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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논란 후 5년, 조영남의 눈물

그림 대작 논란 후 5년이 흘렀다. 조영남은 법정에서 다시금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On June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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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에 매진 중인 근황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5월 28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등에 대한 상고심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변론 전 과정을 라이브로 생중계했다. 조영남은 지난 2016년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송 모 씨에게 작품 1점당 10만원을 주고 화투를 소재로 한 자신의 기존 작품을 회화로 그려 오게 하거나,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에 대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조영남은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고 2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3심까지 이어졌다. 이날 조영남은 최후 진술에서 준비한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주시길 울어 청한다.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화투를 갖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제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 보다. 부디 제 결백을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공개 변론 이후 조영남의 변호인 강애리 변호사는 <우먼센스>를 통해 조영남의 근황을 전했다. 강 변호사는 "1960년대부터 그림을 그리셨으니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다. 얼마 전까지 현대미술에 대한 신간을 썼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발간을 미룬 상태다. 여전히 하루에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며 부지런히 지낸다"고 말했다. 물론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2016년에는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 조영남의 소속사 대표는 한 방송을 통해 "위트 있는 분인데 (지금은) 정신이 멍해 있다. 충격을 받아서 말을 못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강 변호사 또한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심정을 담은 그림을 몇 개 봤는데 그때의 심정이 드러나 있더라. 사람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그림이었고 실제로 총살당하는 기분을 느끼신 것 같았다. 다행히 내공이 있는 분이라 지금은 잘 생활하고 계신다. 항소심(2심)에서 무죄를 받으셨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 활동 중이다"라고 전했다.

강애리 변호사는 2018년 9월 조영남의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뒤늦게 조영남이 사선이 아닌 국선변호인을 택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1심에서 전직 지검장, 부장검사, 부장판사 등 전관으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나선 조영남이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이후에야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는 부정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70세 이상일 경우 필요적 국선변호 선임 대상이 된다. 현재 76세인 조영남도 이에 해당된다. 마침 서울대 음대 작곡과 출신으로 조영남의 대학 후배이자 평소 미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강 변호사가 법리적인 측면에서 흥미를 느껴 먼저 사건을 맡겠다고 나섰다. 강 변호사는 사건에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법원에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공개 변론이라는 불필요한 절차까지 마련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중차대하게 생각하는 만큼 우리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했다.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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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씨 "나는 조수 아닌 '대작 화가'였다"

대작 논란의 주된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 화가와 보조자(조수)를 구별하는 기준이다. 본인이 아닌 제3자의 미술 작품 제작 참여가 허용되는지에 대한 여부다. 조영남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송 씨에게 200점 이상의 완성된 그림을 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 경미한 작업만 하고 서명한 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2017년 1심에서 조영남은 징역 10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조영남은 조수를 고용해 작품 제작을 지시하는 방식이 미술계의 전통적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송 씨를 조영남의 조수가 아닌 저작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2018년 항소심 재판부의 입장은 달랐다. 화투를 소재로 삼은 것은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고 송 씨는 이 작품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조영남은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판이하게 달라 당시 미술계에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상고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작업 방식은 추상적 아이디어만 제공하거나 똑같이 그려달라고 요구했을 뿐 구체적 지시 내용이 없었다"며 조영남의 그림을 그려준 송 씨는 조수가 아닌 '대작 화가'라고 재주장을 펼쳤다. 반면 조영남 측은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은 미술계 관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강 변호사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견해가 공존하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 검사 측 견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이를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미술업계,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조수를 기용해 작품을 제작했을 때, 작품 구매자들에게 제3자의 참여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고액으로 그림을 구매했다. 대작 화가가 그렸다는 것을 사전에 구매자들에게 알려줘야 했다"며 사기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조수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면 어느 정도까지 도움을 받았는지 구매자에게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조영남 측은 자신의 사상과 철학에 따라 조수들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창작 행위를 했기 때문에 조영남의 단독 저작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구매자 사전 고지의무에 대해서는 "현대미술에서는 미술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다. 원칙적으로 작가가 조수의 기용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의 주장대로 '기망행위(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가 성립되려면 이를 애초에 숨겼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초 그림을 산 구매자들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조영남이 조수를 기용한 사실은 주변에서 다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조영남을 사기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정작 그림을 함께 그린 조수들을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관련된 최종 법률적 결론은 이르면 7월 중 내려질 전망이다. 조영남이 5년간의 설움을 씻고 무죄를 재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영남의 조수 기용, 어떻게 봐야 할까?

조영남 측은 작품 작업 시에 조수를 기용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주장에 대해 미술계에서도 첨예한 입장 차이가 발생했다.
 

  • 조수 기용 NO
    "개인 작업이 창작자의 의무다"
    신제남(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

    "미술계에 조수를 두는 관행은 없다. 혼자의 작업으로 이뤄지는 게 창작자의 의무고 상식이다. 대규모의 작품 작업 시에 조수를 쓸 수 있지만 이 또한 한 공간 안에서 감독의 지시가 있어야 하며 조수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화가 송 씨는 미술을 전공한 프로 작가다. 아마추어(조영남)가 프로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조수로 썼다는 것에 일부 미술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조수가 대부분을 그린 작품에 조금 손보는 척을 하고 사인하는 것은 작가의 양심이 결여된 수치스러운 사기 행각이다."

  • 조수 기용 YES
    "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은 흔한 일"
    표미선(전 한국화랑협회 회장)

    "작가들이 한정된 시간에 작품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때 조수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 또한 작가 본인의 생각을 그려 넣은 작품이라면 본인의 것으로 간주한다. 조수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품의 가치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직접 물어볼 경우 답해주지만 물어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지려면 조수의 도움을 받아 많은 작품을 배출해야 한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고성준 기자(일요신문DB), 대법원 유튜브 캡처
2020년 07월호

2020년 07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고성준 기자(일요신문DB), 대법원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