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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합법화 후폭풍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난 가운데 리얼돌이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On Septembe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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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이란 사람의 실제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인형으로 사람과의 성관계를 위해 제작된 성인용품이다. 포즈를 취할 수 있는 골격·강철 관절·실리콘 살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의 외양은 물론 질감, 무게까지 유사해 다양한 옷을 입혀주거나 가발을 바꾸거나, 화장을 고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다.

국내에선 리얼돌이 2000년대 중반까지 반입 금지 품목이었으나 성인용품 수입 업체 A사가 인천 세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면서 화제를 모았다. 인천 세관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리얼돌 수입을 보류하자 수입 업체가 반발한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을 허용했다. 대법원은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 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는 사람·어린이 얼굴로 맞춤 제작 가능

이런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리얼돌 수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8월 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건의는 26만여 명이 동참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자 A씨는 “리얼돌은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 제작도 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 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리얼돌도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자극적인 성인 동영상을 보고 만족을 못 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여성의 얼굴, 신체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는 B씨는 “대부분 리얼돌은 해외에서 제작돼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이라며 “가격은 최소 수백만원 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건넨 책자에는 키부터 외모까지 다양한 리얼돌을 고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맞춤제작이 이뤄지다 보니 모 온라인 성인 용품점에서는 리얼돌을 구매자가 원하는 연예인이나 이상형에 맞춰 제작이 가능하다고 해서 큰 사회문제가 됐다. 다른 성인용품 업체에서는 키 120cm의 리얼돌을 홍보하다 아동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평균키가 122cm인 것을 볼 때 해당 리얼돌은 사실상 7~8살 여아를 표방한 성인용품인 셈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국내에서도 리얼돌 규제에 나섰다. 지난 8월 6일 여성가족부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의 인권 침해 문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아동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아동 신체 형상의 기구를 제작하거나 수입·판매 및 소지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 정 의원은 “성적 대상화와 성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닉네임이 ‘도미’인 성폭력 상담소 활동가는 “처벌 기준을 마련해도 명확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규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를테면 해당 인물과 얼마나 닮아야 처벌할 수 있는지, 어린이의 경우 어느 정도로 작고 얼마나 어리게 생겨야 아동·청소년으로 볼 수 있는지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인용품 중에는 처녀막을 터뜨리는 걸 흉내낸 기구나 성인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의 질을 그대로 복사했다고 홍보하는 ‘오나홀’까지 나와 있는데 여러 가지 섹스토이 중에서 이건 괜찮고 저건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강혜영 섹스토이 숍 피우다 대표는 우리 사회의 성적 윤리관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몰카 범죄가 일상화하고 있고 포르노를 죄책감 없이 단톡방에서 공유하며 즐기는 놀이문화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사람과 동일하게 구현된 리얼돌을 섹스토이로 가볍게 수용하기에는 너무 취약하다”라고 우려했다.

CREDIT INFO

취재
김여주 기자(여성경제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제공
여성경제신문
2019년 09월호

2019년 09월호

취재
김여주 기자(여성경제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제공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