 함께 보낸 기분이 든다. 일상의 반찬이 주는 소박함이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다이어트한답시고 잘 먹지 않는 내가 오물오물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동안 엄마는 늘 내 옆에 앉아 계신다. “이 나물은 안 짜니?” “옆집 아줌마가 시골에서 짜 온 참기름으로 버무린 거다.” “니네 아빠는 이거 안 드시더라. 아직 반찬 투정을 한다.” “요건 참 맛있지 않니?” “이건 시장에서 3,000원에 사서 냉동실에 얼려놨는데…(어쩌고저쩌고).” 반찬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다. 나는 그 맛이 참 좋다.

엄마는 당신 스스로 고등어조림에 부심이 있다. 인정한다. 각종 나물무침에도 부심이 있다. 이것도 인정이다. 명절이 되면 나물무침에 장인 정신을 발휘하시며 자꾸 맛을 보라신다. 맛있다니까 맛있나 보다 했는데, 나이가 드니 그 나물의 참맛을 알겠더라. 맛있고도 맛있다. 다양한 찌개에도 부심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맛보다도 메뉴 선택이 더 신박하다. 재첩국, 콩비지찌개, 소고깃국, 추어탕, 만둣국, 미역국, 청국장, 짜글이찌개를 비롯해 정체불명의 국과 냉장고에 있던 것을 마구 섞은 ‘섞어찌개’도 등장한다. 섞어찌개에선 생선의 뼈가 나오기도 하고, 나물이 나오기도 하고, 간혹 부침개도 나온다.

아, 엄마밥 먹고 싶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5월호

2022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