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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길 완벽주의자

박해진이 준비한 인터뷰는 특별했다. 몇 명의 기자와 함께하는 1박 2일 야유회였다. 룰루랄라 박해진을 만나러 가는 길, 기분이 좋다.

On October 26, 2015

박해진이 야유회를 준비했다는 소식에 한껏 들떠 있었다. 부러워하는 동료들에게는 ‘일의 연장’이라고 말했지만, 친구들에게는 “박해진과의 야유회라니!”라며 자랑을 늘어놨다. <별에서 온 그대> 종영 후 만났던 그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일 테다. 

1년 만에 만난 그는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동행한 후배 배우를 챙기는 모습은 듬직했고 직접 고기를 굽고, 짐을 나르고, 남진의 ‘둥지’로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에서는 ‘나이스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래서 다들 ‘박해진, 박해진’ 하는구나 싶다. 

박해진은 오는 12월 첫 방송되는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외모와 집안, 학점, 패션까지 모든 게 완벽한 ‘엄친아’지만 친절하고 상냥한 얼굴 뒤에 섬뜩한 이면을 지닌 대학생 ‘유정’을 연기한다. 첫 촬영을 앞둔 그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 마니아층을 거느린 유명 웹툰의 주인공을 맡은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다고 했다.

“처음 제안을 받고 몇 번이나 출연을 고사했어요. 인기 웹툰인 데다가 캐릭터가 입체적이라 부담감이 컸거든요. 대학생 설정인데 제 나이가 어느덧 서른네 살이잖아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그런데 자꾸 끌리는 마음에 시나리오를 두어 번 읽어보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도 ‘나이’였다. 유수처럼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점점 더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좁아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영영 대학생 캐릭터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고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맡을 텐데 대학생 역할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다시 봤고, 대본도 받아봤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 연기 인생에서 대학생을 연기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겠죠?” 

물론 대학 생활 경험이 없는 박해진에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의 대학생 캐릭터는 막막하게 다가왔다. 의상부터 헤어스타일,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 박해진은 요즘 어린 친구들이 자주 쓰는 줄임말과 유행어부터 공부했다. “대학 생활 경험이 없어서 걱정되고 고민도 많아요. 대학생들이 쓰는 말 중에 ‘과사’(학과 사무실의 줄임말)라는 말이 있는데 발음이 ‘과사’인지 ‘꽈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물어봤어요. ‘꽈사’라고 발음한다더라고요. 그리고 ‘전장’이 뭔지 아세요? 전액 장학금을 줄인 말이래요. 이렇게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줄임말이나 유행어 등 디테일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연구하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다.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들의 의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반영하려고 했다. “대학생 역할에 맞는 옷을 구하느라 스타일리스트가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어요. 백화점을 몇 바퀴씩 돌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디테일도 하나하나 신경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는 드라마 <커피프린스>와 <골든타임>을 연출한 이윤정 PD의 디렉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면 되지 않겠느냐고 고개를 숙였다.

“개인적으로 감독님 작품 중 <태릉선수촌>을 정말 좋아했어요.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과 차분히 소통하시는 모습이 앞서 남자 감독님들과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고요. 그동안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감독님과 <닥터 이방인>의 진혁 감독님을 만났다는 건 제가 감독님 운이 좋다는 걸 방증하는데 이번에도 훌륭한 감독님을 만난 것 같아 든든해요.” 

어느덧 데뷔 10년 차,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가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대본에 충실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저는 ‘A’라고 말하면 A가 다인 성격인데 극중 유정은 그렇지 않아요. 말과 행동 뒤에 숨은 행간의 뜻을 이해하고 그걸 연기로 표현하려면 어떤 게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스러워요. 유정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있어요.”

 

 

 

알 듯 말 듯했던 캐릭터도 곰곰이 고민을 거듭한 결과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이 있었다.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일종의 가면 같은 거요. 현대인이라면 어느 정도는 가면을 쓰고 산다는 것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뭔가 하고 싶은 얘기, 내가 진짜 원하는 바를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유정을 보고 저도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싶었어요.” 

