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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만 갖다 붙이면

빙그레 왕국의 빙그레군이 세상에 나온 건 오래전 일이 됐다. 이후 브랜드들은 더 이상 브랜드 가치와 지향점을 홈페이지에 긴 글로 알리지 않는다. 세계관을 창조해 스토리텔링한다. 마치 광야에 에스파와 엔시티가 존재하듯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 세계관은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빠르게 주목받긴 쉽지만 꾸준히 이어가긴 어려워 보인다. 브랜드가 세계관 마케팅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

UpdatedOn April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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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인터뷰에서 다운타우너, 카페 노티드, 호족반, 클랩피자, 웍셔너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압구정 핫 플레이스 제조기 GFFG는 얼마 전 ‘노티드 월드’를 통해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한다고 이야기했다. 도넛 브랜드인 노티드가 카페를 넘어 노티드의 8개 캐릭터들로 이뤄진 세계관을 구축하고 작가와의 협업은 물론 실제 오프라인 공간까지 만들어 고객들의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 세계관을 확립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많은 브랜드가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브랜드 세계관이 유행이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디지털 시대에 반드시 적응해야 하는 필수 요소로까지 접근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을 의미하는 세계관은 영화, 소설, 게임 등의 분야에서 꾸준히 사용되었다. 특히 마블 캐릭터와 시리즈가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면서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했고, 이는 세계관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된다. 브랜드 마케팅은 예능의 콘텐츠 비즈니스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빠질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드 업계에서도 고객에게 새로움을 제공하고 팬덤을 구축하는 목적으로 빠르게 도입되었다. 빙그레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브랜드들로 구성된 ‘빙그레우스’나 LG유플러스에서 새롭게 부활시킨 캐릭터 ‘홀맨’을 비롯해 컬래버레이션 맛집으로 일컬어지는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 역시 개성 있는 세계관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은 주로 밀레니얼과 젠지를 타깃으로 재미있고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어 콘텐츠 및 캐릭터로 확장하는 동시에 고객의 참여를 늘려 충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팬을 만들기 위해 세계관을 활용한다.

제품이나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고객들은 브랜드에 녹아 있는 스토리나 사람, 관계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SNS에서 시공간 제약 없이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브랜드 세계관을 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브랜드 세계관 구축이 실제 브랜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을까.

브랜딩 활동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는 만큼 브랜드 세계관 구축에 따른 효과를 곧바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계관이 구축되었다고 해서 고객들에게 외면받던 브랜드가 급진적으로 주목을 받거나, 의미 있는 매출로 연결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더욱이 언제나 새로운 변화와 자극을 원하는 2030세대의 특성에 따라 잠깐 관심을 끈 세계관이 어느새 잊히는 경우가 예상 밖 시나리오는 아니다. 브랜드가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있어 놓쳐선 안 될 것들은 무엇일까.

브랜드 세계관은 브랜드 마케팅 방법론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즉, 왜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고민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브랜드가 세계관을 구축한다고 해서 브랜드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브랜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과 차별적 혜택을 기반으로 사랑받아야 브랜드의 세계관 역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또한 세계관을 만들기에 앞서 해당 브랜드가 가진 자산이 무엇인지,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세계관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기 전에,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메시지 역시 점검해야 한다. BTS가 글로벌한 인기를 얻은 것은 그들의 세계관과 개인도 흥미롭지만, 노래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가닿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모든 브랜드에게 세계관 구축이 알맞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팬들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팬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브랜드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세계관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와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인 만큼, 맥락을 갖춘 촘촘한 스토리를 통해 팬들이 ‘재미있으니 속아준다’라는 상황이 전제되어야 한다. 팬들과 소통이 없던 브랜드는 놀 수 있는 판을 깔아놓는다 해도 갑자기 팬들이 와서 노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브랜드 세계관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브랜드 세계관은 재미는 물론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관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브랜드 세계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그 활동이 근본적인 브랜딩을 대변하거나 리드해서는 안 된다. 일관성과 지속성보다 적응 가능성이 중요한 디지털 시대임에도 브랜드가 가진 본질이나 영향력, 매력을 키우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는 브랜드만이 세계관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너지를 통해 지속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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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정소진
Words 우승우(더워터멜론 공동대표, <창업가의 브랜딩> 저자)
Illustrator 송철운

202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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