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TAR

STAR

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아빠 손준호가 아들 주안이와 꼭 함께 이루고 싶은 일은?

인생을 살면서 주안이와 함께 이루고픈 ‘로망’들이 있다.

On August 13, 2020

/upload/woman/article/202008/thumb/45732-423423-sample.jpg

사랑하는 아들, 주안이의 9번째 생일.


아빠가 된 후 아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로망'이 몇 가지 생겼다. 사우나에서 서로 등 밀어주기, 부자의 배낭여행, 둘만의 캠핑, 연애 상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 골라주기 등.

요즘은 주안이가 두발자전거를 마스터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먼저 두발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네발자전거보다 속도도 훨씬 빠르고, 스릴 있고, 먼 거리를 다녀올 수도 있다고 말이다. 두발자전거를 타면 지금보다 훨씬 멀리, 또 여러 곳에 가서 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말로 녀석의 욕구를 자극했다.

/upload/woman/article/202008/thumb/45732-423426-sample.jpg

답답해하는 주안이와 함께 바람을 쐬고 왔다. 마스크 없는 세상에 살게 해주고 싶은 아빠 마음.

/upload/woman/article/202008/thumb/45732-423424-sample.jpg

데뷔 10주년, 팬들이 지하철역에 광고를 냈다. 울컥했던 하루.


하지만 주안이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다. 두발자전거가 좋지만 네발자전거보다 위험할 것 같다며 배우는 시기를 미루자는 것이 아닌가. 아들이 어설프게 타는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고 차차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로망인데… 내심 섭섭함이 몰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과 친지들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 주안이의 사촌 동생이 두발자전거를 타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주안이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 두발자전거를 거뜬히 타는 모습에 꽤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주안이는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더니 결심한 듯 "아빠, 나 이제 두발자전거 배울래. 언제 시간 돼?" 라며 용기 있게 물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바로 주안이 네발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뗐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비장하게 집 앞에 나온 주안이는 헬멧, 팔꿈치보호대, 무릎보호대까지 무장하고 나서야 자전거 안장에 올랐다. 나는 자전거 뒤를 잡고 하루 종일 허리 숙여 뛰어다닐 생각으로 가장 편한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따라 나섰다.

야심 찬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험난했다. 네발자전거에 익숙한 주안이는 자꾸 옆으로 몸을 기대려고만 하고 중심을 잡지 못했다. 자전거를 가르치는 요령이 없는 나는 속도를 내야 중심이 잡힌다며 준비가 덜 된 주안이를 다그쳐 자꾸만 녀석의 공포심만 키웠다. 주안이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두발자전거가 답답하고 지치는지 금세 흥미를 잃은 모습이었다.

뮤지컬 <모차르트> 케이크를 들고 앙증맞은 표정을 짓는 주안이.

엄마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는 주안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해야겠다.

'육퇴' 후 커피 한 잔. 몽글몽글 주안이 같다.


그런데 우연히 주안이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친한 형이 두발자전거를 타고 멋지게 다가왔다. 매끄럽게 커브를 도는 기술과 빠르게 속도를 내는 여유로움까지, '고수'다운 포스가 느껴졌다. 아내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우리의 노고를 토로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여보! 자전거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따로 계시는데 마침 오늘 바로 배울 수 있대요"라고 말했다. 어둠 속 한 줄기 빛보다 반가운 외침이었다.

그 순간 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나의 '로망'이 생각났다. 아들에게 두발자전거는 꼭 내가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하지만 푹푹 찌는 더위에 나보다도 고생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인 것 같아 로망은 접어두기로 했다. 주안이는 자전거를 끌고 친한 형의 집으로 향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아빠! 나 좀 봐~ 나 잘 타지?" 주안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 집 앞에 나가보니 거짓말처럼 녀석은 두발자전거를 쌩쌩 타고 있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습득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야무지게 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니 난 이미 '로망' 하나를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내 힘으로 가르쳐주진 못했지만 함께했던 에피소드는 영원히 추억으로 남아 우릴 더 돈독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니까 말이다. 앞으로도 주안이를 향한 내 로망들은 계속될 예정이다. 사랑해, 손주안!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0년 08월호

2020년 08월호

에디터
김두리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