박해진이 <치인트>에 출연을 결정한 후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상대 배우가 누가 되느냐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고, 캐스팅이 발표될 때마다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다. 김고은, 이성경, 서강준까지 라인업이 완성되자 대중은 환호했다. 박해진 역시 그들과의 호흡이 기대된다고 했다. 오랜 시간 중국에 머물면서 한류를 이끄는 1세대 배우가 된 그는 중국에서 살다 온 김고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최근까지도 캐스팅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최근 고은씨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고은씨가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경험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중국에서 활동했던 만큼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호흡이 잘 맞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박해진의 설명에 따르면 김고은은 꼼꼼하고 야무진 성격인 반면, 이성경은 털털하고 활기찬 배우다. 서강준은 한눈에 봐도 훤칠한 외모의 당찬 청년이다. 각자 다른 개성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현장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안에서 박해진은 후배 배우들을 이끄는 사령탑 같은 존재다.

“성경씨나 강준씨 등 후배들이 성격 좋고 촉망받는 배우들이라고 알고 있어요. 제가 연장자로서 후배들과 잘 맞춰가야 하는 셈인데,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여러모로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부족하지만 용기 내서 씩씩하게 해보려고요.” 선배에게는 예의 바른 후배, 후배에게는 배울 점 많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박해진. 

이날 야유회에 동행한 같은 소속사의 후배 배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따뜻하게 웃어 보이는 박해진의 모습에서 든든한 버팀목의 모습이 보였다. “후배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이제 스물한 살인 은성호와 김현진은 모델 출신이라 엄청 말랐어요. 그래서 늘 해주는 말이 ‘많이 먹어라’예요. 어떻게 보면 잔소리 같을 수 있지만 연기자의 기본은 체력이거든요. 그래서 하루 종일 먹으라고 말하죠.(웃음) 또 많은 경험을 하라고 조언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 할수록 연기의 깊이가 깊어지고 농도가 진해지거든요. 후배들에게 고마운 건 제 이야기를 잘 귀담아듣는다는 거예요.” 

후배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서는 선배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박해진은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법도 한데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는 경우가 없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운동을 빼놓지 않고 연기 레슨을 받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보통 아침 9시에 일어나요. 식사 후 4시간 정도 운동하고 연기 공부를 하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가고….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는 ‘삼식이’로 생활하고 있어요. 남들은 제 모습을 보고 ‘재미없게 산다’고 하는데, 저는 짜인 스케줄에 맞춰 매일 운동하고 대본 분석하고 규칙적으로 일상을 운영하는 게 좋아요.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요? 저는 규칙을 정해놓고 그것을 해냈을 때 드는 성취감이 좋더라고요. 제가 대견스럽기도 하고요.(웃음)” 

분위기를 이끄는 힘이 있고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치까지. 말끝에 묻어나는 그의 유머 감각을 아는 사람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빛을 볼 스타’라고 말한다. 기자 역시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기다리곤 했다. 

“연기를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예능 속 이미지와 작품 속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배우 입장에서는 예능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에) 제한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예능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예능을 잘 못해요. 못 웃겨요.(웃음)” 지난 몇 년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한 끝에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해진. 

중국 드라마 촬영 당시 허리를 다치고, 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모든 촬영이 끝난 후에야 치료할 정도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의 박해진이 있는 것일 테다. “배우들은 몸이 아파도, 부상을 당해도 촬영을 계속하죠. ‘나 때문에 NG가 나면 안 돼’라는 생각이 있어요. 나 하나 때문에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에게 피해를 입힐 순 없으니까요.”

<치인트> 촬영을 시작하면 중국 활동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중국 팬들과 당분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박해진. “중국 활동은 앞으로도 할 거예요. <치인트> 촬영으로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간과 여건이 되는 한 계속해야죠. 중국 팬들이 많은 사랑을 주시는 만큼 저 또한 보답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물론 한국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야유회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흐르는 시간이 아쉬운 마음에 식상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욕심은 안 내려고 해요. 내년이면 데뷔한 지 꼭 10년인데, 흔한 얘기지만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조연부터 차근차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일단은 지금 준비 중인 작품에 온 힘을 쏟아볼 계획입니다.” 그다운 우문현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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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WM컴퍼니
2015년 10월호

2015년 10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WM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