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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비상!

코로나19로 해외 유학생이 대거 귀국하면서 마약 밀반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비대면 마약 거래도 크게 증가했다. SNS로 접촉하고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On October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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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마약 거래를 급증시켰다? YES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학생 등이 늘어나면서, 마약 거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 상반기 국제우편이나 특송 화물 등으로 국내에 밀반입된 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SNS를 통해 손쉬워진 거래 방법도 한몫했다. 던지기(마약을 특정 장소에 놓고 가면 구매자가 해당 장소에서 찾아가는 방법)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상화폐는 이에 날개를 달아줬다. SNS를 통해 접촉하고 가상화폐로 지불한 뒤 던지기 등으로 마약을 구매해 집 등에서 투약하는 게 하나의 고정화된 트렌드가 됐다.

늘어난 마약 밀반입, 이유는?

통조림이나 봉제 인형, 담뱃갑 속. 올 상반기 국내에 들여오다가 적발된 마약이 숨겨져 있던 곳이다. 심지어 땅콩 속에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가 공개한 '국제범죄 위험 알리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해외 마약 조직들이 마약 경유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2018년 8월에는 태국에서 보낸 물건 속에 역대 최대 규모 필로폰(112kg)이 숨겨져 있었고, 지난해 8월에도 부산항 경유 일본행 선박의 냉동 콘테이너에서 47.4kg의 코카인이 적발됐다.

문제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미국 등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이들이 돌아오면서 국내에서 마약을 소비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국제우편이나 특송 화물을 통한 소규모 마약 밀반입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밀반입 적발 사례는 모두 5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7건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밀반입량도 14.8kg에서 80kg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특송 화물을 이용한 밀반입 역시 올 상반기 9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1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에 귀국한 유학생 등이 다시 해외로 나가지 못하면서 '국내에서의 구매'를 시도하다 보니 보이는 트렌드라는 평이다.

특히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우편과 특송 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우편 및 특송 화물을 통한 10g 이하 소량 마약류 적발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미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유학생 중 적지 않은 수가 마약을 경험해봤고, 그중 일부는 끊지 못해 국내에 와서도 마약을 하려다 보니 만들어진 새로운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유통되는 마약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주로 남용되는 필로폰(메트암페타민) 등도 여전히 유통되지만, MDMA나 LSD와 같은 합성 마약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MDMA나 LSD의 밀반입 적발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168%, 200% 급증했다. 데이트 강간 등 성범죄에 흔히 악용되는 케타민도 적발량이 267%나 늘었다.

반면 대마는 적발 건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207건에서 올해 상반기 186건으로 10% 감소했다. 코로나19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줄어들면서 함께 감소했다는 게 수사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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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구매하는 방식은 SNS다. 실제로 SNS에 마약을 의미하는 음어(작대기, 아이스, 차가운술 등)를 입력하면, 적지 않은 계정을 찾을 수 있었다.

SNS로 접촉하고, 가상화폐로 결제하고

직접 소량을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많이 구매하는 방식은 SNS다. 실제로 SNS에 마약을 의미하는 음어(작대기, 아이스, 차가운술 등)를 입력하면, 적지 않은 계정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 수사로 마약 판매상들도 계속 검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SNS에 마약류 판매 광고를 올려 5억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한 이들을 적발했다.

이들의 범죄 루트는 '가장 흔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SNS를 통해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 거래 대금은 가상화폐로 받았다. 수도권 구매자에게는 마약을 특정 장소에 둔 뒤 장소를 알려줘 찾아가는 방식(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했고, 수도권 외 지역 구매자에게는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마약을 찾도록 했다. 액상 대마, 케타민, 엑스터시 등 다양한 마약을 판매했는데, 구매자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층으로 학생,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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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험 많은 이들이 '끊지 못해' 급증? 강남권 심각

이는 대기업 오너 자녀들의 마약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해외 유학 생활을 통해 어렵지 않게 마약을 접하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계속 마약을 공급받으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마약 흡연 및 밀반입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와 사탕·젤리형 대마 180여 개를 소지한 것으로 확인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는 현대그룹 일가 3세이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 아무개 씨가 서울 자택 등지에서 11차례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을 투약한 혐의로 적발됐는데, 정 씨는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 아무개 씨와도 함께 마약을 투약했었다. 최근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사위이자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 중인 A씨가 미국 시애틀에서 국내로 입국하면서 엑스터시와 대마를 밀수입해, 투약 및 흡연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방송인 에이미도 다시 적발됐다. 에이미는 지난 1월 한국에 들어온 뒤 8월 중순까지 수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예전에 프로포폴과 졸피뎀 등 비교적 가벼운 마약류를 투약했던 에이미는 더 강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필로폰에 손을 댔다가 구속됐다.

마약 적발이 급증한 것이 '해외에서 경험한 이들의 재구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검사는 "액상 대마 등은 미국 등지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대학생들 사이에서 소비되는 마약이고, 비교적 약한 편에 속한다"며 "한국으로 돌아온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취업을 하고 일을 하더라도 그때의 경험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레 주변에 권유하면서 더 쉽게 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러다 보니 클럽이 몰려 있고, 부유한 가정환경 덕에 유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 등지에서 마약 범죄가 더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경찰행정학과와 범죄학과 연구진이 서울의 행정 구역별 범죄 수준을 분석한 '서울시 행정동 수준의 범죄 분포에 대한 탐색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서초구와 강남구 일부는 마약 범죄의 '핫스폿'으로 분류됐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 등 도심권도 마약 거래가 이뤄졌지만, 부유층의 거주지가 몰려 있는 서초구와 강남구가 단연 핫스폿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살인이나 폭력 같은 강력 범죄는 강서구나 구로구가 핫스폿이고, 서초구나 강남구는 안전한 편인 것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은 한 번 경험을 해서 중독되면 끊기가 힘들고 '더 강하고 센 것'을 원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국내로 귀국한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그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 등을 중심으로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필로폰도 여전히 많이 거래되지만 액상 대마나 LSD 등 미국에서 많이 유통되는 마약의 국내 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 경험이 많은 이들이 마약을 배운 곳이 미국이기 때문이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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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0월호

2021년 10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