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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인생식당 마지막 회

사귐이 있는 '밥정(情)'

음식은 사람 간의 관계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함께 식사하는 동안 음식을 통해 서로 간의 유대를 경험하며 쌓이는 정서적 행복감에 더욱 배가 부르니 말이다. 김미경의 인생식당 마지막 회는 밥 한 끼만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손님 초대 메뉴로 마침표를 찍는다.

On December 19, 2014


“2014년의 마지막, <우먼센스> 12월호에 맞춰 인생식당이 문을 닫습니다. 요리라는 게 시간을 두고 오롯이 마음과 정성을 다해 지어야 하는데 ‘김미경의 톡앤쇼’ 지방 투어 공연으로 심신의 여유가 없을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행복하고 즐겁게 요리를 배웠습니다. 그동안 배우고 쌓은 것도 많은 것 같아요. 마지막 회인 만큼 오늘은 좀 더특별한 메뉴를 준비했어요. 손님 초대가 많은 연말을 맞아 여럿이 모여 훈훈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요리를 배워보려고요.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없으면 절대 만들 수 없는 그런 요리!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음식 나누기

집에서 밥을 해서 여럿이 함께 먹는 일이 어쩌면 귀찮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특히 연말에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조차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가정으로 식사 초대를 하는 것은 더없는 친밀감의 표시이자 격의 없는 우정을 나누는 표현이에요. 집 밖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면 비용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좀 다르죠. 집에서는 친한 사람끼리 깔깔거리며 식사를 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그게 제일 큰 장점이지요. 손님 초대한다고 부담 느끼는 분들 많은데 그럴 필요 없어요. 매일 먹는 평범한 식탁에 딱 메인 요리, 그것도 어렵지 않은 한두 가지 메뉴만 더해도 손색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배울 요리도 연말 손님상에 딱 하나만으로 힘을 줄 수 있는 메뉴예요.”

김미경 대표가 인생식당의 마지막 회 메뉴로 선택한 건 바로 ‘유린기’와 ‘홍차떡케이크’. 중국요리의 대표 주자인 유린기는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일이 쉽지 않아 주부들이 기피하는 메뉴지만 오늘은 그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한 ‘심플 레서피’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 떡케이크도 반죽의 원리만 알면 누구나 집에서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오늘 유린기와 홍차떡케이크를 선보일 요리 고수는 지난 제 ‘김미경의 톡앤쇼’ 공연에 일명 ‘조공 도시락’이라 불리는 수제 도시락을 직접 싸서 보내주신 분들이에요. 요즘 인천 청라에서 ‘쿡쌤’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요리연구가 겸 푸드스타일리스트 전경화씨와 그녀의 요리 제자 이정희씨입니다. 두 분 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셨는데 솜씨가 대단해요. 손맛의 비밀을 들어볼까요?”

recipe


■ 홍차떡케이크
재료 멥쌀떡(멥쌀가루 5컵, 홍차 분말 6g, 설탕 5큰술, 아몬드가루·물 3큰술씩, 우유 2큰술), 찹쌀떡(찹쌀가루 2컵, 커피(커피 1/2큰술+물 2큰술)·설탕·호두 분태·코코피너츠·초코칩 1큰술씩), 앙금 장식(백앙금 500g, 생크림 300ml, 색소용 분말 또는 식용색소 적당량)
만들기
1_뜨거운 물에 홍차 분말 3g을 우려 차게 식히고 남은 3g은 비닐 팩에 넣어 칼끝으로 잘게 다진다.
2_멥쌀가루에 ①의 홍차 우린 물과 다진 분말, 우유를 넣고 손으로 고루 섞어 체에 두 번 내린다. 반죽을 주먹으로 쥐어보아 덩어리가 뭉쳐지면 적당한데, 가루가 흩어지면 떡이 파삭해지므로 물을 조금씩 더하면서 섞는다. 수분에 약한 아몬드가루와 설탕은 마지막에 넣고 잘 섞는다.
3_찹쌀가루에 남은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4_김이 오른 찜기에 젖은 면포를 깔고 ②의 1/2 분량을 평평하게 깔고 그 위에 ③의 찹쌀가루를 부은 뒤 남은 멥쌀가루를 얹어 평평하게 한다.
5_④에 키친타월을 덮고 20분간 찐다. 김이 오르면 불을 끈 뒤 5분간 뜸을 들이고 한 김 나가면 그릇에 담는다.
6_백앙금에 원하는 컬러의 분말 또는 식용색소를 넣어 고루 섞는다. 커플러를 끼운 짤주머니에 앙금을 한 주먹 분량 정도 담고 T레일 위에 꽃 모양을 만든다.
7_한 김 식은 ⑤의 떡케이크에 ⑥을 올려 장식한다.

