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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진담 조진웅

영화 <사냥>이 언론에 처음 공개되던 날, 조진웅은 기자 몇 명을 불러 모았다. 조촐한 술자리였다.

On August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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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엔 <사냥>에 함께 출연한 배우 안성기, 권율, 한예리가 동석했고, 이번 영화를 제작한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뒤늦게 합류했다. 시시콜콜한 일상사부터 깊숙한 영화이야기까지, 편안한 대화가 오고 갔다.

영화 이야기부터 했다.<사냥>은 우연히 발견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 분)의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을 그린 영화다. 조진웅은 탐욕에 사로잡힌 쌍둥이 형제 ‘동근’과 ‘명근’ 역을 맡아 걸출한 사투리 연기를 펼쳤다.

“힘들게 촬영했습니다. 산속을 헤매는 스토리가 쉽지 않았어요. 다른 배우들과 액션도 해야 하고요. 평소 등산을 싫어하는데 이번 계기로 더 싫어졌습니다.(웃음) 힘들었지만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 작업했어요. 함께 간식을 나눠 먹고, 담배도 나눠 피우고, 난로에 데운 음식을 남은 맥주와 함께 먹었죠. 산이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는 재미가 있었어요. 안성기 선배님, 권율씨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이번에도 형사다. 전작 드라마 <시그널>의 정의로운 형사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욕망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인 중의 악인이다.

 

“<시그널>에서 얻은 훈남 이미지가 사라질까 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어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원래 훈남 이미지가 없던 사람이에요.(웃음)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 출연할 때는 ‘저 돼지는 어디서 왔느냐’는 비난을 받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안티팬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선지 악역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캐릭터에 빠져 놀아보자는 생각이 더 컸죠.”

대화는 자연스럽게 <시그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케이블 드라마 사상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작품이 아니던가. 기자 역시 <시그널>을 ‘본방 사수’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형사 역의 조진웅에 빠져 지냈다.

“생각보다 인기가 뜨거웠어요. 주변에서는 제 ‘인생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로선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작품이었어요.(웃음) 극 중 신분이 경찰이기 때문에 슬픈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눌러야 했죠. 여자친구가 살해되는 장면 기억하시죠? 그 설정은 너무 잔혹하지 않았나요? 그 장면을 연기할 땐 정말 괴로웠어요. 그런 걸 쓰는 김은희 작가는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조진웅이 건배를 청했다. 시원하게 목이나 축이자며 분위기를 주도하더니 작품 이야기는 그만하고 사는 이야기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때마침 방송에서는 야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롯데가 지고 있어요? 아이고… 한 잔 더 해야겠네요. 제가 야구 광팬이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야구 방송은 챙겨 볼 정도로 좋아해요. 어느 팀이 이기고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마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쏟는 땀을 보면 괜히 뭉클해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승리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거고요. 꼭 촬영 현장의 저를 보는 것 같아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야구 선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질문이라며 새초롬하게 쳐다본다.
“야구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요. 야구 시즌에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화채 만들어 맥주랑 먹으며 중계 방송을 보면 그것보다 행복한 게 없어요.”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또 있었다.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 조진웅은 2013년 11월, 7년간 교제한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무명일 때부터 대세가 된 지금까지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키며 힘이 돼준 단 한 사람이다. 조진웅은 아내를 ‘내조의 여왕’이라고 말했다.

“대단한 친구예요. 결혼기념일에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마침 <시그널>에 출연하게 됐죠. 그러는 바람에 아내와의 여행이 미뤄졌어요. 이럴 때 보통 아내들은 화를 내지 않나요? 제 아내는 ‘그래…’라고 한마디만 했어요. 싸둔 짐을 다시 푸는 아내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내가 죽으면 저 때문에 사리가 나올지도 몰라요.(웃음)”

아내와의 여행 약속은 드라마 종영 후 지켰다. 하와이로 2주간 휴가를 다녀온 것. 배우가 된 후 첫 여행이기에 그만큼 의미가 컸다.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간 여행이었어요. 그동안 갔던 해외 촬영과 크게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를 위한 여행은 다르더라고요. 작품이 끝나고 캐릭터를 비워내는 과정도 좋았고요. 여행에서 돌아와 아내에게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어요. 연초에는 가족 행사가 많아 힘들고 매년 3월 정도가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죠.(웃음) 여행을 통해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비운 만큼 또 잘 채우면 되니까요.”

얼마 전 아내를 울린 사연도 털어놨다. 듣고 보니 기쁨의 눈물이었다.
“무명일 땐 정말 가난했어요. 최근 몇 년 사이 제 기준으로는 엄청 큰돈을 벌었죠. 통장에 출연료가 입금되던 날 아내가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큰 액수의 돈을 벌어본 적이 없으니까 깜짝 놀랐던 거죠. 사람들이 ‘돈 많이 벌었냐’고 물어요.

솔직히 많이 벌었습니다. 그만큼 세금도 열심히 내고 있어요. 아내는 그 세금이 아깝대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런 마음 먹으면 안 된다고요. 내가 더 열심히 벌 테니 세금 아까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좋은 시나리오가 많은데 어떻게 쉬느냐”며 귀여운 욕심을 부리는 조진웅. 좋은 작품은 스케줄을 무리하게 조정해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단다. 그 욕심이 오는 10월 방송되는 드라마 <안투라지>까지 이어졌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덟 시즌을 방송하며 인기를 모은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연예계의 일상을 담은 블랙코미디로, 조진웅은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은갑’ 역을 맡았다.

“여러 배우가 눈독들이던 역할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캐스팅된 이유는 단가로 봤을 때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그래도 동급 최강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안투라지>에는 서강준과 그의 친구들 박정민, 이광수, 이동휘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인데도 호흡이 대단하다. <안투라지> 팀의 찰떡 호흡은 이미 방송가 관계자들에게 소문이 났을 정도다. 후배들 이야기에 목소리가 높아진다. 특유의 너스레 때문에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안투라지> 촬영·제작 스태프 중 <시그널>에서 같이 작업한 분들도 있어요. 요즘 한 작품 걸러 한 작품은 아는 스태프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하는 후배 배우도 다 좋아요. 마음 씀씀이가 예쁜 친구들이죠. 제가 ‘이리 와라’라고 하면 ‘네~’라고 대답해요.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그랬거든요.”

자신을 뒤돌아볼 줄 아는 그가 멋있어 보였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를 무렵 조진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자리는 딱 2시간 30분이 좋다며 떠나는 조진웅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다음엔 3시간 마셔요!”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2016년 08월호

2016년 08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