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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패션의 실천가들

생활 속에서 비건 지향적 삶을 실천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직접 비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이들이 있다. 동물과의 공생과 환경문제를 먼저 생각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고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On November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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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OURS
공동대표 신하나

낫아워스를 론칭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저는 2017년 비건 활동가 게리 유로프스키의 영상을 본 후 동물을 입고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 후 비거니즘을 실천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이전에 의류 회사에서 만나 친구가 된 공동대표인 디자이너 박진영은 이미 비거니즘을 오랫동안 실천하고 있었어요. 단번에 그 친구를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동물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그때가 추석 무렵이었는데, 마침 제가 겨울에 입을 예쁘고 품질 좋은 비동물성 아우터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중에서 구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입을 옷을 직접 만들어 텀블벅(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선보이자고 했던 작은 프로젝트가 지금의 브랜드로 이어졌어요.

비건 패션을 지향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사용할 수 있는 소재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죠. 비건 소재라고 해도 저희는 퀄리티가 높고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소재를 사용하려다 보니 그 범위가 더욱 좁아지더라고요. 하지만 미션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어요. 좁은 선택지 안에서도 예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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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라이프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낫아워스를 운영하는 저희 둘 다 일상에서도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어요.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에 국한된 것이 아닌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실천 철학이에요. 이러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하죠. 그래서 동물뿐만 아니라 동물의 알과 젖, 꿀까지 모두 제외된 비건식을 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해요. 동물성 소재(모피, 가죽, 양모, 캐시미어, 깃털, 실크, 자개단추, 소뿔 단추, 진주 등)가 배제된 의류와 신발, 가방을 구매하고,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동물 카페 등의 전시 동물을 관람하지 않아요.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된 제품은 택배 주문을 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해요. 쇼룸 근처에 제로 웨이스트 가게가 있어 핸드 워시나 세제는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죠.

지속 가능한 패션이 한때의 트렌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하는 게 무조건 낫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패션이 유행이어서, 멋있어 보여서 하나라도 바꾸고자 한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죠. 큰 생각 없이 행동하다가 신념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실천의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패션 산업 자체도 변화하지 않을까요? 다만 작은 것 하나 바꾸고 전체를 다 바꾼 것처럼 부풀린다든가 겉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내세우면서 과잉 생산을 하고, 뒤로는 재고를 소각하는 등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염려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환경 위기가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낫아워스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작은 가게부터 큰 기업까지 브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한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저희도 잘 버티면서 저희만의 철학이 담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오래 지속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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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PLAN
대표 이옥선

오픈플랜을 론칭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비건 패션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다른 생명에 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많아요. 그래서 오픈플랜 론칭 이전에도 동물성 재료 없이 디자인을 해오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2016, 감독 왕구량)를 보고 150년 전 당구공의 재질로 개발돼 지구상에 나타난 플라스틱이 이제는 지구를 덮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더 괴로웠던 사실은 저 또한 패션이란 이름으로 예쁜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생각했을 때 단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죠. 그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플라스틱 재료를 하나하나 대체하기 시작했어요. 플라스틱 없는 비건 패션! 이것이 비건 패션 브랜드로서 오픈플랜의 가장 큰 실천이에요. 대부분의 비건 패션에서 동물성 재료 대신 사용하는 소재들이 결국 플라스틱인 경우가 많거든요.

선인장, 파인애플, 사과 껍질 등의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가죽이라고 불리는 소재들도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폴리에스테르 소재 또한 결국 플라스틱이에요. 플라스틱 없이 디자인하는 일은 동물성 재료 없이 디자인하는 일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고민할수록 플라스틱 없는 비건 패션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은 더 확실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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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패션을 지향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점점 더 많은 분이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는 현상은 마치 저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많아지는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해요. 하지만 여전히 사회 전반에 걸쳐 생태계 구조와 생각, 문화가 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각할 때 저희의 고민과 실천이 그저 소수의 까다로운 사람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요.

비건 라이프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풀만 먹는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풀을 포함한 각종 채소 외에도 과일, 콩, 곡류, 해조류, 견과류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요. 지역에서 재배된 유기농, 무농약·저탄소 농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판매하는 두레생협에서 장을 보는데 바로 먹을 만큼만 사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지 않고 신선할 때 먹으려고 노력하죠. 가공식품의 소비보다 재료 자체를 구해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해 정크 비건보다 비건 자연식을 추구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패션이 한때의 트렌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패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을 트렌드처럼 이야기하고 있죠.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중요함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에요. 단지 한두 제품을 환경 영향이 적은 소재와 공정을 사용하거나 환경 이슈를 앞세우는 단발성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마치 그런 작은 노력이 지속 가능성의 전체인 듯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활용을 이상적인 해결책처럼 이야기하며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불편한 마음이 들어요. 언젠가는 지속 가능성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굳이 이를 말할 필요 없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요.

오픈플랜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패션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산업이라는 창피한 꼬리표를 달고 있음을 잘 알아요. 하지만 동시에 패션은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매개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사회의 변혁이 있었던 여러 시기에 패션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주며 나름의 역할을 했죠. 패션이란 결국 아름다움과 멋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기후 위기와 플라스틱 쓰레기 시대를 살고 있어요. 오픈플랜을 통해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진정한 아름다움과 멋이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사진
김정선, 낫아워스·오픈플랜 제공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정소나
사진
김정선, 낫아워스·오픈플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