유린기
재료 닭고기(안심 또는 가슴살) 300g, 감자 전분 1컵, 양상추 1/3개, 소스(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식초 2큰술, 간장·설탕 1과 1/2큰술씩, 다진 양파·다진 대파 1큰술씩, 다진 마늘 1/2큰술), 미림·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_닭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여 미림,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다.
2_양상추는 심지를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뜯어 찬물에 씻은 뒤 물기를 뺀다.
3_청양고추와 홍고추, 대파는 송송 썰고 양파와 마늘은 잘게 다져 볼에 담고 간장, 설탕, 식초를 넣고 섞어 소스를 만든다.
4_①에 감자 전분을 앞뒤로 얇게 묻혀 식용유에 두 번 튀긴 다음 체에 밭쳐 기름을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5_접시에 ③의 소스를 2/3 분량 끼얹고 그 위에 양상추를 얹은 뒤 ④의 튀긴 닭을 담는다. 마지막에 남겨둔 소스를 뿌려 낸다.


모든 이에게 ‘기쁜’ 상차림

식사를 대접한다는 건 차리는 이도 받는 이도 모두 부담 없는 시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손님 초대할 일이 많은 연말 시즌, 비용 부담도 없고 딱 한 가지만으로 힘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해보자. 인천 청라에서 요리 선생님으로 유명한 전경화씨와 이정희씨가 파티 상에 올렸을 때 ‘폼 나는’ 메인 메뉴를 선보인다.

지난 10월, ‘김미경의 톡앤쇼’ 강연에 ‘조공 도시락’을 싸서 보낸 ‘쿡쌤’ 전경화씨. 손님 초대상에서 실패하지 않는 요리 비법을 공개했다.


김미경 오늘은 특별한 요리를 만들 건데요. 첫 번째 요리는 바로 유린기입니다. 오늘 이 요리를 선보일 요리 고수는 누구냐 하면요! 제가 얼마 전에 ‘김미경의 톡앤쇼’ 강연을 했는데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예쁜 수제 도시락을 싸주신 분이에요. 인천 청라에서 ‘쿡쌤’이라고 불리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전경화 선생님입니다.

전경화 안녕하세요. 저는 19세 때부터 요리를 배운 전경화라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했는데 이왕 가는 대학이라면 좋아하는 요리학과로 가고 싶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식, 양식, 일식 자격증을 땄어요. 그걸로 요리학과에 입학했고요.

김미경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이거다!’라는 걸 언제 깨달았어요?

전경화 요리 만드는 그 순간이 그냥 행복했어요.

김미경 그 이후로 쭉 요리만 했어요?

전경화 네! 푸드스타일리스트, 요리연구가, 어린이 요리 선생님, 수제 도시락, 요리 창업반 강의 등 다양하게 도전했어요. 현재는 이렇게 4~5가지 직업을 갖고 있어요. 수제 도시락 만드는 ‘쿡쌤’으로 가장 알려진 것 같고요.

김미경 그럼 벌써 경력이 17년이나 된 거예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서 다양한 커리어가 쌓인 거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유린기를 만들어볼까요?

전경화 유린기는 닭고기로 만드는 요리예요. 특히 닭안심으로 만들면 식감이 부드러워서 먹기 좋아요. 안심이 없으면 닭가슴살로 만들어도 돼요.

