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여자
데이지를 위한 변명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 MBTI 테스트' 이벤트를 열었다. 보통 이런 유의 심리테스트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코에도 귀에도 안 걸렸다. 나와 닮은 캐릭터로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가 나온 거다. 잠깐, 뭐라고요? 포털에서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관객평이 "데이지 쌍년!"이다. 갈팡질팡하다 분란이나 만들고 뺑소니 살인자 주제에 희희낙락 살아가는, 뇌가 청순한 데이지 씨? 나는 권태에 찌들어 섹스나 연애로 자아 찾기 하는 상류층 캐릭터를 못 견뎌서 루카 과다니노 감독의 영화(<아이 엠 러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를 수면제로 쓰는 사람인데? 나는 발끈하다 못해 집착하게 됐다. 나는 이야기를 데이지의 편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예쁘고 부유한 열여덟 살 데이지의 집 앞에는 장교들이 줄을 서서 구애를 한다. 데이지는 그중 가난하지만 '유일하게 센티멘털하지 않은' 개츠비와 한 달 동안 연애를 한다. 하지만 개츠비는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전쟁터로 떠난다. 방황하던 데이지는 재력을 과시하며 돌진하는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알고 보니 온 도시에 데이지의 남편이 오입쟁이인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의 인종차별, 자만심, 욱하는 성질도 점점 심해진다. 데이지가 딸을 낳는 순간에도 톰은 애인을 만나러 갔다.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주변에서 데이지에게 정신 건강을 위해 외도를 부추겼을 정도다. "데이지에게도 뭔가 있어야지." 친구 조던은 말했다.
개츠비와 재회한 데이지는 잠시 행복하다. 하지만 데이지는 남편에게 복잡한 애증이 있다. 그래서 개츠비에게 결혼 말고 연애만 하자고 한다. 하지만 개츠비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결국 교통정리할 틈도 없이 톰과 개츠비가 한판 붙는다. 하긴 어차피 이 남자들은 데이지의 의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소유욕의 화신들끼리 '데이지는 나만 사랑한다'고 싸워대는데, 보다 못해 뛰쳐나간 데이지를 쫓아간 건 개츠비다. 흥분한 채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친 데이지는 패닉에 빠진다. 개츠비는 아직 숨이 붙어 접근하는 피해자를 보고도 뺑소니를 종용한다. 모두 알다시피, 이 건을 둘러싼 오해와 거짓말이 개츠비의 죽음을 부른다.
데이지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불법으로 부를 쌓은 집착왕 개츠비가 '위대하도록 순수한 모험가'로 기록될 때 심신미약의 스물여섯 데이지는 쌍년 소리 듣는 게 공평한가. 데이지 역시 남편의 지위, 가정, 로맨스가 여자의 성공의 척도이던 시절, 그 성공을 좇다가 남자들의 비협조로 실패한 모험가다. 아마도 데이지는 현실을 버티기 위해 사고력의 스위치를 몇 개 더 끄고 자아를 더 작게 착착 접어서 더욱 허공에 뜬 채 '예쁘고 맹한' 여자로 살 것이다. 사라져버린 개츠비 대신 악당 톰에게 의지하면서.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연민해야 하는가.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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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인 가정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국적 정서를 담아냈다. 영화는 세계 영화협회 및 시상식 59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3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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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워킹>
모든 생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에 감염된 세상 '뉴 월드'에 의심을 품은 두 주인공의 탈출기. 뉴 월드의 통치자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두 주인공을 추격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3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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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먼 곳>
첫 장편 데뷔작 <한강에게>로 제18회 전북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은 박근영 감독의 작품.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주인공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혼란을 겪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았다. 3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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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복싱을 통해 삶의 동력을 얻은 진아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 발버둥이 아닌 스텝을 가르쳐준 복싱의 매력에 빠져든 진아의 감정선이 담겼다. 영화 <마더> 등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임성미가 주연을 맡았다. 3월 중 개봉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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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나빌레라>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스물셋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의 청춘 기록 드라마. 동명의 원작 웹툰 <나빌레라>를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송강, 국민 배우 나문희, 국립발레단 출신 배우 임사랑이 출연을 확정 지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월 22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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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오케이 광자매>
부모의 이혼소송 중 벌어진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 드라마 <장밋빛 인생> <왜그래 풍상씨> 등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한 문영남 작가의 신작으로 배우 송영재와 홍은희, 전혜빈, 고원희 등이 출연한다. 3월 중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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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마우스>
바른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꿈꿔온 형사 고무치가 사이코패스 중 상위 1%로 불리는 프레데터와의 대치 끝에 운명이 뒤바뀌는 모습을 그려낸 추적극. 가수 겸 배우 이승기, 배우 이희준, 경수진 등이 호흡을 맞춘다. 3월 3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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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
CJ EN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 '오펜(O'PEN)' 공모전에서 당선된 10개 작품으로 구성된 단막극 프로그램. 우리에게 곧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주제로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재기발랄한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담아낼 예정이다. 매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3월 3일 첫 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