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네 편의점에 갔다가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 공간이 새로 생겨난 것이었다. 대만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편의점에 책을 읽을 공간이 마련됐다는 것은 책이 대만인의 삶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선 24시간 문을 여는 곳을 찾기 쉽지만 대만은 그렇지 않다. 카페도 오후 6시에 문을 닫고 대부분의 식당도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서점은 24시간 문을 연다. 청핀서점이 그렇다. 청핀서점은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서점이다. 2015년 CNN으로부터 가장 멋진 서점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곳은 대만인에게 단지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닌 문화 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가족과 연인이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즐거움을 탐구한다. 현재 대만 내 40여 개 이상의 지점이 있으며 일본, 홍콩 등지에도 진출해 있다.
대만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정신 건강이다. 청핀서점과 대만 최대 규모의 온라인 서점, 북스닷컴타이완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 역시 마인드풀니스(마음 챙김)를 다룬 심리서, <비폭력적으로 말하는 법>처럼 인간관계를 주제로 하는 책들. 한국의 책을 일컫는 ‘K-북스’ 또한 인기가 많다. 한국의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 <언어의 온도>는 물론 최근 화제가 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까지 번역돼 판매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양장본이 주를 이루는 한국과 달리 들고 다니기 가벼운 사이즈의 문고판으로 제작된다는 점이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대만 사람의 성향을 반영해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지를 디자인한 책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다.
책과 관련된 공간 또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강연, 전시,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이는 북 카페를 비롯해 중고 서점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대만의 중고 서점은 특유의 분위기를 지녀 눈여겨볼 만하다. ‘이수(二水)’는 대만에서 중고를 뜻하는 말인데 이 글자로 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곳은 중고 서점일 가능성이 크다.
주로 대학가 주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길목 등에 위치하는데 희귀 서적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중고책뿐만 아니라 빈티지 소품, 문구류도 함께 판매하는 곳이 많아 볼거리가 풍성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대만의 중고 서점을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마치 파라다이스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자부하니 말이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