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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s Chairs

누구나 의자를 갖고 있다. 의자는 아름다워야 하고, 기능상 편해야 한다. 의자란 가구와 조형 작품 사이 어디쯤 있는 게 아닐까. 빼어난 의자를 만드는 디자이너이자 작가 4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영감을 준 의자는 무엇인가?

UpdatedOn May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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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셰즈 체어’, 찰스&임스 레이


furniture design
강우림
작가

‘Organic Relation_Chair’, 강우림

‘Organic Relation_Chair’, 강우림

‘Organic Relation_Chair’, 강우림

타협하지 않는 태도
찰스&레이 임스 부부의 ‘라 셰즈 체어’. 가스통 라셰즈의 조각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 만큼 유기적이고 아름다운 형상을 띤다. 처음 만들었을 당시에는 이 의자를 구현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 양산하지 못했고, 1990년에 들어서야 브랜드 비트라를 통해 생산됐다. 양산이 힘들 정도로 많은 공이 드는 의자임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고 구현해낸, 임스 부부의 태도와 결과는 큰 영감이 됐다.

의자라는 작품을 만드는 것
외형은 물론, 라 셰즈 체어 제작 스토리에 큰 영감을 받았다. 아이디어 단계의 의자를 구현할 때는 재료의 특성이나 구조, 제작 효율성 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야 하는데, 처음 구상했던 의자의 형태는 현실에 부딪치며 디자인에 변화를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라 셰즈 체어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원래 형태 그대로 구현하려 노력한다. 양산할 수 없더라도, 한 작품밖에 만들 수 없더라도 만족스러운 작업이 된다.

유기적인 형상의 디자인
‘Organic Relation_Chair’는 유기적인 형상을 모티브로 작업했는데, 그 과정에서 목재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구조와 형태가 있더라. 그래서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자 연구와 실험을 통해 짜임 기법을 응용한 캔틸레버 구조 의자를 만들게 됐다. 체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완성했고, 덕분에 이후 작업에서 훨씬 자유로운 형태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게 됐다. 가구는 조형 예술품 중에서도 인간의 생활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작품이다. 이런 의자의 속성을 염두에 두고 내 의자가 감상은 물론, 주변의 환경, 사물, 타인과의 관계를 사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계획

앞으로도 사용자와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신작을 구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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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 론 아라드



furniture design
김정섭
작가

‘Compositional Copper’, 김정섭

‘Compositional Copper’, 김정섭

‘Compositional Copper’, 김정섭

예술의 영역에 닿은 의자
론 아라드의 2006년 작 ‘보디가드’. 제품의 영역 너머 예술적 가치까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의자라는 조각품
‘보디가드’를 2008년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론 아라드의 개인전에서 처음 봤는데, 여전히 좋은 영향을 받는다. 가구가 단순히 실용 미술이 아닌, 특정 공간에서 조각품의 역할까지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의자의 무한한 가능성

‘Compositional Copper’ 시리즈.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 텍스처, 패턴 등을 적동(구리) 소재를 활용해 만든 의자다. 시각적으로 익숙한 형태의 조합이 다른 재료와 새로운 기능을 만났을 때 표현되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의자에 담았다. 디자인은 벽돌이나 보도블록 혹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그재그 패턴을 재구성한 형태다. 그게 의자가 될 수도, 테이블이나 벤치가 될 수도 있다. 형태적으로, 기능적으로, 시각적으로 무한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 의자는 사람이 앉는다는 고유의 기능이 있다. 이 점이 순수 미술품과 다른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자는 조각품의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이건 과거 미술사의 관점에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편하든 아니든 가구는 고유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담아내야 한다.

집에 둔 의자

한스 웨그너의 ‘위시본 체어’를 좋아한다. 디자이너인 아내와 신혼집을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른 가구이기도 하다. 론 아라드의 작품과는 다른 영감을 주는 의자다.

내일을 위하여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준비하는 것.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전시는 다음 달부터 여러 번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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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3’, 르코르뷔지에



furniture design
류종대
작가

‘모던모듈’, 류종대

‘모던모듈’, 류종대

‘모던모듈’, 류종대

시대를 앞서간 의자
놀(Knoll)의 LC3,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겸 디자이너 르코르뷔지에가 만든 의자다. 스틸 프레임과 쿠션만으로 구성된 라운지 체어인데, 새로운 소재와 구조로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 디자인이다. 상징성은 물론,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조형미도 갖췄다.

동시대 디자인적 혁신이란
혁신성과 조형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동시대에서 혁신이란 무엇일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기술인 3D 프린팅과 친환경 소재인 바이오플라스틱을 활용한 의자를 디자인하게 됐다.

아트 퍼니처

‘모던모듈’은 디지털 기술이 오늘날에 맞는 새로운 도구라고 생각한다. 작은 모듈에서 시작해 반복과 확장을 거쳐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이 디자인을 통해 오늘날의 기술과 소재 그리고 조형적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Colors’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바이오플라스틱을 소재로, 3D 프린팅 기법과 손 기술을 융합해 지속가능함을 투영한 작업이다. 의자 사용자가 동시대적 기술과 소재의 혁신 그리고 조형미를 느끼면 좋겠다. 의자는 역사적으로 사용자의 권력과 지위를 나타내기도 할 만큼 상징성이 강한 가구다. 이제는 개성과 취향을 이야기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내 의자가 작품으로서는 물론 실용적 가구 역할도 할 수 있는 아트 퍼니처가 되길 바란다.

올해는

5월에 청주한국공예박물관에서 열릴 기획 전시에 ‘모던모듈’ 시리즈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외 다양한 공예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이며, 근대와 전통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전시다. 다가올 여름에는 한국민속박물관에 내 대표작인 ‘D-Soba’으로 전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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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a Chair’, 김민재


furniture design
이완
작가

‘플라스틱 의자’, 이완

‘플라스틱 의자’, 이완

‘플라스틱 의자’, 이완

한국적인 의자
김민재 작가의 ‘Lola Chair’. 한국 전통 건축물이 떠오르는 의자다. 노란 장판이 떠오르기도 하고, 익선관(임금의 모자)이 떠오르기도 한다. 수축과 팽창하는 성질 때문에 나무와 레진을 쓰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인데, 거침 없이 사용한 것도 좋았다. 그의 작품을 보며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확신이 생겼다.

거침없이, 의심하지 않고
내 작업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작가란 축적한 정보와 경험을 나름의 방식으로 되묻고 뒤트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내 작업물을 낯설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럴 때 자신을 의심하면 안 된다. 나 또한 내 작품이 이상한지, 예쁜지 등의 고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판단은 만드는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인 것 이상의 개념이 형태로 드러난다고 믿는다.

의자가 조형 작품이 되기까지

‘플라스틱 의자(2021)’는 공예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기성품으로 만든 레디메이드 크래프트다. ‘폼폼 의자(2021)’는 서울의 뒷골목을 생각하며 작업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철과 플라스틱 소재가 특징이다. ‘검은 의자(2021)’는 감각질이란 어떤 느낌일까 하는 질문에 압력에 따라 다르게 엉덩이를 만져주는 의자를 만들었다. 내게 의자는 조형물이다. 조형물은 새로운 개념이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만드는 것도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능은 내가 만든 개념에 따라 사람들이 언제든 보완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작품 만드는 나의 행위를 ‘Furniture as Sculpture’라고 부르기로 했다.

더 하고 싶은 것

올해 만들고 싶은 의자가 서너 가지 있다. 익숙한 소재를 낯설어 보이도록 만들 생각이다. 전시는 5월 대전에서 단체전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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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양보연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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