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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축제, 핼러윈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에게 핼러윈은 전통과 삶이 하나가 된 축제다.

On Octobe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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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의 가장 큰 축제다.

LA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의 가장 큰 축제다.


무더위로 점철된 8월이 끝나는 시점 미국 전역의 가게들은 새로이 단장을 한다. 대부분 가을을 반기는 디스플레이지만 그 속에서 하나둘 핼러윈을 기념하는 장식물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로, 미국 전역에서 기괴하게 꾸민 사람들이 벌이는 축제로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두려워 사람들이 악령과 비슷한 분장을 해 악령이 착각하도록 했던 풍습이 이민자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대중문화의 일부가 됐다.

호박을 깎아 만든 ‘잭오랜턴(Jack-O’-Lantern), 각종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사에서 경쟁하듯 내놓는 아이들의 코스튬, 제과 회사들이 쏟아내는 핼러윈 기념 과자와 사탕 그리고 초콜릿 등은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LA를 포함한 미국의 대도시에는 9월이 막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미 핼러윈 의상과 소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이 문을 연다. 7월 초 불꽃놀이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여름의 상징이라면, 9월부터 장사를 시작하는 핼러윈 가게들은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핼러윈은 피해 갈 수 없다. 아이들이 그해 입을 의상을 준비하고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에 참여하는 집이라면 찾아오는 아이들이 집어 갈 사탕을 대형 할인몰에서 무더기로 사다가 쟁여놔야만 한다.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심 한가운데보다는 LA 근교의 작은 도시들이 사탕에 대한 인심이 더 후하기에 도심의 아파트촌에 사는 부모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근교로 향한다. 아이들의 핼러윈 의상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영화가 흥행했고, 어떤 캐릭터가 인기 있었는지 바로 정리되기도 한다.
 

코스튬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인기 있었던 영화 속 캐릭터를 알 수 있다.

코스튬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인기 있었던 영화 속 캐릭터를 알 수 있다.

코스튬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인기 있었던 영화 속 캐릭터를 알 수 있다.

가게에 핼러윈 제품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다는 의미다.

가게에 핼러윈 제품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다는 의미다.

가게에 핼러윈 제품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다는 의미다.


자녀가 10대 청소년이라면 또래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파티 장소를 알아보는 등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나라를 불문하고 부모들의 자식 걱정은 한결같다.

LA의 핼러윈이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며칠 뒤에 있는 멕시코의 ‘죽음의 날(Dia de Los Muertos)’ 때문이다. LA에 거주하는 멕시코인들은 핼러윈 데이에 자신들의 명절인 ‘죽음의 날’을 기념한다.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맥락의 이 명절은 조상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로, 메리골드꽃과 망자가 생전에 즐기던 것(담배, 술, 음식 등)을 챙기고, 묘지에는 초를 켜놓아 망자가 돌아올 길을 밝힌다. 핼러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용히 떠나간 이를 기리는 가족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망자에게 국화를 바치는 것과 같이 멕시코인들은 메리골드꽃을 사용한다. 금빛으로 처연히 빛나는 꽃잎이 망자의 앞길을 밝혀준다고 해서 이 꽃으로 묘지와 비석을 꾸민다. 차례를 지내듯 담배에 불을 붙여 태우고, 묘비에 술을 붓고, 떠나간 이를 알지 못하는 다음 세대들에게 그가 누구였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그런 밤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은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핼러윈의 언저리에선 외려 신선하게 보인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10월의 끝, 짧아진 태양을 등지고 밤의 거리로 사람들이 나선다. 누구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고, 누구는 친구들과 함께 성대한 파티를 열 것이며, 또한 누군가는 떠나간 이를 그리며 꽃으로 장식된 무덤가에서 밤을 지새울 것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안젤라
척홍
사진
척홍,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10월호

2018년 10월호

에디터
김안젤라
척홍
사진
척홍,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