김미경 다른 재료들도 소개해주세요.

전경화 청양고추, 홍고추, 대파, 다진 마늘, 양파는 소스 재료예요. 그리고 양상추와 토마토는 나중에 닭고기에 곁들여서 먹는 재료고요. 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이죠?

김미경 그렇네요. 딱 재료만 봐도 금방 끝날 것 같은데요? 유린기는 중식당에서 많이 주문해서 먹는 메뉴잖아요. 깐풍기랑은 많이 달라요?

전경화 유린기는 깐풍기보다 튀김옷이 얇아서 시간이 지나도 눅눅함이 덜해요. 씹는 맛도 부드럽고요. 감자 전분만 얇게 입혀 튀기기 때문에 요리하기도 쉬워요.

김미경 요리 선생님들은 다 이렇게 씩씩해요. 다 쉽다고 하고 하니까요! (하하)

전경화 계속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니까 자신 있어져요. 먼저, 닭고기에 청주나 소주, 미림같이 술을 부어서 누린내를 없애야 해요. 그다음, 5분 정도 재우면 돼요.

김미경 자는 건 자기가 알아서 할 테고!(하하) 소금은 얼마나 넣어요?

전경화 흔히 요리 레서피에 보면 ‘약간’이라는 재료 분량이 나오잖아요? 그 ‘약간’은 ‘한 꼬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밑간할 때는 정말 딱 이 정도만 넣어야 해요. 요리에 실패한 분들 보면 이 밑간할 때 양을 너무 많이 넣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김미경 ‘한 꼬집’이래. 웃긴다. 손가락으로 꼬집을 때 하는 그 손가락 모양대로 재료를 집는 거예요? 닭고기들이 자는 동안 뭐 할까요?

전경화 소스 재료들을 다질 거예요. 유린기 소스가 만들기 쉬우면서 맛있어요. 이거 하나만 만들어두면 전이나 비빔밥, 불고기 같은 거 할 때도 요긴해요. 어른들끼리만 먹을 때는 이 소스만 해도 되는데, 아이들도 같이 먹어야 할 때는 달달한 맛이 나는 데리야키나 머스터드소스를 넣으셔도 돼요.

김미경 그나저나 저는 언제부터 아셨어요? 공연 날 보내주신 도시락은 감사했어요.

전경화 저 완전 원장님 광팬이에요. 10년 골수팬이에요. 예전에 한창 일할 때 우연히 원장님 강의를 보게 됐는데 시원한 제스처와 가슴을 찌르는 멘트에 완전 반했거든요.

김미경 가만 보면 제 팬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누구나 가는 길을 밟은 사람보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서 사는 분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랑 비슷한 여자들이에요. 참 감사해요. 딱 보면 ‘저거 내 과네’ 이런 게 보여요.

전경화 맞아요.(하하) 보통 주부님들은 튀김을 어렵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김미경 나, 나, 나! 전 완전 환장해요. 저 대학 시절 자취할 때 친구들 초대할 때마다 탕수육 했어요. 그때 그거 튀길 때 무서워서 고무장갑 끼고 벌벌 떨면서 했어요.

전경화 유린기는 감자 전분으로 얇게 옷을 입혀 튀길 거라서 탕수육처럼 막 튀지도 않으니 겁내지 않으셔도 돼요. 그 전에 감자 전분 살 때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감자 함량이 90% 이상인 걸 사야 바삭하게 튀길 수 있다는 점, 명심하세요.

김미경 고구마 전분이나 옥수수 전분도 있잖아요. 뭐가 달라요?

전경화 중식 요리 하시는 분들은 고구마 전분을 많이 쓰더라고요. 근데 저는 감자나 고구마나 옥수수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쓰다 보면 자기한테 더 잘 맞는 재료가 있어요. 요리하는 사람 손에 잘 맞는 걸 선택하시면 돼요.

김미경 튀김할 때 또 걱정인 게 기름 온도예요.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없어요?

