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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읽는 역사 스캔들 여덟 번째

죽어서 왕릉까지, 국왕의 장례식

On November 20, 2014

종묘에 모신 조선 왕과 왕비의 신위.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왕도 그렇다. 하지만 왕의 장례식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달리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이 때문에 장례식과 함께 치러야 하는 왕위 계승식은 엄숙하지만 간략하게 진행했다. 국왕의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의식은 임종 준비 단계부터 시작된다. 임종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언 듣기.

왕의 죽음이 가까워오면 장막을 치고 붉은 도끼 무늬가 수놓인 병풍을 두른 뒤 왕세자와 대신들을 불러 유언을 듣게 한다. 이윽고 왕의 숨이 멎으면 인중에 고운 햇솜을 얹어 호흡을 살핀다. 이때 솜털이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임종을 지키던 사람들은 왕의 몸에서 혼이 완전히 떠난 것으로 판단하고 비로소 곡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떠나간 왕의 혼을 돌아오라고 부르는 ‘초혼 의식’. 내관은 왕이 평소 입던 옷을 들고 지붕 위에 올라가 “상위복(上位復)”이라고 세 번 외친다. ‘상위’는 임금을 의미하며 ‘복’은 돌아오라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혼이여, 다시 오소서”라는 말이다. 이런 의식은 비단 왕실만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행해지던 것이다.

강남구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선릉.

초혼 의식을 마치면 진짜 왕의 혼이 돌아올 것을 기다린다. 이 기간은 황제는 7일, 제후(그러니까 조선 국왕)는 5일, 일반 백성은 3일이었다. 이 기간에 장례를 총괄하는 국장도감과 시신을 안치하는 장소의 제사와 호위를 맡는 빈전도감, 그리고 왕릉 건축을 담당하는 산릉도감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장례 절차에 들어간다.

왕의 관은 ‘재궁(梓宮)’이라 불리는데, 왕이 죽은 뒤 5일이 지나도 혼이 돌아오지 않으면 재궁으로 모신다. 임종 첫날에는 시신을 목욕시킨 뒤 새 옷 9벌을 입히고, 3일째 되는 날 19벌의 옷을, 마지막으로 입관 전에는 90벌의 옷을 입힌다. 입관한 뒤에는 ‘빈전(殯殿: 상여가 나갈 때까지 왕의 관을 모시는 전각)’을 열고 왕세자는 ‘여막(廬幕: 무덤 가까이에 지은 초막)’에 거처한다. 국장은 그로부터 5개월 뒤 치러지는데, 이 기간에 가장 중요한 일은 왕릉을 조성하는 것이다. 왕릉이 마련되면 왕의 재궁은 빈전에서 출발하여 노제(路祭)를 거쳐 장지에 이른다.

잡귀를 쫓는 방상시 가면.

장례 행렬이 왕릉에 도착하면 악귀를 쫓는 의식이 치러지는데 커다란 곰 가죽을 뒤집어쓴 이들이 왕릉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작업을 마친 뒤 재궁을 석실에 안치한다. 그 후 부장품을 배치하는 등의 작업을 끝내면 그 위로 국장도감의 정승이 흙을 아홉 삽 뿌리는 것으로 국장의 공식 행사가 끝난다. 나머지 작업은 인부들이 마무리하는데, 국장에 쓰인 상여 등은 그 자리에서 모두 태운다.

이렇게 왕의 시신을 왕릉으로 모신 뒤 궁궐에서는 삼년상이 이어진다. 삼년상까지 모두 마친 다음에 왕의 혼을 담은 신주를 종묘로 모실 수 있다. 이후 신임 국왕은 종묘에서 제례를 지내면서 조상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죽음을 맞겠다는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글쓴이 구완회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역사학도로서 저서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이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 권장도서, 경기도 교육청의 수행평가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학생을 위한 딱 2시간 한국사>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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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전유리
2014년 11월호

2014년 11월호

기획
전유리