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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어 보셨나요?

7명의 작가에게 물었다.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생애를 두고 다시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에 대하여.

On November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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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테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테라)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

아티스트 빠키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한 번을 읽는 것보다 여러 번을 곱씹어 읽을 때 이전에 느꼈던 감정과 또 다른 의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겪기도 했던 1968년 체코의 민중 운동인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삶의 관점이 극단적으로 다른 4명의 주인공(토마시, 테레사, 프란츠, 사비나)의 관계를 통해 섬세한 시점으로 풀어나간다. 육체주의적이고 존재의 가벼움을 향유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외과 의사 토마시는 사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종업원 출신인 테레사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또 다른 관계로 정치적으로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화가 사비나와 대학교수인 사비나의 애인 프란츠, 이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인생을 무겁게 바라보는 테레사와 프란츠 그리고 반대로 인생을 가볍게 대하려고 하는 토마시와 사비나를 통해 사랑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가벼움과 무거움을 생각하게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나의 감정의 흐름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같은 주인공을 두고도 신기하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마도 삶 속에는 늘 극단적인 모습이 존재하고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변화하는 감정들이 항상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어서 일 것 같다.

지금보다 좀 더 어린 시기였을 때는 이 책을 두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격정적으로 반응했다면 현재는 삶의 가치를 어디에, 어떻게 두는지에 따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생성되는 반응이 차이가 생겼다.

나는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해서, 삶과 죽음이라는 정해진 시간 궤도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정해진 궤도 안에서 마주하는 존재에 대해 관심이 많다. 유독 삶과 죽음에 대해 무거운 생각이 들 때엔 삶의 지향점을 ‘어떻게 가볍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를 작업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본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면에 가볍고 자유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가벼움과 가까워지면서 동시에 허무함의 무게를 느끼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며 다양한 관점으로 존재에 대한 해석을 보여주는 점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후기 사상의 근간인 ‘동일한 것의 영원 회귀’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는 영원히 반복하는 것이 삶의 실상이며, 그 반복이 단지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닌 삶의 일회성이 반복되는 것이고 조금씩 변화되는 것의 반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시간만 산다는 것이고, 우리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를 무겁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시간은 무한하고, 물질은 유한하다’. 그리고 순간은 매우 순간적이고 그렇기에 삶은 무겁지만 삶의 지향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충분히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조차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존재하며, 가벼움과 무거움 또한 동일 선상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토마시와 테레사는 죽음을 맞이하며 존재로서의 한계를 표현하고 있지만 이것은 또 다른 시작임을 암시한다. 모든 것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인 것이다.

또다시 추워지는 계절을 맞이하여 삶과 존재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정선
2019년 11월호

2019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