전경화 젓가락 끝에 전분을 살짝 묻혀 기름 속에 넣었을 때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젓가락 끝이 지글지글한다면 약 150℃, 2초 안에 기름이 위로 튀어 오르면 약 170~180℃, 넣자마자 난리 나면 약 200℃인 거예요.

김미경 아하, 그런 쉬운 방법이 있군요. 근데 튀김옷이 너무 얇은 거 아닌가?

전경화 유린기는 튀김옷이 얇은 게 특징이에요. 닭고기에 앞뒤로 얇게 한두 번 정도 묻혀야 해요. 일단 기름에 넣고 익으면 알아서 위로 떠오르잖아요. 그때까지 건드리지 마세요. 튀김옷이 얇아서 벗겨질 수 있어요.

김미경 이거 진짜 쉽다! 소스만 잘 만들면 될 듯해요.

전경화 인터넷이나 중식 요리책에 나온 유린기 레서피를 보면 복잡하고 어려워요. 근데 굳이 어렵게 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일반 가정집에서는 이렇게 간단하게 해서 먹으면 되죠. 이제 소스를 만들어볼게요. 간장, 식초, 설탕을 넣고 서걱서걱한 설탕이 녹을 때까지 고루 섞으면 돼요.

김미경 양념은 손님 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놔도 되겠다. 이제 양상추와 고기 손질해요!

전경화 튀긴 닭고기는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양상추는 차가운 물에 씻어 체에 밭쳐두거나 채소 탈수기에 넣어 물기를 빼세요. 그다음 손으로 손질할 건데 보통 양상추에 있는 심 때문에 칼을 사용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하면 채소가 상해요. 심지를 바닥에 놓고 손으로 힘껏 누르면 심지를 손으로 뺄 수 있어요.

김미경 이제 소스를 뿌리나요?

전경화 네! 먼저 소스를 뿌린 뒤 채소와 닭고기를 올리고 남은 소스를 뿌리면 끝이에요.

김미경 드디어 완성! 간단해서 좋네요. 20분 정도면 충분하고 튀길 때 위험 부담도 없고, 다른 튀김 요리보다 기름지지 않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무엇보다 정말 폼 나는 요리인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두 번째 폼 나는 요리! 홍차떡케이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집에서 만드는 게 쉬울지 어려울지 예상이 안 되네요…. 떡 선생님 모셔서 배워보겠습니다.


이정희 안녕하세요. 저는 ‘쿡쌤’(전경화씨) 매장 안에서 떡 수업을 하고 있는 이정희라고 합니다. 올해 33세이고 떡 선생님을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김미경 떡 만들기가 쉽지 않을 텐데 솜씨가 좋으신가 봐요?

이정희 피나는 노력과 연습 덕분?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죽기 살기로 했어요.(하하)

김미경 떡 수업이 직업으로 하기에 괜찮나요?

이정희 네. 수업을 하니까 돈벌이가 되기도 하고 시간도 아이 유치원 마치는 시간에 딱 맞아서 여러모로 저한테 유익해요.

김미경 배우는 분들이 주로 주부이고 엄마일 테니까 시간도 맞고 좋겠다.

이정희 맞아요. 처음 시작할 때 그것도 중요한 요인이었어요.

김미경 근데 왜 미리 솥에 물을 붓고 끓이고 있어요?

이정희 주변 온도가 따뜻해야 떡이 설익지 않기 때문에 미리 끓여놔야 해요. 주변 온도가 차가우면 떡이 익지 않아요. 여름에 더워서 주변에 에어컨을 켜놓고 하면 어느 부분은 익고 어느 부분은 안 익어요. 여름엔 에어컨을 꺼야 해요.

김미경 주변 온도? 떡 찌는 이 솥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이정희 ‘떡님’은 대단히 예민하십니다!

김미경 아~ ‘떡시루’에 쪘나 보다. 근데 에어컨까지 꺼야 한다니 좀… 근데 선생님을 믿어야지 어쩔 거야.(하하) 그다음은요?

