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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정리의 기술

On March 02, 2016

여태까지의 청소 방식으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던 청소 결과가 바로 지금의 지저분하고 너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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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청소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청소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큰 스트레스 없이 주변을 항상 깨끗이 하며, 정리정돈을 생활화한다. 주부는, 그 유전자가 없어도 있는 척(?)을 하며 살아야하니 여간 피곤하지가 않다. 청소 유전자가 아예 없거나 청소에 젬병인 주부라면 청소 스트레스애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마련이다. 새로 나오는 청소 기구는 사고 본다든지(청소 도구만으로 넘쳐난다), 돈을 쓰고서라도 도우미를 부르던지(생활비 압박에 시달린다), 아니면 아예 포기한 채 먼지투성이의 삶을 살아간다든지(‘손님 초대 공포 현상’이 유발된다).
3월이다. 묶은 때를 벗겨 내고 봄 분위기를 낼 때다. 그런데 어떻게? 청소 유전자가 없는 주부에게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바로 이럴 때 ‘버리기’ 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버리기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핵폭탄급 정리기술이다.  

 

정리 첫 단계: 버릴 품목 정하기
집안을 둘러보자. 가구며 전자제품, 주방기기 등 살림살이가 한 가득이다. ‘필요한가?’ 하고 물으면 어쩐지 다 필요한 것들 같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사라진데도 아쉽지 않은 물건들도 꽤 있다. 먼지 뽀얗게 쌓인 장식품, 전원 안 들어오는 전자기기, 몇 년 째 장롱 속에만 있는 침구류 등등.

주부는 그릇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는 꼭 쓸 것만 같아서 쟁여둔 접시, 유리그릇, 컵 등이 주방 한 켠을 그득히 차지하고 있다. 냄비는 또 얼마나 많은지. 프라이팬의 개수도 만만치 않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언젠가 쓸 때가 있겠지’라며 비축해둔 주방용품들은 ‘무용지물’이다.

아이들 때문에 책에 집착하는 주부도 많다. 책을 사고, 소장하고, 방 하나를 혹은 거실 대부분의 벽을 책장으로 꾸미곤 흐뭇해한다. 특히 전집에 목숨 건다. 하지만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만화 류 를 제외하면 전집을 잘 읽으려 들지 않는다. 전집류를 왜 읽지 않을까? 전집은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훈은 자신이 읽은 책의 대부분을 버린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 정도의 작가라면 쏟아져 들어오는 신간만 해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서가에는 사전, 법전 등 글을 쓰는데 필요한 ‘공구’만 정갈하게 꽂혀 있다. 그 모습은 사방 벽을 책으로 꽉 채운 그 어떤 유명 소설가의 서재 모습보다 위력적이다. 


정리정돈의 가장 큰 복병은 옷이다. 늘 입을 옷은 없는데, 옷장엔 옷들이 차고 넘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옷이라고 여겼으나 결국 시간이 지나 후즐근해져버린 옷들과, 비싸게 샀으나 어울리지 않아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과, 변해버린 체형에 더 이상 맞지 않는, 하지만 언젠가 살이 빠지면 입으리라 모셔놓았던 옷들이다. 지난 네 계절 동안 입지 않은 옷들이, 그 네 계절 동안 열심히 입은 옷보다 네 배쯤 많을 것이다.

정리 기술 중에 80:20 법칙이 있다. 자주 사용하고 손 가까이 두고 쓰는 물건은 전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20퍼센트 남짓하다는 것. 결국 나머지 80퍼센트는 거의 쓰지 않거나 아예 없어도 될 것들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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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단계: 버리기
버려야 한다. 가차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 시킨다. 지난 일 년 단 한 번도 찾았던 적 없다면 버리자. 몇 년 쯤 지난 후에 어쩌다 필요해지기라도 하면? 그때 가서 다시 사는 한이 있더라고 버려야 한다. 


옷, 신발, 가방을 버릴 때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걸 얼마 주고 샀는데…’와 ‘놔두면 언젠가 한 번 쯤은 찾게 될텐데’ 다. 그럴 일 없다는 것은 오랜 시행착오로 알게 된다. 분리수거 날짜도 고려하고, 되팔 수 있는 것도 생각하며(대부분 되팔았을 때 껌 값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식구들의 반발과 핀잔도 염두에 둬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단은 ‘버리고 본다’는 것이다.

옷을 버릴 때 가장 갈등이 심하다. 책이나 그릇과 달리, 구입 단가가 비싼 데다 과거 자신의 몸을 감싸던 기억이 뒤통수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린다. 산처럼 쌓인 듯 보여도 가진 옷의 10분의 2도 채 안 된다. 가방, 구두는 옷보다 더 버리기 어렵다. 그럴 땐 최근 3년간 단 한 번도 들거나 신은 적 없는 것들만 추려도 된다. 고물상에 가져가면 옷과 가방은 한 저울에 놓고 무게를 재서 고물 값을 쳐준다. 옷과 가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책과 옷을 버리는 동안 절실히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 정리를 위해 산 수납도구 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 정리하겠다고 수납도구부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우리가 차지하고 사는 공간 면적을 우선 떠올리고, 거기에 들여놓을 수 있는 물건이 한정되어 있다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옛 선비들이 초가삼간에 책 몇 권, 그릇 몇 개, 옷 몇 벌, 책상 하나 놓고 살았던 모습을 떠올려도 좋다. 이렇게 하면 더 뭔가를 사는 행위가 점점 더 신중해 질 것이다. 버리기에 익숙해질수록 물건에 관한 애착도 준다. 그리고 깨달은 결론.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살았다.  

CREDIT INFO

진행
디지털 매거진 팀 김민정
E-Mail
mjkim@seoulmedia.co.kr
2016년 03월호

2016년 03월호

진행
디지털 매거진 팀 김민정
E-Mail
mjki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