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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앞으로의 전망은?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응원에서 심판으로, 2년 만에 뒤바뀐 민심’을 보여준 선거였다. 조국·이준석 선전 속에 녹색정의당은 0석 굴욕을 맛봐야 했다.

On April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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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더 여소야대 불가피, 윤석열 정부 ‘위기’ 

“‘응원에서 심판으로, 2년 만에 뒤바뀐 민심’을 보여준 선거.” 이번 22대 4·10 총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가장 적절한 문구일 것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데 이어 같은 해 치러진 지방선거 때 서울 전 지역에서 압승했던 국민의힘은 2년여 만에 돌아선 민심을 마주해야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총선 3연패다. 2016년 20대, 2020년 21대에 이어 22대인 이번 4·10 총선까지 내리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포함 175석을, 출범한 지 40여일 만에 선거를 치른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의석으로만 12석을 확보하며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민심의 가장 큰 목소리임을 입증했다. 앞으로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석열 정부는 입법권은 물론 예산 편성권까지 모두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 내주게 되면서 21대 국회만큼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지난 2년간 여소야대(與小野大) 의회 지형에서 소수 여당의 한계를 절실하게 체감했다. 중요한 정책마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원내 1당 지위를 회복, 현 정부 임기 중·후반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한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민심은 매서웠다.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국민의힘은 완패했다. 지역구 254곳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61곳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90곳에서 이기는 데 그쳤다. 다행히 주요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하면서 국민의힘은 간신히 개헌 저지선(101석)을 넘는 108석(지역구 90석+비례대표 18석)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103석을 얻으며 대패한 것에 비해서는 5석 늘었지만, 민주당과의 의석 수 차이를 고려하면 ‘참패’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마한 한 후보는 “2월 말, 3월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인 의견 수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김건희 여사의 가방 수수 논란 관련 KBS 대담 이후 분위기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앞으로 3년 더 지금처럼 ‘견제?’ 

개헌 및 탄핵 저지선이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재의결 법안 부결 요건인 101석 이상은 간신히 지켜냈지만, 남은 임기 3년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 실현은 물론이고, 당장 정부 예산안조차 처리가 불가한 상황이다.

특히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 범야권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야당들이 뜻을 모으면 추진하는 각종 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가 가능해졌다. 180석이 넘을 경우 필리버스터(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 등을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도 24시간 뒤 강제로 종결시킬 수 있다. 여기에 개별상임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어 사실상 입법 강행이 가능하다.

대통령실 흐름에 정통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선이 치러질 3년 동안도 지난 2년처럼 대통령실을 흔드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간신히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재의결을 지켜낼 108석을 얻은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웠던 친윤계 의원들도 대거 국회에 입성했지만,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이나 안철수 의원(경기 분당갑)처럼 비윤계 당선인들이 당 대표를 맡아 국민의힘과 정부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간판’으로 내세워 선거를 치렀지만 완패하면서 이제부터 친윤 주류의 입김은 줄어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 역시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연스레 총선에서 확인된 ‘멀어진 민심’을 다시 얻어오기 위해서라도 과거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 중책을 맡아 ‘정부에 할 말은 하는 여당’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권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 해병대원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나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 속도를 내며 여권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과거와 달리 ‘대통령실도 일부 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108석의 의석 중 8석 이상 ‘배신’하면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용지물이 된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표심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주요 지역 총선 참패에 따른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국민의힘 관계자는 “승리했다면 한동훈 위원장 중심으로, 친윤계들이 중심이 돼 향후 당 운영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겠지만 지금은 TK(대구·경북)과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중진 의원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구심점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민심과 대통령실의 분위기 사이에서 갈라지지 않되, 할 얘기는 하는 고단수의 정치력을 가진 당 대표와 지도부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PK 지켜낸 국민의힘과 또다시 빼앗긴 더불어민주당 ‘엇갈린 표정’ 

대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이지만, PK에서의 참패만큼은 뼈아프다. 국민의힘은 부산 18곳 중 17곳, 경남 16곳 중 13곳, 울산 6곳 중 4곳에서 승리하며 PK 40곳 중 34곳에서 이겼다.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을 지켜내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한 곳이 PK다.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북구갑)가, 울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울산 동구)와 진보당 윤종오(울산 북구) 후보가 당선되며 보수 지역주의에 균열을 냈지만, 낙동강 벨트 탈환을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 유일하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곳이다. 부산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응급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이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것이 ‘PK 표심’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도 충남에선 11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8석, 국민의힘이 3석을, 충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5석, 국민의힘 3석을 차지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우위를 점했고, 지난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광주전남 18개 선거구 모든 의석을 석권하며 ‘호남=민주당’의 공식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지도에 표시하면 동쪽(강원도, TK, PK)은 국민의힘이, 서쪽(서울 경기 수도권, 충북, 충남, 호남)은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동여서야’ 구도가 명확하다. 이번 총선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지지를 받아내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베이스 캠프 삼아 움직이다 보니 ‘누가 나가도 당선된다’는 이미지가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이를 당도 잘 알고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주로 공천을 주며 활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녹색정의당의 몰락

한국 진보 정치의 상징과 같은 녹색정의당의 몰락도 눈에 띈다. 녹색정의당은 4·10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2012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원외 정당이 됐고 심상정 원내대표의 참패가 이를 상징한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서 5선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쳐 낙선했다. 그는 제21대 국회에서 녹색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여성 인권과 기후 위기와 같은 어젠다를 꾸준히 어필했지만 국민들이 당장 원한 정권 심판론을 녹색정의당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라며 “특히 막판에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을 강하게 꺼내 들고 나오면서 강성 진보층 지지자들이 대거 조국혁신당에 표를 준 것이 녹색정의당의 ‘0석 성적표’의 가장 큰 원인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2024년 04월호

2024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