이정희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층층이 쌓아서 떡케이크를 만들 거예요. 떡을 만들 때는 수분 조절이 관건이에요. 수분이 너무 많으면 떡이 퍼지고 수분이 없으면 퍽퍽해지니까요. 찹쌀가루는 멥쌀가루보다 수분이 많아서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사실 육안으로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럴 땐 ‘빨간약’이라 불리는 요오드 용액을 뿌려보면 녹색으로 변하는 게 멥쌀가루예요. 이건 멥쌀가루에 아밀로스라는 성분이 20% 정도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이에요.

김미경 내용은 화학 시간같이 어려웠지만 어쨌든 오케이!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이정희 멥쌀가루에 홍차 잎 가루와 홍차 우린 물을 넣을 건데 홍차 잎을 우릴 때 3분 이상 지나면 맛이 쓰니까 살짝만 담그세요. 커피도 시판 봉지 커피를 이용하시면 되고요. 호두 분태에는 모래가 섞여 있을 수 있으니까 키친타월로 털어서 손질하세요.

김미경 떡가루는 수분의 정도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눈으로 확인하죠?

이정희 멥쌀가루 반죽은 주먹으로 쥐어보아 덩어리가 뭉쳐지면 수분이 적당한 거예요. 동그랗게 공처럼 뭉쳐서 손바닥 위에 올려 살살 던졌을 때 두 동강이로 나눠지면 좋은 상태입니다. 근데 바로 흩어지면 수분이 부족한 것이니 우유나 물을 더하면 돼요.

김미경 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반죽의 정도가 아니구나. 백설기는 쉽게 만드는 줄 알았어요. 어릴 때 고추장 담근 날 엄마가 후딱 만들어주셨거든요. 떡은 주로 누가 배워요?

이정희 취미로도 많이 배우시는데 요즘엔 아토피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많이 오세요.

김미경 이정희씨 딸도 아토피라면서요?

이정희 네. 그래서 저도 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희 아이는 심하지는 않았는데 등에 아토피가 심해서 수시로 긁었거든요. 아이가 힘들어하니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이가 입고 먹는 것을 관리해주는 거니까요. 제가 딱 할 수 있는 만큼만 했어요.

김미경 아토피 있는 애들은 먹는 거 조심해야 하잖아요!

이정희 아이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일주일 동안 내내 아파해요. 그래서 음식 때문에 몸이 아프면 그 후론 그 음식을 아예 입에 안 대요. 다행히 지금은 80% 정도 나았어요. 아이 때문에 비누·화장품 만들기, 요리, 재봉도 배웠어요.

김미경 출산 후 우울증을 앓았다면서요?

이정희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창문 밖에 나무가 흔들리면 저도 같이 고개를 왔다 갔다 흔들고 툭하면 울고 아이한테 화내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고 그랬어요.

김미경 저도 우울증 같은 거 안 겪은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의부증으로 왔던 것 같아요. 셋째 낳고 집에 있는데 남편이 외출 전에 향수를 뿌리는 거야. 나는 애 낳고 돼지 돼서 이렇게 앉아 있는데 괜히 신경이 쓰이는 거지. 입 밖으로 뱉진 않았지만 내내 속으로 의심하고 그랬어요.

이정희 저희 신랑은 집에 안 들어왔어요. 총각 때처럼 놀고 싶었나 봐요. 집에 와봤자 저는 짜증만 내고 하니까 그냥 아예 터치 안 했어요.

김미경 냅둬요. 그냥 놀라 그래요.

이정희 그냥 놔뒀어요.(하하) 자, 이제 다시 본론으로! 떡을 만들어볼게요. 멥쌀가루에는 덩어리가 뭉쳐 있을 거예요.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풀어야 해요. 그런 뒤 체에 내려서 고운 가루만 사용할게요. 두 번 정도 체에 내리면 돼요. 이렇게 하면 가루 사이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되고 수분도 고루고루 섞여서 좋아요.

김미경 설탕은 언제 넣어요?

