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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DoJiWon

그녀가 수줍게 웃는다.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 시작해볼까요?”

On March 12, 2015


도지원은 매사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촬영 전 시안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을 보며, ‘완벽주의자’일 거라 예상은 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그 이상이었다. 10시간가량 화보 촬영이 진행될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간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옷 사이로 드러난 팔 라인에서 살짝살짝 잔 근육이 드러났다. 26년 차 여배우의 내공이다.

“꼼꼼한 스타일이에요. 큰일을 앞두면 그걸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계속 생각을 하죠. 이번 화보 촬영도 많은 컷을 찍는다고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평소 입던 스타일이 아니라 ‘잘 어울릴까?’ 하는 걱정을 했죠.”

도지원은 나이가 무색케 할 정도로 예쁜 몸매를 가지고 있다. 발레를 배운 덕에 곡선미 자체가 일반인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도지원은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즐기지 않는다. 이번처럼 목선이 깊게 파인 옷이나 팔 라인이 그대로 노출되는 옷을 입고 찍는 화보는 그녀에게도 낯선 작업이었다.

“굉장히 신선했어요. 드라마 속에서도 노출이 있는 옷을 시도해본 적이 없었죠. 평소엔 청바지에 티셔츠처럼 캐주얼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 편이에요. 막상 이런 옷을 입고 보니 ‘내가 이런 것도 어울릴 수 있네?’ 하며 조금 놀랐어요.(웃음)”

그녀를 만난 날은 드라마 <힐러>를 이제 막 마치고 새로 시작하는 KBS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촬영에 들어갔을 때다. 빡빡한 스케줄 탓에 촬영 전날 두 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고 했다.

“한번 ‘맞다’ 싶으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에요. 함께하는 소속사나 매니저도 한번 일을 시작하면 굉장히 오래가죠.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되면 몸이 좀 힘들더라도 하려고 해요. 이번에 쉼 없이 바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그녀는 새 드라마에서 방송사 앵커 ‘김현정’ 역을 연기한다. 똑 부러진 성격의 커리어우먼으로 전작 <힐러>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극과 극의 캐릭터다. 드라마에선 베테랑 배우 김혜자와 배우 채시라, 이하나가 함께 출연한다.

“이번 작품에선 제가 욕을 하는 장면도 나오고, 굴욕을 당하는 장면도 나와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현정’이는 <힐러>의 ‘명희’와는 정반대의 캐릭터죠. 평소엔 내성적이고 조용조용한 스타일인데, ‘현정’이는 반대의 성격이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쉼 없이 전작과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배우 도지원이기에 믿음이 갔다. 도지원은 똑 부러진 배우다. 적어도 연기에 있어서는 그렇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황금무지개>의 ‘영혜’도, <힐러>의 ‘명희’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하반신 마비인 ‘명희’ 역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운동까지 줄였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 휠체어를 탔을 때 부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분명 여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이토록 강해진 것은 드라마 <황금무지개>의 영향이 컸다.

“감성 연기에 메말라 있던 시점에 <황금무지개>라는 작품을 만났고, 연기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어요. ‘아, 몰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를 새삼 깨달았고요. 요즘은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눈물이 별로 없는 성격이었어요. 우는 신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할 정도였죠. 그런데 연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방법을 깨달은 후부터는 상대 배우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는 거예요. <황금무지개> 때가 그랬어요.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그만 울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완벽주의자 도지원
배우는 극 중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간다. 설령 자신이 그런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캐릭터에 맞춰 연기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다.

“<여인천하>(2001년) 이후 한동안 연기 활동을 쉬었어요. 드라마가 잘돼 기분은 좋았지만, 제 이미지가 하나로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배우로서 큰 핸디캡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땐 ‘나는 아직 보여줄 게 많은데’ 하면서 밝은 역할을 계속 기다리기만 했어요. 쉬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쉬게 된 거죠.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기도 해요. 연기는 ‘도지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를 보여주는 거잖아요.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걸 포기하면서 특정 역할만 고집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었어요. 운동도 굉장히 좋아했고요. 집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죠. 그것도 일종의 습관이라면 습관일 거 같아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주연에서 조연으로, 주인공에서 주인공의 엄마 역할로 밀려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한 번 엄마 역할을 하고 나면, 다음에는 미스 역할을 맡기가 어려울 거라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자꾸만 밀려나는 상황이
오는 거죠"


그러던 중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라는 작품에서 ‘안나 레이커’를 만났다. 극 중 ‘안나’는 지적 장애인이면서 순수함과 모성애를 간직한, 맑은 성격의 캐릭터다.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는 지난 작품 <힐러>에서 재회한 배우 지창욱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배역이었기에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사실 여배우들은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카메라 각도에 신경을 쓰죠. 그런데 이 작품에선 감정선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연기 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제가 화면에 잡히지 않더라도 상대 배우가 대사를 치는 동안 앞에서 함께 연기를 했죠. 그래야 배우끼리 감정적인 교류가 생기고 진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일까? 드라마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했다. 도지원도 이때 자신이 배우로서 한 뼘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얼마 전에 창욱이가 ‘누나가 그때 얼마나 큰 도움을 주셨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행복했어요.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었거든요. 창욱이 말로는 자기가 ‘누나’라고 부르는 여배우는 유일하게 저뿐이래요.(웃음) 내성적인 성격의 저도 창욱이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게 됐어요. 창욱이는 제게 영원한 ‘동해’예요.”

배우라서 행복하다는 그녀. 그녀는 그렇게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취재
정희순
사진
김도원
스타일리스트
양희화
헤어
다나
메이크업
박지숙
의상협찬
JESSI NEW YORK, 쏠레지아, cahiers by 김아영, sanFrancisco umbrella by 차보경
2015년 03월호

2015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취재
정희순
사진
김도원
스타일리스트
양희화
헤어
다나
메이크업
박지숙
의상협찬
JESSI NEW YORK, 쏠레지아, cahiers by 김아영, sanFrancisco umbrella by 차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