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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손준호가 들려주는 '9세 낭만파' 주안이

간혹 주안이가 한 말에 감동이 절로 밀려온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면 시인이 따로 없다.

On November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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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주안이가 추석 때 쿠키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명절이면 ‘가족’을 먼저 떠올린다. 공연 등 바쁜 스케줄로 명절 연휴에도 잘 찾아뵙지 못했던 친척 어른들을 올 추석 연휴에는 뵐 수 있었다. 주안이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증조할머니도 찾아뵙고, 증조할아버지 성묘도 ‘드라이브 스루’로 다녀왔다. 그러면서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출연했던 SBS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 영상을 유튜브로 보며 당시를 추억하는 시간도 가졌다.

“주안아, 증조할아버지 기억나?”라고 물었다. 그런데 주안이가 되레 질문으로 답했다. “증조할아버지가 왜 나한테 매운 고추를 주셨을까?” 귀여운 질문이었다. “응~ 매운 고추가 아닌데, 주안이가 고추를 처음 먹어봐서 그 맛이 새롭고 이상해서 운 거야. 증조할아버지가 주안이를 얼마나 예뻐하고 사랑하셨는데….” “아! 그랬구나.” 그러고는 누워 계신 증조할머니에게 가서 꼭 안아드리는 게 아닌가. “할머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주안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괜스레 마음이 몽글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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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책을 읽는 주안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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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하는 주안이를 위해 콧바람을 쐬러 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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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간 주안이. 소소한 일상에 감사한 하루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뒤, 세 식구가 교외의 아웃렛에 들렀다. 한껏 움츠리고 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다녔지만 우리 셋이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주안이가 원하는 솜사탕도 먹고, 옷 고르기가 꽤 까다로운 나도 마음에 드는 옷을 두세 벌 발견해 기분이 한껏 좋았다. 주안이 운동화도 초특가로 ‘득템’했고, 아내도 그동안 사고 싶었던 귀고리를 3분의 1 가격으로 구입했다. 소소한 기쁨이지만 다들 신이 났다.

그 결과, 오랜만의 쇼핑은 오후 8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셋이 함께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주안이가 하늘을 바라보다가 반짝거리는 별을 가리켰다. “어? 저기 증조할아버지다! 할아버지가 우리 보고 반짝거리고 있어!” 그 순간 우리 셋은 가던 길을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알고는 있지만 잊고 살던 ‘낭만’을 아들이 꺼내준 느낌이랄까? ‘정작 나는 9살 때 이런 낭만적인 말을 했었나?’ 순간 나의 9살 시절도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주안이가 더욱 기특하고 예뻐 보였다. ‘낭만파’ 주안이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복작복작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인지, 내가 자랐던 시절보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더 풍부해서인지 주안이는 적어도 나보다 훨씬 따뜻하고 섬세하게 자라는 것 같아 신기하고 대견하다는.

요즘 주안이는 나와 함께 구구단을 외우고 있다. 나는 주안이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단을 외우게 하고 싶고, 주안이는 잘 외우는 단을 아빠가 시켜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구구단 공부를 할 때마다 의견 충돌이 생긴다. 이렇게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주안이는 한 단 한 단 정복을 잘해나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기다리는 게 약일까?’ 인내하는 부모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요즘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0년 11월호

2020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