이정희 아몬드가루와 설탕은 온도에 약해서 찜기에 넣기 바로 전에 넣어야 해요. 이제는 찹쌀가루 반죽을 만들 건데, 찹쌀가루에 커피물을 넣으세요.

김미경 찹쌀은 멥쌀보다 수분이 많으니까 액체류는 좀 덜 넣어야겠네요?

이정희 맞아요. 반 정도 덜 넣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멥쌀가루는 1컵에 액체 1큰술이라면, 찹쌀가루는 1컵에 액체 1/2큰술의 비율이랄까? 찹쌀은 어떻게 해도 뭉쳐지지 않고 흩어져요. 액체류는 분량에 맞게 넣고 식감을 살리기 위해 호두 분태와 코코피너츠, 초코칩은 1큰술씩 넣으세요. 취향에 따라 분량을 조절하세요.

김미경 찹쌀가루에도 설탕은 마지막에 넣어요?

이정희 설탕은 무조건 맨 마지막에 넣어야 해요. 그럼 찹쌀가루, 멥쌀가루 양쪽에 다 설탕을 넣고 찜기에 넣고 찔게요. 찜기 바닥에 물을 묻힌 실리콘 천을 깔고 케이크 2호 틀을 두고 쌀가루를 켜켜이 쌓을게요. 멥쌀가루, 찹쌀가루, 멥쌀가루 순으로!

김미경 어떻게 예쁘게 담아요?

이정희 스크래퍼로 윗면을 평평하게 정리하면 돼요. 맨 위에 키친타월을 올리면 알아서 수분 조절이 되고요. 20분 정도 찐 뒤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됩니다.

김미경 떡 장식은 어떻게 해요?

이정희 떡은 장식을 고정시키기가 어려워요. 흔히 절편으로 꽃 모양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저는 팥 앙금으로 꽃 모양을 만들어 장식하는 방법을 써요. T-레일 위에 먼저 앙금 기둥을 길게 세우고 그 주변으로 돌려가면서 꽃 모양을 만드는 거예요. 짤주머니에 앙금을 많이 넣고 시작하면 손이 아파요. 한 손에 움켜쥘 수 있을 정도의 양만 넣고 모양을 만드세요.

김미경 나 이거 잘하는 거 같아! 어때요? 예쁘죠? 완전 꽂혔어요. 꽃 장식 컬러를 잘 생각해서 데커레이션해야겠다. 뒤죽박죽 섞이면 촌스러워 보일 듯해요.

이정희 선물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컬러로 장식하는 것도 아이디어죠.

김미경 만들어보니까 맘에 들어요?

전경화 이정희 그럼요! 미워도 내 자식이라고.(하하)


김미경 유린기는 간편하면서 또 맛도 좋아. 유린기에 얽힌 사연이 있다면서요?

전경화 유린기는 제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메뉴예요. 아이 낳고 육아와 살림에 지쳐서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거든요. 근데 제가 만든 이 유린기를 먹어본 사람들이 반응이 좋아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김미경 아까 요리하다가 들은 이야기 중에 감동스러운 얘기는 아토피 있는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서 요리부터 화장품 만들기, 재봉까지 다 배웠다는 거예요.

이정희 아이 피부에 닿고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배웠죠. 배우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어요. 당시 우울증도 있었는데 배우면서 몰입하다 보니 아이도 좋아지고 저도 발전하는 시간이었어요. 내 일도 생기고 참 아이한테 고마워요.

김미경 주부,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인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도전하게 만들잖아요. 살면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직업을 얻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되고…. 꿈꾸는 주부님들이 롤모델로 삼으면 좋은 두 분입니다. 두 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계속 꾸준히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다가 힘들면 쉬어도 돼요. 아이에게 집중해야 할 땐 집중하고,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잠시 외도를 해도 되고…. 어쨌든 다시 돌아가면 되잖아요.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즐거운 인생을 ‘롱런’하는 비결일 것 같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인생식당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혜
사진
김연지
활영협조
더블유인사이츠
2014년 12월호

2014년 12월호

기획
김은혜
사진
김연지
활영협조
더블유인사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